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날 고문하라” 조 전 장관 강력 반발…대법원 정경심 유죄로 조민 씨도 유죄 가능성 높아
법조계에서는 ‘달라진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원래 전통적으로 검찰은 가족이 특정 범죄의 공모관계일 경우 대표로 한 명만 기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기업 오너들의 범죄를 총수에게 모두 책임 지워 기소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숙명여고 교사 문제 유출 사건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의 경우 가족 모두를 기소하는 경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사건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조국 전 장관 검찰 재차 비난
조국 전 장관은 8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냥감에게 기소편의주의 칼을 찌르고 비트는 검찰’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딸 조민 씨를 기소한 검찰을 재차 강하게 비난했다. 조 전 장관은 이 글에서 “(검찰은)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자백 강요를 조사실 바깥에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실행했다”며 “4년 전 에미(어미·정경심 전 교수)와 새끼(조민 씨)가 공범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에미를 기소할 때 새끼 기소는 유보했다. 에미를 창살 안에 가둔 후 (검찰은) 새끼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두 번의 기자 브리핑을 통해 에미·애비(아비)가 혐의를 다투지 말고 다 인정해야 새끼를 기소유예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애비가 13번째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구체적 혐의는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하자, 언론은 자백하지 않는다고 애비를 비난했고 검찰은 자백 외에 의미 없다며 새끼를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조민 씨를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 나온 두 번째 비판이다. 앞선 10일,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김민아)는 조민 씨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씨는 아버지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2013년 6월께 서울대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허위로 작성된 자기소개서를 내고,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허위로 작성되거나 위조된 증빙서류들을 제출한 혐의다. 이를 바탕으로 서류전형에 합격해 서울대 의전원 평가위원들의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한 혐의(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다만 다소 이례적인 흐름도 등장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검찰 수사팀 관계자가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입장을 고려해 조민 씨 처리 방향을 판단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그러자 조 전 장관 부부는 입장문을 통해 “(입시비리 관련) 부모인 저희의 불찰과 잘못이 있었음을 자성하고 있다. 문제 서류의 작성·발급·제출 과정이 어떠했는지, 이 과정에서 부모 각자의 관여는 어떠했는지는 법정 심리에서 진솔하게 밝히고 소명하고 도의적·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결국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렸고, 조 전 장관은 10일 곧바로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발했다.
검찰 측은 ‘기소 결정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민 씨 사건의 경우) 대법원 판결로 공범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미 나와 있어 자백이 필요한 사건이 아니”라며 “조민 씨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대한 정확한 취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했던 것이지 자백을 강요한 적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은 조민 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취하하자, 조민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기소를 이미 잠정 결정했던 상황에서 조민 씨의 입장이 바뀐 이유를 확인하려 했던 것일 뿐, 자백 여부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미 같은 범행에 대해 정경심 전 교수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조민 씨 역시 유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조민 씨가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나눠했다”며 가족을 모두 기소한 데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받아 사법절차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달라진 흐름 보여주는 것”
원래 검찰은 가족이 공모한 범죄의 경우 ‘대표 책임자 1명’만 구속기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국 전 장관 가족이 검찰 수사 초반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정경심 전 교수 등 가족 전체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불가피했던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가족 공모 범죄의 경우, 가족 전체를 기소하는 케이스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가족 모두 기소’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간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 숙명여고 교사의 쌍둥이 자매 답안지 유출 사건에서도 교무부장인 아버지와 미성년자인 두 딸이 모두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문제를 유출한 아버지(교사)의 범죄도 나쁘지만, 이를 토대로 좋은 성적을 받은 자녀(쌍둥이 자매)들의 죄질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들은 아버지와 쌍둥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모두 기소돼 아버지는 징역 3년, 자녀들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반대로 이보다 2년 앞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정유라 씨는 마장마술 입상 경력 등 부정 입학 혐의를 인정했다. 정 씨는 이화여대 측의 입학 취소 결정 등에 대해 “전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 제 전공이 뭔지도 모르고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며 다투지 않았었다.
‘혐의를 부인하고 다툴 경우 가족 모두 기소된다’는 흐름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익명의 한 판사는 “조국 전 장관이 만일 의혹이 제기되던 초반 모든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났다면, 혹은 그 후에라도 검찰 수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다투지 않았다면 정경심 전 교수와 조민 씨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며 “정치적인 사건이자, 국민들이 공분하는 입시비리 사건이 되어 버린 탓에 검찰도 기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정경심 전 교수가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배제됐다. 여야 균형 차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석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조민 씨 기소 등이 맞물려 있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은 SNS에 정 전 교수 사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사면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이 법치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정관이 다시 SNS를 통해 검찰 권력을 비판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사면 때 정 전 교수가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무부 흐름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사면 때 정 전 교수를 사면해주면 정치적으로 민심을 훑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