인수 기업들 성과 아쉬운 데다 ‘캐시카우’ 롯데케미칼도 부진…롯데 측 “계열사별 실적 조금씩 개선 중”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의 계열사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다. 한국미니스톱의 이름을 롯데CVS711으로 바꾸고 의욕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인수 효과는 아직이다. 2021년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은 16억 원이었으나 2022년 영업손실이 49억 원에 이르러 적자전환했다. 롯데CVS711 인수에 3143억 원을 지출한 데 이어 미니스톱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코리아세븐이 인수한 롯데CVS711 역시 적자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패한 이마트24는 잘나가는데…’ 코리아세븐의 미니스톱 인수 효과 따져보니).
롯데쇼핑은 2021년 IMM PE와 공동으로 한샘 지분 27.72%를 약 1조 45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하지만 한샘의 실적도 부진하다. 한샘의 실적은 갈수록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2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1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이에 김진태 전 한샘 대표는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했다. 재계에서는 김진태 전 대표가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 대표로는 김유진 IMM PE 전무가 선임됐다. 한샘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 브랜드 경쟁력 상승 등 빠르게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실적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 7000억 원에 인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향후 실적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이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1분기부터 실적 하락의 조짐을 보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00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636억 원으로 18.24%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6억 원에서 61억 원으로 71.76% 감소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대해 “전방 배터리 고객사들의 동박 구매 수요 둔화가 유지되며 전분기 대비 판매량 증가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익성은 국내 전력비 추가 인상으로 인해 수익성 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이 의욕적으로 진출한 바이오 사업도 초창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취약해진 재무 상황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 롯데케미칼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5조 4483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조 9323억 원으로 9.5%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분기 56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62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에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2분기 NCC(나프타분해시설) 제품 가격 하락, 부정적 래깅 효과 등에 따라 기초소재 부문의 적자전환이 예상된다”며 “LC타이탄(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법인)도 적자폭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차입금을 크게 늘렸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외에도 2021~2025년 인도네시아에 39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자해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고 있고, GS에너지와의 합작법인 롯데GS화학 공장 건설에도 9500억 원을 투자 중이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의 부채총액은 2021년 말 7조 4188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11조 9756억 원으로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위기 조짐이 보이자 올해 1월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파키스탄 법인 LCPL도 1923억 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롯데지주고, 2대주주는 롯데물산이다. 따라서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는 롯데지주와 롯데물산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지분 중 롯데케미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로 가장 큰 비중이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실적이 상승하면 위기 해결이 가능하므로 배터리 소재, 수소 에너지, 리사이클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업계 자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건설도 전망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부동산 침체로 한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롯데건설은 당시 부동산프로젝트(PF) 관련 부채가 상당했지만 이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다행히 롯데그룹 계열사와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롯데건설에 수조 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 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수도권에서조차 미분양 위험이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분양 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높다”며 “롯데건설은 연내 총 2만 3000세대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므로 위험성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외에도 부산롯데타워 건설 및 각종 신사업 추진 등에 대규모 지출이 예정돼 있다(관련기사 부산롯데타워 착공 가시화…롯데쇼핑 ‘체력’에 따라붙는 의문부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동선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지주는 2020년 이후 계열사 지분 추가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차입금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3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지주사의 자회사 출자 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164.5%를 나타내는 등 자체적인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3월 말 롯데지주 별도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은 8824억 원으로 단기적으로 창출 가능한 현금흐름을 감안해도 만기 도래 차입금에 대한 차환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4월 4대 시중은행과 미래 핵심 사업 육성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외에도 부채비율 관리 등을 꼼꼼히 하고 있다”며 “신사업 준비할 때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고, 계열사별로 실적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