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민주당 시스템 공천 완전 무시” VS “모든 사람 만족시키는 혁신은 없어”
김은경 혁신위는 10일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전당대회 투표 비율을 ‘권리당원 70%, 일반 국민 30%’로 바꾸자는 게 골자다. 기존 투표 비율은 대의원이 30%가 포함돼 있었고,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 국민 25%였다. 즉 대의원이든 권리당원이든 1인 1표를 행사하자는 것.
이 때문에 대의원 권한을 무력화해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자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로지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이해찬 전 대표는 공천 부작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총선 1년 전에 공천룰을 전 당원 투표로 확정하도록 특별당규에 규정했다. 혁신위는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발표를 한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1년 뒤 개최되는 전당대회 문제다.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이 아니다. 이는 총선 이후 전당대회 준비위 차원에서 국민 여론과 당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하고, 이 사안에 대해서는 총선 전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도부와 의총에 제안한다”고 했다.
친문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주의 4.0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당내 민주주의 원칙만 강조하며 당 조직체계나 대의기관 등이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됐다.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서 가장 시급한 혁신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은숙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많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해하고 포용하고 극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혁신은 존재할 수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함께 자각했으면 좋겠다”며 혁신위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 앞에서 “지도부에서 긴 토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혁신안이라는 게 당무이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주제로 다뤄지진 않겠지만 의원들이 혁신안과 관련해 자유 발언, 토론을 이어갈 것이다. (8월 말로) 예정된 워크숍에서도 다양한 목소리 있을 것이다. 민주 정당이니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11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안은 혁신위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서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할 것”이라고만 전했다. 한편 김은경 혁신위는 전날(10일) 3차 혁신안 발표를 마지막으로 활동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