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은 비어가는데 실적 전망은 암울…롯데쇼핑 “차입금 상환에 특별한 문제 없어”
롯데그룹은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롯데인천개발을 통해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천광역시로부터 90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천종합터미널 인수는 인천 지역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인천종합터미널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당시 인천시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백화점이었다. 롯데그룹은 인천종합터미널 인수 후 신세계백화점과의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결국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2018년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새롭게 들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2010년대 중반 75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공식적으로는 롯데백화점 인천점의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역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매출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열한 경쟁 끝에 개장에 성공한 인천점의 위상은 갈수록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당장 차입금 상환해야 하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롯데인천개발은 인천종합터미널 인수 당시 7000억 원을 차입했고, 이후 추가 차입까지 진행해 총 차입금은 8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월 롯데인천개발을 흡수합병했고, 롯데인천개발의 차입금도 롯데쇼핑으로 이전됐다. 해당 8000억 원의 상환 만기는 오는 2월 23일까지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 7748억 원이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만으로도 8000억 원의 차입금 상환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차입금이 8000억 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롯데쇼핑의 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 원이 넘는다. 이 중 해당 8000억 원을 제외하고라도 단기차입금(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만 1조 4741억 원에 달한다.
더구나 롯데쇼핑의 최근 실적도 좋지 않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2021년 1~3분기 11조 7892억 원에서 2022년 1~3분기 11조 6860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는 2306억 원에서 195억 원으로 급감했다. 향후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기존 실적에 크게 기여했던 가전 전문 채널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년 자회사의 손상 차손이 되풀이되는 것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이 인천종합터미널을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교통공사가 2012년 7월 인천종합터미널의 감정을 의뢰한 결과 감정가는 5625억 원으로 측정됐다. 신세계그룹 측도 인천종합터미널 매각 당시 “인천시가 더 비싼 가격에 인천종합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했다”며 “비밀리에 롯데 측에 사전실사·개발안 검토 기회를 주는 등의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차입금 상환으로 재무 여력이 줄어들면 향후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및 자동화 물류센터에 9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거액의 지출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인지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전사적으로 롯데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롯데쇼핑은 롯데건설 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물론 롯데쇼핑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2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롯데쇼핑은 이 중 2000억 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발행한 회사채의 연 이자율은 4.75~4.93%에 달한다. 롯데쇼핑이 이전에 발행한 회사채 이자율 1~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롯데쇼핑이 추가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에 특별한 문제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여전히 롯데쇼핑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쇼핑은) 2022년에 한샘 등 투자 지분 취득 관련 자금소요가 확대됐으며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은 여전히 높은 모습”이라며 “순차입금 감소가 대부분 자산 매각에 의존해서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차입금 상환 능력은 과거 대비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송도대전' 현황 살펴보니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은 한때 '유통공룡' 간의 새로운 전장터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자산개발은 2011년 ‘롯데몰 송도’를 건설하기 위해 송도동 부지 8만 4500㎡(약 2만 5561평)를 매입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2016년 계열사 인천신세계를 통해 송도동 부지 5만 9600㎡(약 1만 8000평)를 매입했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부지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밝혔다. 롯데와 신세계 부지의 거리는 500m도 되지 않아 송도동 주민들의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롯데몰 송도나 신세계 복합쇼핑몰은 착공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롯데와 신세계의 행보에는 차이가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인천경제청의 롯데몰 송도 경관심의를 통과했다. 경관심의란 건축물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평가하는 제도다. 롯데몰 송도는 교통영향평가와 건축 인허가 등 행정절차만 마무리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도 “롯데몰 송도는 2025년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 복합쇼핑몰은 롯데몰 송도와 달리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송도동보다는 청라동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청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인근에 돔구장까지 지어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