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스·플레이리스트 지분율 축소, 와이랩재팬 청산…네이버웹툰 “경영 효율화 차원, 방향성 별다른 변화 없어”
#네이버웹툰의 계열사 지분 축소
네이버웹툰은 최근 로커스 지분율을 53.64%에서 39.20%로 축소했다. 로커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유미의 세포들’ 애니메이션 파트를 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분율 변동에 따라 로커스는 네이버웹툰의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네이버웹툰은 로커스의 자회사인 영화제작·배급 업체 ‘싸이더스’와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업체 ‘로커스엑스(옛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에 대한 지배력도 덩달아 상실했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 말 로커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방대한 원작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제작 관련 경쟁력 강화를 기대했다. 특히 로커스엑스를 통해 웹툰 캐릭터들을 가상 인간으로 재구성하는 등 메타버스 부문에서 네이버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인수 1년 반이 지나도록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며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사업성이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로커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약 30억 원에서 2022년 33억 원으로 증가했다. 웹툰 산업의 성장세 둔화와 더불어 메타버스 역시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 메타버스는 2021년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지목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눈에 띄게 언급이 줄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가 제3자 투자를 유치해 (로커스의) 지분율이 희석됐다”며 “네이버 입장에서는 로커스랑 협업을 강하게 가져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투자를 지속하는 데 회의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네이버웹툰의 지분율도 최근 축소됐다. 플레이리스트는 웹드라마 제작사로 대표작으로는 ‘연애플레이리스트’ ‘에이틴 시리즈’ ‘트웬티 트웬티’ 등이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2021년 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데 이어 2022년에도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 계열사인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이 각각 지분 29.0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리스트가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네이버 측 지분이 희석됐다. 현재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은 플레이리스트 지분을 각각 25.00%씩 갖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미래는?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청산과 편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초 비닷두와 로커스상해를 청산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일본 지사인 ‘와이랩재팬’을 청산했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 6월 와이랩재팬의 지분율을 25.21%에서 100%로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본 웹툰 시장 1위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와이랩재팬의 청산을 놓고 네이버가 일본 웹툰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후발주자인 카카오의 픽코마는 일본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약진하고 있다. 김세을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콘텐츠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카카오의 강세에 일본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니까 네이버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리를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걸로 추정된다”며 “북미 등지에서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 훨씬 우세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 확대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네이버는 북미 사업부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2020년 미국 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글로벌 웹툰 총괄 본사로 삼고, 네이버웹툰을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네이버는 최근 왓패드도 웹툰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왓패드는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2021년 인수했다. 네이버의 지원에 힘입은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부터 8월 11일까지 활성이용자 수 322만 명을 달성했다.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월간사용자 기준 점유율은 75.45%로 2위 사업자인 타파스의 8배 수준이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이 북미 시장을 확대하는 것과 별개로 일본 시장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박기수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학장은 “웹툰 사업은 국가별로 따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IP개발을 먼저하고 반응이 좋으면 일본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미국 순으로 수출한 후에 나머지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수순으로 흘러간다”며 “일본 시장이 동남아시아 시장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도 하는 만큼 네이버가 전체적인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결정을 할 리 없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2022년 3월 일본 전자책 플랫폼 이북재팬(EBIJ)을 인수한 후 최근 지분을 끌어올려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이북재팬이 웹서비스인 까닭에 앱 이용자 수 집계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비공식적으로는 일본 콘텐츠 시장에서 지배력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면 와이랩재팬을 청산한 배경에 의문이 따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네이버웹툰이 일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네이버웹툰은 로커스와 플레이리스트의 지분율도 축소하는 등 회사 규모 축소가 일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와이랩재팬과 로커스, 바이프로스트 및 에이투자-아이피 투자조합에 대해 247억 600만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박인하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은 “전체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웹툰산업계에 형성된 엄청난 버블이 꺼지면서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네이버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인수한 회사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민 한국만화문화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와이랩이 상장했는데 일본 시장에 네이버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와이랩 재팬이 남아있으면 모양새가 이상한 까닭에 지분 정리 차원에서 청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이 상장 준비를 위해 회사 규모를 축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웹툰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2분기 26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3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한 후 내년 중 미국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월 4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계획대로 내년 네이버웹툰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마무리했다”며 “해외사업 성과가 중요한데, 비용을 늘리기보다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수익률(ROI)을 구분해 자원 배분을 효율화했다”면서 “ROI가 안 나오는 부분에서 비용 집행을 줄여나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와이랩재팬 청산은 로커스상해의 청산과 마찬가지로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고 로커스와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타사에서 추가 투자를 받기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지분이 희석됐다”며 “일본 후퇴설은 사실 무근이며 네이버웹툰의 일본 지역 지난 분기 유료 이용자 수는 20%이상 성장했고, 국가별 거래액 비중 역시 일본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데다 성장률도 10% 이상으로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