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봉’ 만들기 어디서 본 듯하네
▲ 효성그룹의 3세 등 오너일가가 ‘계열사의 이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
올해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나 신세계의 광주신세계가 이 때문에 검찰수사와 세무조사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과정에서 1조 원대의 막대한 사회공헌과 증여세 납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효성그룹은 안정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지분 승계를 일찍 마무리지어 이런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참여연대가 ‘회사기회의 편취’ 문제를 거론하면서 효성건설을 언급, 이 회사가 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효성이 있음에도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효성건설을 키우고 있는 점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효성은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계로 그룹을 개편했다. 사업규모가 가장 큰 효성이 계열사 16개의 지분을 21∼100% 보유하고 있다. 효성캐피탈, 효성트랜스월드, 효성윈드파워홀딩스는 100%, 이지스효성은 90%, 더클래스효성은 85.75%, 효성이노테크 77.78%, 효성에바라 67%, 노틸러스 효성 43.5%를 가지고 있다.
효성의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은 일찍이 아들 3형제에 대한 그룹 분리를 잡음 없이 끝냈다. 조석래 효성 회장(70)의 동생인 조양래 회장(68)은 한국타이어로, 조욱래 회장(56)은 동성개발로 계열 분리된 상태다.
효성 또한 조석래 회장의 지분 10.29%를 비롯, 아들인 조현준 부사장(37) 7%, 조현문 전무(36) 6.62%, 조현상 상무(34) 6.61% 등 특수관계인이 30.7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들 3형제가 골고루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효성의 계열사 중 효성건설, 효성투자개발, 노틸러스효성은 3세인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형제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자본금 17억 원 규모인 효성건설은 효성이 50.59%, 조현준 형제 3명이 똑같이 각각 16.47%(합계 49.41%)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05년도 매출액 137억 6046만 원, 영업이익 2억 266만 원이다. 내부 직원의 횡령 사고로 14억 7300만 원이 영업외손실로 처리되면서 당기순이익은 (-)18억 4596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2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효성은 내부에 사업부문으로 건설부문을 두고 있는데, 건설산업에서 수반되는 거래인 하도급 부문을 효성건설에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결국 효성건설이 효성과의 거래를 통해 얻는 이익의 절반가량을 지배주주의 몫으로 돌리면서 효성과 효성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
2005년 효성건설의 매출 137억 원 중 80%에 해당하는 110억 원이 효성과의 거래를 통해서 발생했다. 2004년에는 96%, 2003년에는 66%, 2002년에는 71%의 비중을 보였다. 현재 효성건설은 도급액 148억 원 규모의 효성청담복합빌딩 신축공사를 비롯해 66억 원 규모의 군장신항배후부지 조성공사, 44억 원 규모의 효성파주교하아파트 신축공사, 42억 원 규모의 효성대구주상복합 신축공사 등의 도급공사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효성의 하도급이다.
효성투자개발도 효성건설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1973년 염색업체인 동양염공을 설립했지만 사업 부진으로 2003년 부동산 개발 및 투자, 임대·매매사업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효성투자개발로 변경했다.
자본금 8억 원 규모의 효성투자개발은 효성이 58.75%, 조석래 회장이 0.25%, 조현준 부사장이 41%를 가지고 있다. 조현문 전무는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효성건설과는 달리 조 부사장만이 지분을 가지고 있어 향후 후계구도를 예측해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2005년 매출액은 128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 당기순이익 44억 원이다. 매출액의 70%인 91억 원이 효성으로부터 받은 외주공사비다.
한편 효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효성캐피탈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내용도 3세 경영인들 개인적으로 채무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눈에 띈다.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로부터 각각 140억 원, 115억 원, 121억 원 규모의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이들로부터 받은 이자수익이 각각 6억 9791만 원, 7억 5547만 원, 6억 6262억 원이다. 이자율로 따지면 4.97∼6.52%의 비교적 저리인 셈이다.
효성캐피탈은 지난해 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으로부터 ATM장비 등을 44억 원에 매입한 뒤 이를 노틸러스효성에 리스하고 있다. 지난해 운용리스료수익으로 7억 3775만 원을 받았지만, 장비에 대한 감가상각비로 5억 5185만 원을 차감해 실제로는 2억 원이 되지 않는 수익이다.
노틸러스효성은 조현준 부사장 형제들이 각각 14.13%(합계 42.39%), 효성이 43.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금융자동화기기, 판매시스템 분석, 프로그램 개발용역, CMS 서비스 등을 사업내용으로 하는 노틸러스효성은 지난해 1761억 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21억 원, 당기순이익 5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을 효성캐피탈에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이다.
효성그룹은 효성 하나만 상장기업이고 나머지는 비상장이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와 효성과의 거래가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주주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효성이 회사익 편취라는 논란을 어떻게 잠재우고 3세 승계 작업을 진행시킬지 주목받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