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권리만 존중하고 의무 가르치지 않아 교권 추락…규칙과 한계 알려줘야
요즈음 선생님들 힘든 이유가 뭘까요? 옛말에 ‘집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고 가정의 위계질서에 따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으로만 아이를 키우라는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를 도배하면서,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훈육하거나 통제하는 부모를 마치 나쁜 부모처럼 자책하게 만드는 일이 만연합니다.
가정에서 아이 위주의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알기를 우습게 여깁니다. 여기에 내 아이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모들이 생기면서 사태가 점점 더 악화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두 돌 이전에는 훈육을 하지 말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따르는 부모가 많아 제대로 훈육되지 않은 아이들을 늘고 있습니다. 훈육이 안 되어 자기통제도 힘든 아이들이 입학 후에도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아이들은 보는 선생님들, 정말 힘들 겁니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의 권위와 권한은 땅바닥에 떨어진 지 오랩니다. 아이들의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는 크지만 아이들의 의무와 선생님의 권한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내 아이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들의 권리도 소중하고 선생님의 권리 역시 중요합니다. 이게 잘되지 않은 것이 비극적인 교육 현실을 만든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땅에 떨어진 건 선생님의 권위만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육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모의 권위도 부정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만 키우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입니다. 부모가 권위 없으니 어린이집에서나 학교에서 선생님의 권위를 부정하는 아이들이 늘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결과입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가르치지는 못할지언정 이렇게 선생님의 권한이 우스워지는 것은 정말 아닌 겁니다. 학생에게는 권리만 있지 않고 의무도 있다는 점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에게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르도록 가르쳐서 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아이를 지도할 권한을 주고 아이가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학생과 부모에게 그 책임을 물을 권한 역시 주어야할 것입니다.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말발이 설 리 없습니다. 아이들도 그거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육아도 교육도 이제는 아이들에게 권위와 위계질서, 규칙과 한계를 명확하게 가르쳐야합니다. 권리뿐 아니라 의무와 책임도 함께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야 가정도 학교도 제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정훈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교육이사,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모유수유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이다. 베스트셀러 육아지침서이자 육아교과서라 불리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기도 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