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 소나무 손질이냐 보존이냐 둘러싼 시각 차로 방치…국립공원 “효율적인 관리방안 도출할 것”
거제 9경에 속하는 바람의 언덕은 잔디언덕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 서있으면 남해안 특유의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좋아 언제부터인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게 됐다. 특히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이후에는 국민 힐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에 자생하는 소나무로 인해 경관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졌다. 소나무 번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람의 언덕은 원래 잔디만 있는 것이 특유의 자연경관이므로, 소나무가 자라면 그 비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산하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한려해상국립공원)는 기후변화에 따라 자생식물인 소나무가 자라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있음을 여러 채널로 통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관을 보호해야 할 국립공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난이 쏟아진다.
바람의 언덕은 행정구역상 거제시에 속하지만 자연공원법에 따라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묶여있다. 거제시 안에 또 다른 행정구역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곳에서 특정 행위를 할 경우 국립공원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거제시는 여러 차례 잔디언덕이 소나무언덕으로 변해가는 안타까움을 일찍이 인지하고 몇 해에 걸쳐 국립공원 측에 협의를 진행했다. 거제시가 바람의 언덕 경관을 지키기 위해 소나무 벌목을 시도하려 했지만 국립공원 측은 이를 거부했다. 국립공원 측의 완강한 벌목 반대로 시간이 흘러 소나무는 바람의 언덕 30%를 잠식하고 크기는 3~4m로 자라면서 바다가 보이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이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게 나은지, 경관보호를 위해 일부 손질을 가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공원법 제1조는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2조의2(기본원칙)에는 ‘자연공원은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서 현재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하여 보전하고, 생태계의 건전성, 생태축의 보전·복원 및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도록 지정·관리하고, 과학적 지식과 객관적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해당 공원의 특성에 따라 관리하고, 지역사회와 협력적 관계에서 상호혜택을 창출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에 근거해 바람의 언덕 자연경관을 지켜야 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국립공원 측에 있다. 비교적 오랜 기간 바람의 언덕은 잔디언덕으로 남아 있었다. 바람의 언덕 특성에 따라 잔디동산으로 보전하고 거제시와 협력해 상호혜택을 창출하도록 할 의무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 측에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거제시민 A 씨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자연경관을 보전하는 정책은 옳다고 말할 수 있으나, 지역 사정에 맞게 상호 협력해 자연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립공원 측이 전국 어디에도 없는 ‘바람의 언덕’의 자연경관을 사라지게 하는 행태는 재고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관계자는 “국립공원의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도모에 맞는 합리적 방안(보전과 이용)을 찾기 위해 관계기관·전문가와의 합동 현장 조사 등 관리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나무가 우리나라 자생종임을 고려해 경관 관리와 탐방객 이용 불편이 없는 효율적인 관리방안(가지치기 등)을 도출한 후 국민 정서에 맞는 바람의 언덕 보전에 우리 공단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