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제기 북플러스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인용…법원 “분할 내용 주주들에 알리지 않아 ‘중대 하자’”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2-1민사부는 북플러스 최대주주 유 아무개 씨가 북플러스 대표이사 권명학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8월 23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북플러스는 회사 분할 승인 안건을 상정한 8월 24일 오전 11시 임시주주총회를 열지 못했다.
앞서 유 씨는 "전재국 씨가 과거 기록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회사를 세우려고 꼼수를 부린다"며 8월 12일 법원에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단독] 노림수 뭐길래? '직무정지' 전재국, 북플러스 회사분할 시도).
전재국 씨 등 북플러스 이사진의 배임·횡령 혐의가 인정돼 직무집행이 정지됐고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사 분할은 부당하다는 것이 유 씨 입장이다. 만약 추후 법원 판결로 전재국 씨가 북플러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되더라도 회사를 분할해 새로 만든 회사에서 대표이사 업무를 다시 이어갈 수 있다고 유 씨는 지적했다. 혹은 '알짜' 사업부문을 분리해 매각한 뒤 북플러스에는 껍데기만 남길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회사 경영·소유와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회사 분할이나 합병의 경우 주주들에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채무자(권명학 씨 등)는 이를 게을리 해 회사 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통지에 분할계획서 등을 첨부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그러한 소집통지의 하자는 임시주주총회 개최 자체를 금지할 만한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북플러스는 전재국 씨가 전두환 씨 추징금 납부 명목으로 지분 51%를 국가에 헌납했던 회사다. 그런데 전재국 씨는 2023년 현재도 북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국가에 헌납한 지분이 공매를 통해 2019년 5월 유 씨에게 낙찰되자 유상증자로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꼼수를 썼다. 유 씨는 과점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지위가 바뀌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유 씨와 전재국 씨 사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유 씨는 전 씨가 북플러스 경영을 방만하게 하고 있다며 업무상 배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2022년 11월 제기했다. 뒤이어 전 씨 대표이사 해임 청구 소송을 지난 4월 제기했다.
이와 함께 유 씨가 전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대표이사 등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5월 18일 인용됐다. 이에 따라 전 씨는 본안 판결(대표이사 해임 청구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북플러스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 직무를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전 씨 최측근 김경수 씨도 같은 혐의로 북플러스 비상무이사 직무를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집행할 수 없게 됐다(관련기사 [단독] 법원, 전재국 배임 혐의 인정 "북플러스 대표이사 직무 정지").
당시 법원은 전 씨와 김 씨의 배임·횡령 혐의를 인정하면서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고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며 "전 씨, 김 씨는 이 사건 절차에서 상당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업무관련성이나 합리성을 소명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적법한 자금거래 및 사용이 정당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법원 판단 이후 추진된 북플러스의 회사 분할을 두고 유 씨는 "북플러스 이사진은 엄정한 법의 판결을 비웃으며 회사 분할 승인의 건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 씨는 "내가 회사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북플러스 측이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북플러스 측이 일부러 자신의 해외 출국 기간인 8월 24일로 임시주주총회 날짜를 잡았다는 주장이다.
유 씨는 "7월 14일 북플러스 측과의 다른 소송에서 다음 변론기일을 잡기 위해 8월 23일 출국 일정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변론이 종료된 후 법정 바깥 엘리베이터 앞에서 북플러스 측 변호사가 '정확히 언제 출국해요?'라고 물어 '8월 23일 출국합니다'고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8월 14일 북플러스에 방문해 분할계획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북플러스 측은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고 하며 분할계획서 열람을 거절했다"며 "대표이사실로 들어가 분할계획서를 보여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끝에 겨우 분할계획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북플러스 측은 "구조적 변동이 심하지 않은 회사 분할"이라며 유 씨가 제기한 꼼수 의혹을 반박했다. 북플러스 측은 8월 21일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분할돼 떨어져 나가는 부분의 매출은 10%로 회사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며 "새로운 회사 주식 100%를 북플러스가 가지게 되는 단순 물적 분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씨는 "분할하는 사업은 물류 매출로 자산가치와 사업성이 뛰어난 영역"이라며 "사업성 좋은 영역을 따로 떼어내려고 하는 이유는 분할 후 얼마든지 매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상장회사에서도 갑자기 물적 분할을 한다고 하면 주주들이 난리가 난다. 주식 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플러스 측은 "유 씨가 분할계획서를 찾아갔다"며 "주주총회 소집통지 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치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개인적으로 분할계획서를 수령했다고 하더라도 (소집절차 하자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북플러스 측은 회사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조만간 다시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법원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주주총회 개최를 금지했다.
달리 말하면 회사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법원은 "전재국 등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 결정이 있더라도 북플러스가 회사 분할이나 합병을 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일요신문은 북플러스 측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전화번호가 차단된 상태였다. 북플러스 측은 여러 메신저를 통한 연락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