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라이즈·하이브 보이넥스트도어·CJ 제로베이스원 출격…‘새로운 10대 잡아라’ 총력전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K팝 시장의 계보를 써내려가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9월 4일 신규 보이그룹 라이즈를 정식 론칭했다. HOT, 동방신기, 엑소, NCT가 각각 1∼4세대를 대표했다면 라이즈는 5세대에 해당된다.
라이즈라는 팀명에는 ‘함께 성장(Rise)하고 꿈을 실현(Realize)해 나아가는 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쇼타로, 은석, 성찬, 원빈, 승한, 소희, 앤톤 등 7명으로 구성됐다. SM은 라이즈의 성공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짰다. NCT의 멤버로 활동하던 성찬과 쇼타로를 라이즈로 이식했다. 그 결과 적잖은 NCT 팬덤이 라이즈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4일 열린 데뷔 기념 쇼케이스에서 쇼타로는 “데뷔를 기다렸다.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팬들과 성장하면서 좋은 길만 걸어갔으면 한다”고 말했고, 성찬은 “NCT로 있던 시간이 의미 있었고 영광스러웠다. 라이즈로 새 시작을 하는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앨범 판매량을 보면 라이즈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9월 3일 기준 선주문량만 103만 장을 돌파하며 데뷔와 동시에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공식적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이미 광고시장의 러브콜도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전 입도선매하려는 광고주들의 노림수가 작용한 셈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SM엔터테인먼트의 아성을 뛰어넘은 하이브는 공교롭게 라이즈가 데뷔하는 날, 막내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쇼케이스를 열고 맞불을 놨다. 이들은 5월 말 하이브가 선보인 6인조 보이그룹이다. 2019년 데뷔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보이그룹인 동시에 유명 K팝 스타 지코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5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보이넥스트도어의 미니 1집 ‘WHY..’는 발매 당일에만 3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데뷔 싱글인 ‘WHO!’가 기록한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 11만 442장을 기록을 3배 가까이 뛰어넘었다. 괄목할 만한 성과인데 라이즈의 밀리언셀러 등극과는 비교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 그룹을 대하는 SM과 하이브의 자세부터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라이즈는 SM표 보이그룹의 계보를 잇는 그룹인 반면 보이넥스트도어는 ‘포스트 BTS’를 염두에 둔 그룹이라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만큼 홍보 마케팅 부분에서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앨범 판매량을 놓고 따졌을 때, 두 그룹을 압도하는 신인 보이그룹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워너원, 아이즈원 등 걸출한 그룹을 배출한 CJ ENM이 Mnet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한 9인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이다. 7월 발매된 이들의 첫 번째 미니앨범 ‘YOUTH IN THE SHADE (유스 인 더 셰이드)’는 발매 첫 일주일 동안 총 182만 2028장이 팔렸다. 라이즈보다 먼저 데뷔 앨범이 밀리언셀러에 오른 최초 사례다.
글로벌 팬덤이 그 원동력이다. 제로베이스원은 184개국 시청자들의 투표로 뽑힌 이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공식 데뷔 전부터 ‘보이즈 플래닛’을 본 시청자들로 결집된 단단한 팬덤을 확보한 셈이다. 이런 행보에 발맞춰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투자·제작에 집중하던 CJ ENM이 K팝 지식재산권(IP)를 대거 확보하며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왜 보이그룹일까?
지난해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였다. 블랙핑크가 150만 관객을 동원하는 월드 투어로 건재함을 과시하는 가운데 뉴진스, 아이브, 에스파,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등이 각축전을 벌였다. ‘보이그룹=팬덤’, ‘걸그룹=대중성’이라고 도식화된 편견을 비웃듯 걸그룹이 발표한 앨범이 잇따라 밀리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팝 전문가들은 “보이그룹이 살아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결국 팬덤의 크기와 결속력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성공의 근간은 단연 공식 팬덤 아미였다. 이들이 인종, 국적, 언어, 국경 등을 넘어 하나로 뭉쳐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견인했다. 하지만 남녀 성비를 놓고 보면 여전히 여성들의 비중이 높다. 또한 앨범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NCT 등 보이그룹의 역량이 압도적이다.
각 가요기획사 역시 보이그룹의 성공을 발판 삼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서 언급했던 SM 소속 보이그룹 외에 JYP에는 2PM과 갓세븐, 스트레이 키즈가 배턴을 이어받고 있고 YG는 빅뱅과 위너, 아이콘에 이어 최근에는 트레저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J ENM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살펴보더라도 ‘프로듀스 101’ 두 번째 시리즈가 배출한 보이그룹 워너원의 인기가 절대적이었다.
이는 남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보이그룹은 여성, 걸그룹은 남성 기반 팬덤이 더 강한 편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 팬들은 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보다 적극적이다. 그들의 자발적 참여와 홍보가 K팝을 글로벌 콘텐츠로 발돋움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이 없는 스타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력 가요기획사들이 내놓은 보이그룹들을 향한 전세계 팬들의 관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