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신림역 인근 상인 등은 게시글보다 기사로 알게 됐을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25일 흉기난동이 벌어진 서울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흉기를 주문한 혐의(살인예비,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구속기소 된 이 아무개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협박죄 성립 여부에 대해 “협박성 표현이 도달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글을 직접 보지 않은 신림역 근처 상인 등은 게시글보다 기사로 알게됐을 것 같다”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댓글·문자·카카오톡 등을 통해 특정한 한명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글을 올린 것도 여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스포츠경기 중계 사이트에 협박성 글을 반복해 올린 사람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는 점과 피고인이 게시한 글을 직접 본 여성 이용자들은 피고인이 동일 IP 주소로 계속 글을 올려 공포심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반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지난 7월 24일 신림역 인근을 지나는 여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구매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는 이날 공판에서 본인의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