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복장 동행자 여행용 가방 끌고 사라져…신체부위 가져간 이유 의문, 계획범행은 확실
#머리 없는 시신, 사인은 출혈성 쇼크
사건이 발각된 것은 7월 2일 오후 3시경이었다. 체크아웃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호텔 종업원이 객실을 찾았다가 시신의 첫 발견자가 됐다. 경찰에 의하면 “시신은 객실 욕실에서 발견됐으며 머리가 없었다”고 한다.
부검 결과, 사인은 출혈성 쇼크로 흉기에 찔린 상처가 치명상이 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침대 시트가 가지런히 정돈된 채였고 욕실 이외에 객실을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사망자는 에니와시에 사는 회사원 A 씨(62)로 판명됐다. A 씨의 아내가 실종신고를 하면서 지문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고 한다.
A 씨는 7월 1일 오후 10시 50분경 호텔에 입실했다. 체격이 작고 챙이 큰 모자에 여성 복장을 한 동행자 B 씨와 함께였다. 그로부터 약 3시간 후인 7월 2일 새벽 2시, B 씨가 “먼저 나가겠다”고 프런트에 말한 뒤 혼자 퇴실했다. 입실 때와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으며, 검은색 여행용 가방을 끌고 호텔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호텔 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혼자서 퇴실한 B 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그러나 B 씨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 관계자는 “불과 3시간 만에 성인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절단하기란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다”면서 “범인이 여성 옷을 입고 있었지만, 남성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신초’에 따르면 “현장에는 피해자의 옷과 휴대전화, 신분증, 자동차 열쇠 등 신원을 밝혀줄 소지품이 일절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B 씨가 호텔을 나섰을 즈음 전원이 꺼졌다. 이에 수사 관계자는 “지극히 계획적인 범행으로 장기전 수사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B 씨가 입·퇴실 시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범죄 저널리스트 오가와 타이헤이 씨는 “피해자의 시신에 방어창(방어하다 생긴 상처)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기습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행용 가방에 시신의 일부를 숨겨 나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사건 당일 피해자의 은밀한 행적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질 때만 해도 “주변에 원한을 가진 인물을 조사하면 용의자를 곧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인들은 A 씨에 대해 “진지하고 얌전한 사람이었다”고 입은 모은다. 회사 동료인 한 남성은 “A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원망을 살 일은 전혀 없었으며 사건에 휘말릴 사람도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실내 건축자재를 제조하는 일을 담당했고 근무 태도도 성실했다”는 증언이다.
사건 당일 A 씨의 행적도 CCTV 영상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A 씨는 7월 1일 행선지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삿포로시로 향했다. 시내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운 그는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호텔 근처에서 개최된 ‘디스코 이벤트’에 혼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이벤트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만에 개최됐던 터라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참가 연령층은 대체로 40대에서 60대, 선곡 또한 1970~1990년대 유행했던 디스코나 유로비트 같은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핼러윈데이처럼 코스튬을 하거나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도 있었고, 여장 남자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은 “피해 남성이 디스코 이벤트에서 여장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날 목격자에 의하면 “A 씨는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의상과 비슷한 광택이 나는 옷을 입어 눈에 띄었다”고 한다. 피해 남성의 여장은 행사장에서 나와 호텔로 향하는 동안 CCTV에도 확실히 남아 있다. 다만 “유족을 배려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으로 방송 매체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후 10시 20분경 이벤트장을 떠난 A 씨는 호텔 방향으로 홀로 걸어갔다. 10시 30분경에는 여행용 가방을 든 B 씨와 만나 몇 분간 서서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인근 CCTV에 담겼다. 지역 신문인 홋카이도신문은 “이때 둘 다 여성 복장을 하고 있었다”고 간략하게 묘사했다.
10시 50분경 두 사람은 호텔에 체크인했고, A 씨는 살해당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피해 남성이 여장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여장을 한 용의자 B 씨도 사실은 남성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초 ‘짧은 시간 내 여성이 단독으로 살인하고 신체를 절단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유력한 용의자인 B 씨가 호텔을 나선 것은 새벽 2시. 그러나 이후 B 씨가 택시나 차에 올라타는 모습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카메라망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에 수사본부는 수색 범위를 넓혀가면서 인근 주차장, 호텔, 주택가 등의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샅샅이 입수해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범행의 엽기성 때문에 파장이 더욱 크다. 도주한 범인은 왜 굳이 특정 신체 부위를 가져갔을까. 도쿄미래대학의 데구치 야스유키 교수(범죄심리학)는 “신원 확인을 늦출 목적일 수 있으며, 또 하나는 애증에 관련된 범행으로 상대의 머리를 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호텔 비품으로는 시신 절단은 무리이므로 사전에 도구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피해자 A 씨와 동행자 B 씨가 몇 분간 노상에서 얘기하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것을 두고 “면식이 있으면 (호텔에 들어가기 전)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성 범죄로 보인다”면서 “그 자리에서 알게 된 사이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엽기사건의 수수께끼는 깊어만 가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