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전우석, 부친 설립 ‘음악세계’ 지분 90% 보유…나머지 3세들 국민 시선 피해 미국 등 해외 거주 추정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 장남 전재국 씨는 자녀들과 관련해 2010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전재국 씨 심지는 약했던 것일까. 현실은 달랐다. 전재국 씨 딸 전수현 씨와 아들 전우석 씨는 전재국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음악세계'에서 일한다. 두 사람은 아버지에게 기대어 사는 셈이다.
"출판사를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말 역시 공언(空言)이 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전수현 씨와 전우석 씨는 주식회사 음악세계 지분 90%를 갖고 있다. 음악세계는 음악도서 출판이 주업인 회사다. 애초 음악세계는 전재국 씨가 1993년 음악 전문잡지 '월간음악'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곳이다.
전두환 씨 손자들의 경제 활동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의 이름이 가족의 돈세탁에 활용될 수 있어서다. KBS 보도에 따르면 전두환 씨 차남 전재용 씨 아들 전우원 씨는 보안업체 '웨어밸리' 주식을 만 6세 때인 2002년부터 보유했다. 전우원 씨는 웨어밸리 주식에 대해 "전재용 씨 것이지 제 것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전우원 씨는 웨어밸리 외에도 여러 회사 주식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가졌었다. 전우원 씨는 부동산 투자회사 '비엘에셋' 주식은 만 10세 때인 2006년 취득했다. 전우원 씨는 회사의 정체조차 모르는 '테라메탈테크놀로지'와 '키벨리' 지분도 한때 20% 보유했다. 비엘에셋, 테라메탈테크놀로지, 키벨리는 2021~2022년 회사를 해산했다.
전우원 씨의 전두환 비자금 폭로가 이어지자 전우원 씨 새엄마 박상아 씨는 전우원 씨 웨어밸리 주식 가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전우원 씨가 웨어밸리 주식을 팔아 미국 유학비 약 5억 원을 갚겠다는 약정서를 썼다는 이유에서였다(관련기사 [단독] 전두환 일가 반격 신호탄인가…박상아, 전우원 웨어밸리 주식 가압류).
전우원 씨는 가압류 결정문을 받은 날 밤인 6월 6일 자정 무렵 유튜브에서 "2019년 약정서를 썼다. 전재용 씨가 노역 생활을 마친 후 생활비가 없다고 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5억 원을 어디서 산출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도와드리려고 서명한 계약서를 가지고 어떻게 청구를 할 생각을 하시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후 전우원 씨는 대외활동을 멈췄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던 게시물도 대부분 지웠다. 전우원 씨는 일요신문에 7월 6일 메시지로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싶다"고만 밝혔다.
전두환 일가는 전우원 씨 폭로 이후 외부 노출을 더욱 꺼리는 듯한 모습이다. 일요신문은 전재국 일가 가족회사 '실버밸리'가 운영한 과일가게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4월 보도했다(관련기사 [전두환 비자금 단독추적②] '돈이 어디서 나서 그렇게 쏟아부었나' 전재국 사업들의 부침). 당시 과일가게에서 만난 직원은 전재국 씨, 전우석 씨 등과 관련한 질문에 "회사 임원들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일요신문은 영업을 종료한 과일가게 안에 놓인 택배상자에서 전우석 씨 이름을 포착했다. 동봉된 물품은 과일가게에서 겨울철 판매한 군고구마 봉투였다. 전우석 씨가 과일가게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전우석 씨가 과일가게 운영에 적극 참여한 정황은 또 있다. 2022년 12월 온라인 취업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과일가게 채용공고에 적힌 담당자 이메일 아이디는 전우석 씨 영문 이름과 출생 연도로 조합돼 있다.
음악세계가 매년 개최한 '연천DMZ국제음악제'에서도 음악세계 이름이 사라졌다. 음악세계는 경기도 연천군과 함께 연천DMZ국제음악제를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열었다. 제10회 연천DMZ국제음악제는 7월 27일부터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 3년간은 행사가 없었다. 제10회 연천DMZ국제음악제엔 도비 약 5000만 원, 시군비 약 1억 1666만 원이 투입됐다.
예년과 달리 제10회 연천DMZ국제음악제 포스터에선 음악세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연천DMZ국제음악제는 2011년 제1회 땐 연천군과 음악세계 공동주최였다. 2012년 DMZ국제음악제 조직위원회(음악제 조직위)가 꾸려진 후 연천군과 음악제 조직위가 공동주최했다. 주관은 계속 음악세계가 맡았다. 2015년을 제외하고 주관사는 줄곧 음악세계였다. 2015년 제5회 땐 연천군과 음악제 조직위 공동주관으로 표기됐다.
애당초 음악세계와 음악제 조직위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음악제 조직위 역시 전재국 씨 영향력 아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 사무실은 전재국 씨가 소유한 경기도 파주 음악세계 사옥에 위치한다. 음악세계 사옥엔 음악세계, 리브로, 북플러스, 뫼비우스 등 전재국 씨 실소유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전재국 씨 측근이 조직위원을 맡기도 했다. 북플러스, 리브로, 지엘코리아 등 전재국 씨 관련 법인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적 있는 김경수 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음악제 조직위원이었다. 김경수 씨는 전재국 씨와 대학 동창이다. 김경수 씨는 음악제 카탈로그에서 SBG그룹(시공북그룹) 부회장으로 소개됐다. 시공사는 전재국 씨가 2018년까지 운영했던 출판사다.
음악제 운영위원들은 늘 전재국 씨 측근들이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위원을 맡은 김용진 씨는 현재 리브로 대표이사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위원을 맡은 정의선 씨는 현재 음악세계와 실버밸리 대표이사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위원을 맡은 김동일 씨는 현재 뫼비우스 대표이사다.
전우석 씨, 전수현 씨를 제외한 나머지 전두환 씨 손자들 대다수는 국민 시선을 피해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우원 씨 형 전우성 씨는 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EY-파르테논 미국 뉴욕지점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우원 씨 역시 귀국 전까지 EY-파르테논에서 일했다.
전두환 씨 딸 전효선 씨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서 태어난 두 딸은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상현 의원실의 한 전직 보좌진은 "두 딸 모두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왔고,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두 딸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으나, 자세한 건 잘 모른다. 윤 의원도 딸들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경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효선 씨는 인성교양대학 전임교수로 여전히 재직 중이다. 하지만 전효선 씨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요신문은 전효선 씨를 만나고자 6월 21일 서경대를 찾아갔다. 홈페이지에 전효선 씨 연구실은 한림관 1613호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한림관 1613호는 전효선 씨가 아닌, 전 아무개 군사학과 교수가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나온 번호로 수차례 연락해봤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서경대 인성교양대학과 교원 인사 업무 관리를 총괄하는 기획인사처 기획인사과 등에 문의했으나 전효선 씨 연구실이 어딘지 알 수 없다고 답해왔다. 이에 일요신문은 한림관, 은주1관, 은주2관, 혜인관 등 서경대 캠퍼스 건물들을 돌아다녀 봤으나 전효선 씨 연구실을 찾을 순 없었다. 전효선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일도 보냈으나 답장을 받을 순 없었다.
전효선 씨는 2006년 서경대 교양과정부 전임강사로 일하기 시작해 2012년 조교수로 승진했다. 그는 편법 임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서경대는 교양과정부 전임강사 채용 조건으로 영문학 석사학위 이상자를 내걸었지만, 그는 뉴욕대 법학 석·박사 학위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철수 서경대 총장(2004~2008년)이 그의 임용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한 총장은 육군사관학교 12기로 전두환 씨의 한 기수 후배다.
특별취재팀=김지영·남경식·허일권·노영현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