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0대 여성 용의자 성폭행 후 계속 접근…참다못한 용의자 부친이 범행 계획한 것으로 추정
#성폭행 동영상으로 인한 복수극일까
7월 24일, 일본 경찰은 “삿포로시에 사는 직업 미상 다무라 루나(29)와 그의 아버지이자 정신과 의사인 다무라 오사무(59)를 사체손괴 및 유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에는 같은 혐의로 어머니인 다무라 히로코(60)도 체포하기에 이른다.
충격적인 사건은 7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삿포로시 디스코 행사에 참가한 남성 A 씨(62)가 여장 차림으로 인근 호텔에 입실, 다음 날 욕실에서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이었다. 흉기에 찔린 상처가 치명상이 됐으며, 머리는 살해 후 절단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이때 A 씨와 함께 호텔에 있던 인물이 루나 용의자다.
루나는 7월 1일 오후 10시 50분경 A 씨와 호텔에 들어간 후 다음날 새벽 2시 혼자서 슈트케이스를 끌고 호텔을 나섰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루나의 아버지가 자동차로 대기하고 있다가 딸을 태웠고 피해자 남성의 머리를 자택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사건 전에는 아버지와 딸이 흉기와 가방, 변장에 쓰일 가발 등을 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어머니인 히로코도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어 그야말로 온 가족이 계획한 범행으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들은 “여장이 취미인 A 씨가 ‘여성’으로 가장해 루나에게 접근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지목했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던 루나는 “관련 행사를 다니던 중, 삿포로의 한 클럽에서 A 씨를 만났다”고 한다. 루나 측은 “여자라고 생각하던 A 씨에게 속아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행 당시 치욕적인 동영상도 촬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사 관계자는 “동영상 때문에 루나가 피해자 남성과 수차례 만났으며, 아버지인 오사무도 동영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딸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A 씨가 또다시 연락을 해와 다무라 가족이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왜 시신의 머리만 가져갔을까. 수사 관계자는 “처음엔 시신을 모두 해체해서 가져가 증거를 없애려고 한 것 같다”며 “목을 자르는 것만으로 시간적, 심리적, 체력적 여유가 없어 머리만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간포스트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주말에 여장을 하고 삿포로 시내 클럽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클럽의 한 손님은 “A가 여장을 함으로써 젊은 여성과도 대화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A의 여장 솜씨가 대단했으며, 메이크업에 관한 이야기로 쉽게 여성들과 벽을 허물었다”는 증언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켜 다른 클럽에서는 출입이 금지되는 등 ‘유명인’이기도 했다.
#애초 범행을 계획한 것은 아버지?
이번 사건은 공범인 아버지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오사무 용의자는 2008년부터 도내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과장을 맡고 있었으며, 사회적 과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강연회를 여는 등 열정적인 의사였다. 딸 루나는 집에서 거의 은둔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때는 등교 거부가 잦았고, 고등학교는 통신제 사립학교를 졸업, 그 후 취업하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웃 주민은 “루나의 어머니가 꽃을 좋아해서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꿨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다무라 자택은 그 모습이 아니다. 올해 들어 현관 주변에 쓰레기가 쌓이더니 마치 헛간처럼 변해갔다. 불길한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웃 주민은 “루나의 아버지 오사무가 매일 집 앞에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수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전에 A 씨가 루나 가족의 집에 난입했고, 오사무는 그가 다시 집에 올까봐 두려워 문 앞에서 식사하며 딸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범행 계획을 아버지인 오사무가 짜고 실행은 딸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 주간신초에 의하면, 루나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내 안에 또 다른 ‘인격’이 있다”며 “해리성 장애(다중인격)를 앓고 있다”고 진술했다. 만약 용의자의 정신 감정 결과, 판단능력이나 책임능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죄를 묻지 않고 입원조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딸을 실행범으로 만드는 계획을 짠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제기된다.
본래 ‘오사무가 피를 잘 보지 못한다’는 진술도 나왔다. 루나의 할아버지는 슈에이샤와의 인터뷰에서 “오사무가 실습 도중 피를 보고 쓰러진 적이 있어서 진로를 외과 의사에서 정신과 의사로 바꿨다”고 말했다. 또한 “루나가 외동이며 발작을 동반하는 지병이 있어서 오사무 부부가 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당초 수사의 가장 큰 포인트가 ‘피해자 남성의 머리를 과연 발견할 수 있을까’였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외로 용의자 가택 수색 중 2층 욕실에서 쉽게 찾았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터라 악취가 강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집안은 복도까지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쓰레기집’ 같은 상태였고, 그 안에는 피해자의 소지품도 복수 발견됐다.
범행은 매우 계획적이었다. 실제로 호텔 방에서 루나 용의자의 지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시신의 일부를 욕실에 그대로 두면 결국 범행이 발각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 용의주도한 범행과는 상반된 면이라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더욱이 오사무 용의자는 사건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루나 용의자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정신 감정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피해자의 머리를 집에 두고 20일 이상을 지내온 오사무 용의자와 히로코 용의자의 정신상태를 포함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