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전 씨 측 주총 소집에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과거 기록 모두 지우고 새 회사 세우려는 꼼수”
전재국 씨와 함께 북플러스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권명학 씨는 지난 8월 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통지서를 주주와 감사 등에 발송했다. 임시주총은 오는 8월 24일 경기도 파주시 북플러스 본사에서 '회사분할 승인의 건'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북플러스 최대주주인 유 아무개 씨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11일 법원에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주총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고 안건도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자는 유 씨, 채무자는 권명학 대표이사와 북플러스다.
북플러스는 1998년 10월 9일 서적 도소매업 등을 주목적으로 설립됐다. 당시 회사명은 (주)동국출판판매. 2005년 9월 1일 북플러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비상장법인이다.
북플러스는 도서 유통업계 2~3위를 지켜왔다. 그간 수많은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 책을 유통했다. 연간 매출은 한때 700억 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출판 산업이 쇠퇴하면서 2022년 매출은 300억 원대로 줄었다.
전재국 씨는 2018년 말까지 북플러스 전체 발행주식 40만 주 가운데 25만 8000주(64.5%)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전 씨가 보유한 주식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20만 4000주가 아버지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 일부로 검찰에 압류당했다. 압류된 주식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절차로 넘어갔다. 이를 유 아무개 씨가 2019년 5월 23일 낙찰 받았다. 최대주주가 전 씨에서 유 씨로 바뀐 것이다. 이후 전 씨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늘렸다. 반면 북플러스 지분 51%를 공매를 통해 취득했던 최대주주 유 씨 지분율은 떨어졌다. 그럼에도 최대주주는 여전히 유 씨다.
최대주주 유 씨는 현재 북플러스 발행주식 63만 4000주 가운데 20만 3950주(32.169%)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 403조에 따르면 회사(북플러스)를 위해서 이사 등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지위다.
전재국 씨는 현재 주식 12만 4000주(19.558%)를 보유한 주주다. 그는 북플러스 설립부터 현재까지 '회장'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4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비상무등기이사였다. 이후 현재까지 공동 대표이사이면서 사내이사로 북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 씨는 지난 5월 18일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로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전재국 오른팔'로 알려진 김경수 씨는 북플러스 주식 2만 3000주(3.628%)를 보유하고 있다. 김 씨는 북플러스 설립 때부터 2019년 11월까지 감사, 사내이사,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2021년 3월부터 현재까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김 씨는 북플러스 외에도 전 씨가 만든 7개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비롯해 주주 형태로 관여했다. 한마디로 전 씨의 재산관리인이다. 김 씨 역시 전 씨와 같이 법원 판결로 기타비상무이사 직무가 정지됐다.
전 씨와 공동 대표이사인 권명학 씨 역시 북플러스 비등기이사(부사장), 사내이사 등을 거쳐 2019년 9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현재까지 맡고 있다. 권 씨는 북플러스뿐 아니라 전재국과 전재국의 딸, 아들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주)음악세계의 전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또한 전재국 씨가 대주주로 있는 (주)리브로 감사를 맡고 있다. 김경수 씨와 함께 전재국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졌다.
한 회사의 특정부문을 별개 회사로 분할 독립시키는 회사분할은 회사 구조 변동을 가져오는 중차대한 경영 행위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분할이 이뤄지려면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 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또한 회사분할이나 분할합병을 할 때는 분할계획서나 분할합병계약서를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상법 제530조). 회사분할 등이 상당히 복잡한 일이고 주주 등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주주총회 이전에 주주들이 분할계획서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법적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채권자인 유 씨는 채무자인 권명학 씨와 북플러스 등이 이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한다.
유 씨는 "북플러스가 회사분할과 같은 중차대한 일을 진행하면서 주주총회 소집통지서에 어떠한 분할계획서도 첨부하지 않았다. 단순히 분할계획 승인의 건이라는 제목만 적어놨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분할계획서를 첨부하지 않은 주총 소집통지서에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총이 강행된다면 이는 주총 결의 취소의 사유가 된다는 게 유 씨의 입장. 설령 주총에서 회사분할 안건이 통과된다 해도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주총 안건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북플러스 전재국 대표이사와 김경수 기타비상무이사 등 이사진 두 명은 현재 배임과 횡령 혐의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혐의를 인정한 법원은 지난 5월 18일 전 씨와 김 씨 등에 대해 이사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관련기사 [단독] 법원, 전재국 배임 혐의 인정 "북플러스 대표이사 직무 정지").
법원이 인정한 전 씨의 배임 혐의는 크게 세 가지. △전 씨 등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북플러스와 관계사 '케어플러스'의 불투명한 자금 거래 △북플러스와 김경수 씨의 불투명한 자금 거래다.
당시 법원은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것은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 씨는 본안 판결(이사 해임 청구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북플러스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 직무를 집행할 수 없게 됐다. 김경수 씨도 같은 혐의로 북플러스 비상무이사 직무를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대해 전 씨 측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전재국 측이 갑자기 회사분할 카드를 빼들었다. 최대주주인 유 씨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 모두 전재국 우호지분권자다. 북플러스의 2대 주주는 전재국 씨가 대주주로 있는 서점 운영업체인 (주)리브로(지분율 25.868%)다. 따라서 8월 24일 주주총회가 진행된다면 회사분할에 대한 안건이 승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 씨는 "법원에서 전재국 씨의 배임, 횡령 혐의를 인정해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회사가 분할된다면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이사 해임 청구 소송 모두 무용지물이다"며 "전재국 씨가 회사분할을 통해 과거 기록을 모두 리셋(지우기)하고 새롭게 만든 회사에서 다시 이사 직위를 가져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플러스 이사진이 연루된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고 그들에 대한 직무집행이 정지돼 있는 상황에서 '회사분할 승인의 건'이라는 구조적 변동을 가져오는 내용으로 주총이 진행되는 건 매우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요신문은 북플러스와 전재국 씨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북플러스나 전 씨 측에선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