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건물 등 3건 매각 대금 160억 원…지난 13년간 재산 41억 원 증가 그쳐, 나머지 행방 아리송
일요신문 취재 결과,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보유했던 부동산 3곳을 2012년, 2019년, 2021년 각각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총 160억 2500만 원에 이른다. 유 후보자는 2010년 재산 신고 당시 해당 부동산 3곳의 금액을 총 49억 6748만 원으로 신고했다. 2010년 재산 신고 금액과 비교하면 유 후보자는 부동산 매각으로 110억 5752만 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유 후보자가 매각한 부동산 3곳은 서울 청담동, 제주시 도련이동, 서울 수송동에 있었다.
유 후보자는 아내 강혜경 씨와 함께 보유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물과 부속 토지를 2019년 3월 147억 원에 매각했다.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인 해당 건물에서 1999년부터 연극 전용 소극장 유시어터를 운영했다. 유 후보자는 한때 해당 건물 5층에 거주했다. 현재 해당 건물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매입한 뒤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유 후보자는 2010년 청담동 건물과 부속 토지 가격을 44억 9369만 원으로 신고했다.
유 후보자가 처가와 함께 보유했던 제주시 도련이동 토지는 2021년 4월 13억 5000만 원에 매각했다. 유 후보자 토지 지분은 50%였다. 제주 토지 매각으로 6억 7500만 원을 챙긴 셈. 유 후보자는 2010년 제주시 도련이동 토지 지분 가격을 8079만 원으로 신고했다.
또 유 후보자는 아내 강 씨 이름으로 보유했던 서울 종로구 수송동 주상복합 로얄팰리스스위트를 2012년 11월 6억 5000만 원에 매각했다. 그는 2010년 로얄팰리스스위트 가격을 3억 93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유 후보자가 부동산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산술적으로 2023년 재산은 2010년보다 110억 5752만 원 늘었어야 한다. 하지만 유 후보자 재산은 2010년에서 2023년 사이 41억 439만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 후보자는 2012년~2021년 매각한 부동산 3곳을 포함해 2010년 총 121억 6536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023년엔 총 162억 6975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유 후보자의 부동산 매각 대금이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유 후보자가 보유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가격이 16억 원 상승한 점까지 감안하면 유 후보자의 2023년 재산 규모에 대한 의문은 증폭될 수 있다. 유 후보자는 2010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가격을 12억 7200만 원으로 신고했다. 2023년에는 28억 72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심지어 유 후보자가 2023년 신고한 재산 총 162억 6975만 원 중에는 2010년에는 보유하지 않았던 새로운 부동산 2곳 가격 53억 2106만 원이 포함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 트리마제(45억 원), 서울 중구 신당동 상가(8억 2106만 원)다. 트리마제는 축구선수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 등이 소유한 것으로 유명한 아파트다. 유 후보자와 아내 강 씨는 2020년 6월 트리마제를 45억 원에 공동명의로 매입했다. 그는 자신의 지분을 2022년 4월 강 씨에게 증여했다.
유 후보자가 2010년~2023년 사이 또 다른 투자를 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거나 흥청망청 돈을 쓴 것이 아니라면 재산을 축소 신고했거나 자녀 등에게 증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신고 누락과 편법 증여 의혹을 받았다.
그는 2005년~2006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시절 재산 신고를 하면서 외제 차 보유 사실을 빠뜨렸다. 일부러 외제 차 보유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기 하루 전 해당 외제 차를 매각했다. 평소 자동차와 대중교통 이용 대신 걷기를 권유하는 등 '걷기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 "고의는 아니었다"며 "처음에는 리스였기 때문에 신고가 안 됐다. 이후 무신경하게 넘어갔다"고 해명했다. 또 "공직자로서 부담이 돼서 (외제 차를) 매각 처분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이 뚜렷한 직업 없이 수천만 원의 예금을 보유한 배경에 대한 의문도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다. 2008년 기준 25세였던 유 후보자 장남은 예금액이 2005년 1400만 원에서 2008년 6100만 원으로 증가했다. 2008년 기준 21살이었던 유 후보자 차남은 예금액이 2006년 1300만 원에서 2008년 3000만 원으로 늘었다. 유 후보자는 2010년과 달리 2023년에는 독립생계를 이유로 장남과 차남의 재산 신고를 거부했다.
유 후보자는 "땅 투기 개념은 없었다"며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2012년~2021년 매각한 부동산 3곳 외에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경기 여주군(현재 여주시) 후포면 토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 연립주택을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았다. 유 후보자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여주군 후포면 토지는 여전히 보유 중이다. 용인 동백동 연립주택은 친형 부부에게 2017년 증여했다.
유 후보자가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한 부동산 취득 경위는 다음과 같다. 현재도 보유 중인 여주군 후포면 토지는 "산소가 그곳에 있는데 형이 혼자 이름으로 하면 혹시 나중에 후손들이 팔아먹을 수도 있으니 공동으로 두 사람 이름으로 해 놓자고 했다"며 "저희 8대조가 그곳에 모셔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매각해 6억 7500만 원을 챙긴 제주시 도련이동 토지 지분은 "처가가 '땅을 사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다. 반만 같이 사 달라' 그래서 1989년 같이 샀다"고 말했다.
2012년 6억 5000만 원에 매각한 수송동 로얄팰리스스위트에 대해선 "아는 분이 그 건물을 지으면서 구입하게 됐다. 부부가 많이 늙으면 시내 한복판에 작은 평수에 살자는 개념으로 샀다. 그런데 그게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하는 중간급 호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입주를 못 하고 임대했다"고 2008년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했다.
일요신문은 유 후보자의 재산 의혹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을 통해 질의했다. 하지만 9월 20일 오전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