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서류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도장도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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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의 정예 수사 인력이 집결해 있다. ‘특수통’ 심재돈 부장검사가 이끄는 특수2부가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또한 검찰은 은 씨가 지난 2006년 자신의 사촌동생 은경표 전 PD가 관여한 회사에 200억 원의 대출을 해주는 절차에 비리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당시 은 전 PD는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등 톱스타들을 앞세워 돈을 빌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들 유명 연예인들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가린다는 입장이어서 검찰 수사 불똥이 연예계로까지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전일저축은행 수사는 ‘투 트랙’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주주 은 씨의 구명로비 실체를 밝혀내는 게 첫 번째 포인트다. 사실 검찰은 지난해에도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었으나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해 결국 흐지부지됐다. 2008년 1월 구속됐던 은 씨가 형집행정지와 병보석 등을 받아내기 위해 여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확인작업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것이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P 씨가 은 씨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발견하지 못했다. 은 씨가 수감돼 있던 서울구치소까지 압수수색한 검찰은 은 씨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9000만 원가량을 받은 교도관 한 명을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봐주기 수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했는데 이는 은 씨가 평소 검찰 인맥 관리에 ‘남다른’ 신경을 써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은 씨의 한 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은 씨가) 친분을 과시했던 사람들 중엔 전직 검찰총장, 중수부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많았다. 은 씨는 이들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다며 금방 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검 중수부의 한 고위 인사 역시 “은 씨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을 변호사로 선임해 윗선에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말이 퍼져 수사팀에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검찰 측은 여러 차례 “은 씨 수사는 끝난 게 아니다. 확실한 증거만 나오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라고 반박해 왔다. 검찰은 이번 은 씨 수사를 통해 세간의 ‘오해’를 풀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은 P 씨 이외에도 2~3명의 전직 새누리당 의원들이 은 씨 구명로비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잡고 은밀히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은 씨가 수감 중이던 구치소를 직접 찾아 면회까지 했을 정도로 은 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친 MB계인 J 전 의원의 경우 오래전부터 은 씨와 친목 모임 등을 통해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호남 출신인 은 씨가 MB 정부 인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J 전 의원을 꼽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P 씨·J 전 의원 등과 은 씨 사이에 돈 거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은 씨는 앉은 자리에서 술값으로 현금 1000만 원을 지불했다는 말이 돌 만큼 통 크기로 유명하다. 명절 떡값은 기본이고 고급시계와 상품권 등을 수시로 건네며 인맥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계좌를 추적하면 (돈 거래) 흔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은 씨의 또 다른 불법대출 사례들도 검찰의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전일저축은행의 불법대출 규모는 4000억대에 달했다. 이 중 은 씨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돈은 약 270억 원이다. 은 씨는 지난해 11월 전일저축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 배임) 등으로 또 다시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은 씨가 대주주로서 사실상 은행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고, 은행 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적으로 대출된 돈의 액수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전일저축은행의 한 전직 임원도 “대출 심사라는 건 형식 절차였다. (은 씨가) ‘오케이’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이를 두고 거물들이 은 씨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은 씨가 지난 2006년 자신의 사촌동생 은경표 전 PD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스타시아엔터테인먼트(스타시아)에 200억대의 돈을 대출해준 것도 수사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당시 스타시아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대주주인 은 씨가 영향력을 발휘해 대출이 성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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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필요하다면 이들 ‘빅3’를 검찰청사로 불러 스타시아 대출과 관련해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추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일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체 이사로 재직 중인 방송인 신정환 씨는 이미 한 차례 검찰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거대한 비리를 덮기 위한 차원에서 연예계를 들쑤실 것이란 주장이었다. 나꼼수는 “연예인 사건을 써먹을 때다. 거꾸로 말하면 뭔가 크게 덮어야 할 것이 왔다는 얘기다. 일 년 전부터 만지작거리다 지금에서야 꺼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황당할 뿐”이라며 나꼼수의 시나리오를 일축했다. 대검 중수부의 한 고위 인사는 “저축은행 수사로 대통령 형님까지 구속시켰다. 더 이상 뭐를 덮는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은 씨 혐의가 나오는 대로 계속 수사해서 피눈물을 흘리는 서민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