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보다는 입시 중시되는 풍조 이어져…“학교에 넣고 방치하기보단 멘토 지정 등 도움 필요”

온라인에선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조별과제를 잘 수행해 더 높은 내신 점수를 받으려 하는데 백강현 군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여기면서 이런 상황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백 군 아버지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서울과학고에는 조별과제, 조별발표가 많다”고 밝혔다.
서울과학고는 영재교육을 위한 영재학교 8곳 가운데 한 곳이다. 그렇지만 이미 영재교육보다는 대학 입시가 더 중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 분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지만 이공계열이 아닌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지적도 많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8개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약계열 대학 지원 및 입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하고 7개 학교 졸업생의 의약계열 진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졸업생 2097명 가운데 졸업생의 12.9%인 270명이 의약계열 대학에 지원해 8.5%인 178명이 진학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2013학년도부터 의대 진학 시 아예 졸업을 유예하는 적극 조치로 인해 의약계열 지원 및 입학자가 전혀 없다.

현실적인 이유로 입시가 중심인 영재학교에서 조기 입학한 영재들을 위한 교육이 적절하게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백 군 아버지는 서울과학고가 백강현 군에게 “한 명 때문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는 입장을 보였다며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한다면 애초에 10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나. 머리 좋으면 정신력과 체력도 슈퍼맨일 거라 생각했나. 이런 시련도 다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나”라고 비판했다.
사실 서울과학고 등 영재학교에 입학한 이들은 모두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인 학생들이다. 뛰어난 학생과 그들 학부모에게 입학 자체도 어려운 영재학교에 입학한 만 10세 어린이 영재는 어떤 존재일까. 백 군 아버지가 공개한 학부모 엄마의 편지에는 “사회에서 천재인 줄 아는데 엄마도 천재라고 생각하는 듯. 우리 아이도 17개월 알파벳 다 알았고 4세 사칙연산 스스로 다 할 줄 알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영재교육진흥법은 제2조 1항에서 ‘영재’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제2조 8항에선 이 법에서 정한 영재교육대상자 중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이 현저히 뛰어나 특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영재교육특례자’로 정의하고 있다. 영재교육특례자에게는 상급학교 조기입학과 전학 및 배치 등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렇지만 ‘영재교육특례자’ 열 살 어린이에게는 대학 입시 중심의 영재학교는 물론이고 또래와 함께 할 수 있는 정규 교육 과정에도 낄 자리가 없었다. 백강현 군 아버지는 “자퇴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영재학교보다 영재 아동 개인 맞춤형 교육을 많이 한다. 아이가 수학이 뛰어나면 수학 교수에게 보내서 공부하고, 다른 과목은 일반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공부하는 식”이라며 “단순히 어린 영재 학생을 학교에 넣어 방치하는 것보다는 멘토를 지정해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여러 문제와 관련해 상담해주는 식의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이어 “대학에서도 인성과 리더십을 중시하면서 학생들을 선발하면 좋겠지만, 학업 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 현장에서 인성과 리더십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