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락 땐…일자리 7만개 ‘훅~’
▲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경우 고용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일요신문 DB |
경제성장률이 무엇이기에 숫자 하나에 많은 이들이 애를 태우는 것일까. 경제성장률과 같은 말은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다. GDP는 한 나라 안에 있는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새로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합산한 것이다.
이렇게 각 생산단계별 부가가치를 합해 나온 GDP는 흔히 ‘명목 GDP’라고 부른다. 명목 GDP는 해당 연도의 생산단계별 부가가치를 합한 것이다 보니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명목 GDP에서 물가상승률분을 제외한 것이 바로 ‘실질 GDP’다. 실질 GDP 증가율은 한 국가의 생산이 실제로 과거에 비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경제성장률로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값(전망치)은 대입하는 경우의 수에 따라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각 기관별로 전망치가 다르다. 한 기관 내에서도 투입 값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다르게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7%에서 하향조정할 때 부처 내에서 나온 값은 3.3∼3.5%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박재완 기재부 장관에게 보고됐고, 박 장관은 이 가운데 가장 낮은 3.3%를 골랐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한 국가의 실제 생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인 만큼 경제성장률 하락은 생산이 둔화됨을 의미한다. 생산이 둔화되면 당연히 일자리가 줄고, 가계 수입이 감소해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에 들어오는 각종 세금이 감소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일자리가 5만∼7만 개씩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5∼2007년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연평균 5% 내외의 성장을 해왔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는 매년 30만 개 정도 증가해왔다. 즉 경제성장률 1%포인트가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5만∼6만 개 정도 되는 셈이다.
이보다 일자리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9년과 2012년 사이 경제성장률과 취업자 증가율 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고용탄성치’가 0.29로 나타났다. 즉 우리 경제가 1%포인트 성장할 때마다 일자리는 0.29%포인트 늘어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취업자 수가 2400만 명 내외임을 고려하면 성장률 1%포인트당 일자리는 7만 개 정도 영향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고용시장에 새로 나오는 인구가 30만∼35만 명이라는 점이다. 현재 정부와 한은의 전망치대로 경제성장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고용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를 40만 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성장률과 고용 간의 관계를 보면 양질의 일자리로는 이뤄내기 어려운 수치다. 결국 청년인턴 등 임시적인 일자리로 채울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가구 소득 역시 감소하게 된다.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가구 소득은 0.47%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장률 감소는 법인세와 소득세, 소비세 수입 감소를 가져와 정부의 재정악화를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국세 수입은 1조 5000억∼2조 원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성장률이 낮으면 재정을 풀어서 임시적인 일자리라도 만들어내야 하는데 저성장이 지속되면 돈만 쓰고 국고 수입은 줄어 나라의 곳간이 비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의미를 갖는 경제성장률에 대해 세계적인 IB(투자은행)들이 우리 정부나 한은보다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 말에는 3.4%로 예상했으나 7월 말에는 0.6%포인트나 낮은 2.8%로 하향조정했다. BNP파리바는 6월 말 3.8%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 말에 2.5%로 1.3%포인트나 낮췄고, 노무라증권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월 말 2.7%에서 7월 말 2.5%로 0.2%포인트 떨어뜨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A-메릴린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이에 따른 유럽 재정위기 악화, 중국 경기둔화세 지속, 미국 경기 침체 등 악재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8%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제시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수출이 둔화돼 경제성장률 자체가 낮아지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총 수출증가율은 1.7%포인트 감소한다. 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하게 된다. 9%대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가까이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감소해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게 된다. BOA-메릴린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3%대 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및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