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검찰 인사 앞두고 ‘전력보강’ 총력…금융증권·공정거래·가상자산 관련 수사 경험자 인기
그런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이들은 ‘특수통’이 아니다. ‘금융통’이 가장 최우선 영입 후보다. △금융·증권 범죄 수사 경험자 △공정거래 관련 기업 수사 경험자 △가상자산 관련 수사 경험자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후문이다.
최근 로펌을 가장 많이 찾는 사건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예다. 특히 수년 전부터 ‘수사 경험’만 있다고 로펌을 골라가던 시대는 끝났다고 다들 입을 모아 얘기한다. 평판이 좋지 않은 전관이 올 경우 되레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력만 있으면 데리고 왔다면 이제는 면접도 신중하게 보는 추세라고 한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 1순위
검찰 정기인사가 8월 말 중에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로펌들은 ‘영입 후보군’ 추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고검장·검사장급 인사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고위급은 대규모, 차장·부장검사급은 소규모의 사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한 로펌들 간 경쟁이 시작됐다.
가장 인기가 많은 쪽은 단연 금융범죄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발 주가폭락 사태, 빗썸 주요주주 강종현 관련 돈거래 의혹 등 금융범죄 관련 검찰 수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관련 변호사를 찾는 수요도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과 금융조사1부, 금융조사2부가 대표적이다.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경험이 있거나, 실무를 담당했던 차장·부장검사, 부부장검사 등이 1순위 영입 후보로 거론된다.
앞선 소형 로펌 대표는 “로펌들마다 고검장·검사장급 영입 후보와 차장·부장급 영입 후보를 각각 추려서 로펌 내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보통 사의를 표할 검사들은 이미 변호사가 된 이들과 상의를 하다 보니 ‘누가 그만둔다고 하더라’는 설이 도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고검장·검사장급을 중심으로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의를 표한 한 검사장 이상 간부 출신은 “직접 로펌을 운영해보라는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로펌들의 영입 제안은 있지만 아직 확정한 바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던 심재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27기)이 사의를 표하는 등 고검장·검사장급 사이에서 ‘사의’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다만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경우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대형 로펌에는 취업제한 기한(3년) 규정이 있다. 때문에 취업제한 기한(3년)이 풀리는 검사장 이상 간부 출신 변호사들도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는 영입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이르면 8월 인사가 날 것으로 보고 영입하면 좋을 사람을 추천하라는 지시가 이미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내려왔다”며 “여러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접촉할 대상’을 확정하는데 최근 가장 인기가 좋은 금융범죄 관련 경력자들은 이미 검찰 내부에서도 에이스로 분류되는 자원들이라 그만둘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사건도 ‘전문가 어디 없소’
최근 꾸려진 가상자산합동수사단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이들도 변호사 시장에서 수요가 높다.
로펌들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권익환 변호사를 필두로 30여 명 규모의 ‘가상자산형사팀’을 운영하고 있고, 법무법인 광장은 합수단 출범에 맞춰 가상자산수사대응팀을 운영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박광배 변호사가 팀장을 맡았다. 법무법인 율촌도 20여 명 규모의 ‘가상자산범죄수사대응TF’를 발족하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 등을 지낸 김수현 변호사가 팀장을 맡았다. 법무법인 화우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출신 김영기 변호사를 팀장으로 20명 규모의 ‘가상자산수사대응팀’을 꾸렸다.
관련 사건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검찰 내 수사 경험자가 있으면 ‘모셔가는 분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행위 처벌규정 등에 발맞춰 최근 출범한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가상자산 수사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로펌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건은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들 간 다툼이 많지만, 관련 피해액이나 수임료가 큰 것이 특징”이라며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보고 로펌들 간 경쟁이 치열하고 자연스레 이는 검찰 내 가상자산 수사 경험자 영입 경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도 늘 손꼽히는 영입 후보다. 기업들이 민·형사 사건에 휘말리는 주요 분야인 데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의 수사도 최근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어도 공정거래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 노동 관련 사건 문의도 꾸준하기에, 관련 수사 경험자도 로펌에서 늘 찾는 영입 후보군이다. 지난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부장검사 출신 공안통(노동) 변호사는 “시장에 나와 보니 수사 사건은 얼마 없지만 관련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기업들의 수요는 꽤 있더라”며 “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따라서 노동이나 산재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도 로펌의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아무리 수사를 잘해도 후배들을 힘들게 하면서 수사 성과를 낸 선배는 변호사로 사무실에 찾아갔을 때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수사를 잘했던 사람도 필요하지만, 선후배 관계가 좋은 사람을 더 중시하는 게 최근 영입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