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확진 6만명 수준 재유행으로 ‘전수조사’ 유지…중증화율·치명률은 크게 감소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유행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변이라도 등장한 상황일까. 그건 아니다.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전수조사를 표본조사로 전환하거나 아예 신규 확진자 집계를 중단했다. 그러다 보니 전수조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만 유독 신규 확진자가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또 다시 찾아온 여름 유행
8월 7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를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오는 9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7월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코로나19의 4급 감염병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 수가 6주 연속 증가해 최근에는 7개월 만에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6만 명을 넘어서자 결국 모니터링이 더 필요하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코로나19가 2급 전염병에서 4급 전염병이 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고, 신속항원검사와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유료화된다. 또한 확진자 전수조사가 표본조사로 바뀐다.
요즘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를 보면 확실한 재유행 국면이다. 한국은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무려 7816.14명까지 치솟았던 2022년 초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뒤 2022년 ‘여름 유행’(정점에서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 2611.69명), 2023년 초 ‘겨울 유행’(정점에서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 1300.98명)을 겪어 왔다.
그리고 또 2023년 여름 유행이다. 7월 31일 기준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878.68명까지 올라왔다. 완연한 엔데믹을 기대했지만 다시 여름 유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여름 유행이 지나고 나면 다시 겨울 유행이 찾아올 수도 있다.
#세계 유일의 재유행 국가? 사실은…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서 발표하는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국가별 유행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아워월드인데이터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프에서 한국은 상당 기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7월 31일 기준 한국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878.68명으로 압도적인 1위다.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긴 국가가 단 11개국에 불과한데 한국은 유일하게 100명을 넘겨 800명대다. 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코로나19 재유행을 겪으며 시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도 한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비슷한 재유행 그래프를 보여 온 일본은 이제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0명, 한국과 달리 완벽한 엔데믹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 주요 선진국에선 대부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전수조사를 중단하고 표본조사로 체계를 전환했다. 전체가 아닌 표본만 조사하다 보니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과 미국처럼 아예 신규 확진자 집계를 중단한 국가들도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0명인 국가들도 많아졌다. 다시 말해 일본 등의 국가에선 단 한 명도 확진자가 안 생긴 게 아니고 확진자를 집계하지 않아 수치가 0인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도 여름 유행이 일정 부분 감지되고 있기는 하다. 확진자를 집계하지 않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내원 및 입원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국가들이 상당수라 과거처럼 유행 규모를 정확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국내처럼 여름철 재유행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 유지냐 표본조사 전환이냐
이런 측면에서 보면 8월 중순부터 한국도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급격히 낮아질 수 있었다. 애초 질병관리청은 8월 중순에 코로나를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요 선진국들처럼 확진자 전수조사가 표본조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질병관리청이 이런 계획을 연기하면서 한동안 전수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와 표본조사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소 갈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들처럼 표본 감시체계로 전환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전수조사 중단으로 깜깜이 확진자가 늘면 감당하기 어려운 재유행 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전수조사와 표본조사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쟁점은 '국민 불안감'이다. 우선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으로 넘어가는 상황이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안정적으로 관리돼 위험도도 ‘낮음’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매일 신규 확진자 수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게 오히려 국민에게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꾸준히 발표되던 전수조사 결과가 더 이상 발표되지 않으면 깜깜이 확진자 급증 등을 파악할 수 없게 돼 역시 국민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이 8월 중순 코로나19의 4급 감염병 전환 계획을 연기하면서 한동안은 지금처럼 전수조사가 이어진다. 질병관리청은 “유행, 방역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 후 조정 계획을 다시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