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양평인의 성지 ‘함왕혈’ 중장비 동원 무단 훼손 참사 “현장조사 및 복원 시급!”
특히 양평군의회가 지난 2019년 제260회 임시회를 통해 ‘양평군 내 비지정 문화예산 전수조사 및 관리대책‘을 촉구한 이후 양평군이 2020년 5월 예산을 확보, 함왕혈 현장 실태조사 결과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만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 작성한 직후에 이뤄진 문화재 훼손이라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재발 방지대책에 시급하다는 양평 향토사학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 함왕혈 훼손 후 1년간 방치, 관계당국 엄정 조사 후 재발 방지책 및 문화재 지정 서둘러야
양평군 옥천면 주민들과 사나사 신도들에 따르면 경기도 기념물 123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옥천면 용천리 산27번지 일원 원삼국시대 축성한 함왕성지와 함께 일괄 유적으로 성역화 관리되고 있는 ’함왕혈‘ 비지정 문화재가 지난해 4월 경 중장비를 동원한 상태로 무단 훼손된 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으나 양평군과 경기도는 물론 문화재청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어 뜻있는 지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주민의 제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문화재 훼손현장을 찾았으나 수해로 인한 참혹한 피해로 잘못 알고 양평군 주무부서에 연락한 A씨(62, 양평읍)는 “올 1월과 지난 7월 초 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재방문한 후 인근 주민들을 수소문해 인위적으로 훼손했다는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양평군과 사법당국은 정확한 진상 파악과 함께 의법처리 해야 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주민들에 따면 함왕혈 입구에 설치된 대형 안내 해설판을 그라인더로 절단하고, 함왕혈 표지판과 함왕혈 표석, 함왕혈 관람 및 안전 난간 스테인레스 구조물마저 중장비까지 동원하여 모두 파손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지한 행위를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없는 만큼 의도와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고 반드시 후속 조치로 차제에 문화재 지정 및 항구적인 문화재 훼손 방지 대책을 군이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각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 훼손 이유 및 훼손 주체 확인 조사 필요
7월 31일 훼손 현장을 찾은 결과 함왕혈 입구에 40년 전인 지난 1984년 지역민들이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세운 기념비와 함왕혈 표지석은 밑동이 파손되어 옮겨진 대형바윗돌에 파묻힌 채 찾기도 힘들었다.
또, 사나사 진입로에서 하천에 위치한 함왕혈을 내려가도록 설치한 7~8m 스테인레스 안전휀스와 계단은 잘려 나가고 파손돼 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다. 또, 함왕혈을 에워싸고 설치된 보호책도 모두 예리한 도구로 잘려 나가 흔적도 없었고 함왕혈 주변 운치 있게 조성된 대형 바위들과 나무들도 중장비에 의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함왕혈‘ 위치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로 수마 현장을 방불케 했다.
앞서 경기도는 비록 비지정 문화재지만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된 함왕성지와 함께 사나사, 함씨각, 함왕봉, 함왕골, 강상면 거북상 등 양평 고대사 연구에 아주 중요한 총괄유적이라고 판단, 지난 2013년 12월 도내 단 3개뿐인 동물과 석혈 관련 설화를 스토리텔링하여 관광자원화 하고자 한글과 영문의 ’이야기가 있는 경기도 안내판'까지 세웠으나 이번에 흔적도 없이 파손됐다.
특히, 경기도 현장 조사 결과 함왕혈을 구성하고 있는 ’경기변성암 복합체 흑운모면암‘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선캄브리아기'인 25억~38억년, (함왕혈 27억년 추정)시기 석질로 국가지질공원 신청 자료로서도 충분하다는 게 관련학계의 주장이다.
# 함왕혈 역사적 가치 재조명, 국가적 관광명소 스토리텔링 개발 필요
이번 상상치도 못할 비지정 문화재 훼손현장을 보고 제기되는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경기도와 양평군은 1년여동안 훼손된 현장을 왜 방치하고 있는가?
둘째,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막대한 중장비까지 들여 법적 책임을 감수할 각오로 훼손을 했는가?
함왕혈이 훼손되기 불과 2년 전인 지난 2020년 5월 양평군은 양평군 내 비지정 문화재 전수조사를 한 결과 보고서에 함왕혈의 규모를 길이 450cm, 폭 180cm, 노이 30cm 표기하고 연혁과 배치도, 주조 재료 형식 등 세부 특징은 물론 ’매우 잘 보존되고 있다‘는 조사 의견과 전 문화재청 이재범 교수의 ”현재 상태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까지 첨부해 관리대장까지 만들었다.
특히 보고서엔 ’함왕혈‘이 옥천면 용천리 산142번지에 위치해 있고 하천 내 ’국유지‘에 있으며, 조성연도는 '청동기시대'로 추정했다.
적어도 원삼국시대 유적으로 대한민국에서도 몇 개 남아있지 않은 제주 삼성혈, 경주 나정 등과 비견되는 1700년 전 문화 유산을 양평군과 일체 협의도 없이 중장비로 훼손하는 간 큰 배짱은 보통의 상식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왕혈 훼손과 관련 주변을 수소문한 결과 함왕혈 인근 토지 소유주인 A 종중이 양평군과 산림청에 ’산림훼손 복구‘라는 민원을 제기하자 산림청은 단순 민원인줄 알고 ”지주가 자체 처리하라“고 공문 회신을 보냈고 해당 A 종중은 산림청 답변을 근거로 함왕혈 주변을 중장비로 훼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설령 사나사 진입도로변 일부가 경계측량 결과 사유지로 확인됐다 하더라도 이 일대 하천 유역이 국유지로 양평군의 상징적인 고대국가 혈맥이자 성지로 양평군과 경기도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옥천면 및 양평군과 일체의 협의도 없이 무차별적 훼손은 있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양평군과 사법당국의 책임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또 양평문화원 향토사학과 B씨(81, 강상면)도 ”함왕혈을 양평군 내 삼한시대 최초 성읍국가인 함왕국의 읍치로 추정되는 함왕성지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적인 만큼 하루빨리 향토문화재로 지정, 이 일대 개인 땅은 경기도 또는 지자체에서 매입하는 등 항구적인 유적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며 양평군과 향토사학계의 관심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간 함왕혈 보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함씨대종희 함혜석 사무총장은 ”아무리 토지 소유권이 있다 해도 뜻있는 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세운 역사적 유적 안내판과 비석문, 안전펜스 등 구조물을 양평군과 일체 협의 없이 무단 철거 훼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유지 내 무연고 묘지조차 이해 관계인에게 이전을 촉구하는 신문공고나 안내 현수막을 내거는데 1700년 양평군민의 역사적 숨결이 서려 있는 문화유적을 훼손한 것은 양평군과 경기도가 하루 속히 진상을 파악,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함왕혈은 1700년 전 원삼국시대 축성한 함왕성지 주인공 함왕 주악(함혁) 탄생 설화 유적 양평군민 성지
양평군 2020년 5월 비지정 문화재 전수보고서에 따르면 함왕혈은 삼한 초기 함왕 주악이 태어난 곳이라고 전해진다. 이 인근에 살던 함씨 부족들이 그들을 이끌 지도자가 없자 하늘에 제사를 올려 함왕혈에서 아기가 태어났고 그들은 그 아이를 왕으로 추대했다. 성을 쌓고 번창하던 함씨 부족들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성이 무너지고 왕이 죽자 결국 망하게 되었다. 그 후 성을 쌓을 때 왕이 태어난 함왕혈을 밖에 두고 성을 쌓아서 나라가 망했음을 알게 된 후손들이 바위에 안전철책을 치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함왕혈은 함왕봉 인근 해발 740m고지 약 8.8km에 석축한 함왕성지 (경기도 기념물 123호, 1990)와 연관된 유적지로 함왕성은 현재도 2.2km 정도 성벽이 남아 있으며 장대지(망대, 궁궐터, 병영터) 우물터 등 많은 유구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많은 고문헌에 함왕성은 몽골군 4~5차 침입시 방호별감 윤충(고종 10년, 1223년)이 비록 항복은 했지만 주민들이 난을 피했던 장소이다. 또 충렬왕 17년(1291) 몽고병이 함왕성을 공격해 함락됐다는 기록도 있으나 함왕성은 험준한 요새로 앞서 그 해 고종 4년(1272년) 5월에 지평현과 양근현에 침입한 거란을 격파하여 말 1천여필을 노획하고 금은패와 산자 등 거란군에게 탈취당한 물품을 찾는 전과를 올려 당시 실권자인 최충헌이 포상한 기록도 전해져 매우 중요한 역사 유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삼국 마한 연맹체 54개 소국 중 하나였던 일화국이 있었던 것이 확실시되는 양평에 정신적 성지로써 향후 연구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지로 고려 태조 왕건을 도와 후삼국을 통일해 국무총리격인 '대광'까지 오른 함규장군 본향이라 몽고, 거란 등을 막아낸 호국 항전지, 정미의병 항일 항전지, 6·25 한국전쟁 전투전적지로서 양평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함왕혈인 터라 관계당국의 유적지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는 군민의 오래된 염원이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