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난 총선 압승이 부담 작용, 국민의힘 윤석열 지지율에 명암 갈릴 전망…결국 투표율이 관건
#여야 ‘수도권 위기론’ 근거는?
수도권 총 의석수는 121석이다. 서울 49석, 인천 13석, 경기도 59석이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통해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지역구 전체 의석 253개 중 절반 가까이(48%)가 수도권에 쏠려있다.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수도권을 싹쓸이했다. 121석 중 103석을 가져갔다.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용산과 강남3구 등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인천은 2석(무소속 윤상현 의원 포함)이었고, 경기도 역시 7석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의 수도권 위기론 근거는 전화면접으로 실시되는 한국갤럽·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에서 서울·인천·경기 및 20대(18~29세) 구간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NBS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서울지역 지지율은 21%까지 떨어졌다(국민의힘 34%). 이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같은 기간 조사(2022년 8월 8~19일) 30%보다 9%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인천·경기는 민주당이 23%로, 33%의 국민의힘에 10%p 뒤처졌다.
한국갤럽이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서울 지지율이 국민의힘 34% 민주당 27%로, 7%p 격차를 보였다. 인천·경기지역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4%로 동률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은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띄웠다. 신 변호사는 지난 8월 3일 “국민의힘 자체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멸하는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수도권이 참 어렵다(이준석 전 대표)”, “인물난이 심각하다(안철수 의원)”, “당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에 나와 크게 경쟁력이 없다(윤상현 의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은 ‘공천 영순위’로 일컬어지는 지역구 당협위원장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국민의힘 내 공석인 사고 당협 36곳 중 수도권이 26곳이다. 경기도가 14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 9곳 인천 3곳이다. 공모를 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식돼 인물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ARS(자동응답)방식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서는 수치를 보였다. 알앤써치가 CBS 노컷뉴스 의뢰를 받아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는 51.9%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국민의힘은 28.7%에 그쳐, 두 정당의 격차는 23.2%p를 기록했다. 경기·인천 지역은 민주당이 45.1%로, 36.5%의 국민의힘에 8.6%p 앞섰다.
#"압도적 차이는 없을 것"
수도권에서 총선을 거듭할수록 민주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부분도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에 무게를 더한다. 2012년 19대 총선 땐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65석, 새누리당 43석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은 민주당이 82석, 새누리당 35석으로 차이가 커졌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103 대 19라는 일방적인 스코어가 나왔다.
그럼에도 양당이 지난 2020년 총선과 같은 압도적 차이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20년 총선 결과는 정치사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숫자다. 그런데 지난 총선보다 수도권에서 의석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민주당이 패배했다 말할 수 있겠느냐”며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당 지도부가 냉정하게 판단해 명확한 목표의석을 정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승패를 가늠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총선의 압승이 내년 4월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여권 관계자도 “유권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 그런데 수도권 지역구 상당수가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이들이 다시 나오고 국민의힘에서는 새 후보를 내세우면, 국민들은 새 인물에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불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토마토가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 인물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54.3%로, ‘현역 의원에 투표’ 25.4%에 2배 이상 높았다.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인천보다 서울에서 민주당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도 눈길을 끈다. 앞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를 봐도 경기도와 인천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3.0%와 50.2%로 절반을 넘었다(국민의힘 투표 경기도 32.3%, 인천 31.4%). 반면 서울은 국민의힘 투표가 39.2%로, 37.3%의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로 앞섰다.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서울 시민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문제뿐 아니라 서울의 유권자 지형이 달라진 구조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권의 한 전략통은 “수십 년 전 서울은 ‘DJ 불패’라는 말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에서 진 적이 없다. 그런데 서울은 늙어가는 도시가 됐다. 민주당 주력 지지층인 3040세대가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부자·노년층의 강세가 두드러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 정부 '중간평가' 성격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촉각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국민의힘 성적표는 초라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의 직전 2020년 4월 13일부터 14일까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당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59%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대에 갇혀있다. 한국갤럽이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4%로, 전주 대비 1%p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모멘텀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정평가 응답자 11%가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꼽았다.
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처가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이동관 방통위원장 방송장악 음모, 집중호우 오송지하차도 참사,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국정조사와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 등 ‘1특검·4국조’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고금리·고물가·세금 인상 등으로 민생이 더 어려워지면 ‘정권 심판론’엔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45% 정도는 돼야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한국 국민들은 ‘정권 심판론’ 정서가 강한데, 현 지지율이 이어지면 심판론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여기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 수도권”이라고 우려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는 37%를 기록, 2주 전 조사 대비 10%p 급등했다. 2주 전 대비 5%p 하락해 29%를 기록한 국민의힘에 앞섰다.
#30%대 무당층 어디로…
결국 수도권 맞대결의 승패는 투표율에서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야권의 전략통은 “역대 총선의 투표율 평균값을 기준으로 투표율이 평균보다 높으면 민주당이 승리하고, 평균보다 낮으면 국민의힘이 승리했다”며 “관건은 투표율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양당이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확실히 앞서는 지역구와 경합지역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확실한 지역이 전국적으로 80여 개가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길 만한 지역구는 이미 표가 결집했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플래카드와 거친 언행 등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겨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무당층 중도층을 내년 총선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8월 4주차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 무당층이 32%로 전국 평균(30%)보다 높다. 인천·경기 역시 30%로 높다. 또한 연령별로 보면 20대(18~29세)는 무당층이 48%로 절반에 육박한다(위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