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김주애 등 ‘디올 패션’ 국제적 화제…명품 카피 제품 북한에서 유행하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쳤다.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국제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만한 행보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고위층 여성들 핸드백이 주목받았다. 김정은을 수행하며 고가 핸드백을 들고 있는 ‘여성 수뇌부’들이 포착되면서다.
먼저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제품으로 추정되는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라지 사이즈 기준 공식 온라인몰에서 약 960만 원 가격에 유통되는 제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든 가방도 조명받았다. 최선희가 들고 있던 가방은 심지어 이미 단종된 모델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매체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가 들고 있는 가방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희귀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선희 가방은 타조가죽으로 만든 모델로 아이슬란드 중고품 거래 플랫폼에서 약 1만 달러(약 132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방한 당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핸드백을 메며 화제를 모았던 현송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이번 방러 수행 중 값싼 중국제 핸드백을 메고 있어 다른 의미로 주목받기도 했다.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수행단들의 럭셔리한 패션은 북한 인권문제와 오버랩되며 국제적인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전부터 백두혈통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들의 명품사랑은 남달랐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2023년 3월 ‘화성-17형 시험발사 참관’을 통해 등장했던 김정은 둘째 딸 김주애도 패션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주애가 입고 있던 옷 역시 크리스찬 디올 제품으로 약 240만 원 상당 가치로 추정됐다.
김정은 부인 리설주도 그동안 등장한 공식 석상에서 핸드백은 프랑스 명품 ‘크리스찬 디올’, 액세서리는 미국 하이엔드 쥬얼리 명품 브랜드 ‘티파니앤코’를 애용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정은 직계로 분류되는 김여정, 김주애, 리설주 등은 공통적으로 크리스찬 디올로 추정되는 제품을 착용하고 공식 석상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해당 브랜드를 백두혈통이 선호하는 까닭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개인별로 성향차가 존재하고, 그들이 봤을 때 디자인이 가장 기호에 맞는 제품이나 값이 비싼 제품을 골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 고위층들이 명품을 소비할 때 나타나는 성향은 존재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앙당 부부장급 인사는 가방, 구두, 벨트 등 제품에 있어선 이탈리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통상적으로 이탈리아에 나가 있는 북한 공직자들이 이런 물품들을 은밀하게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부들 손가방(핸드백)을 보면 거의 다 이탈리아 제품이다. 사치품 같은 경우엔 프랑스산, 이탈리아산, 영국산 등을 선호하는 흐름이다. 김정은 일가는 본인들이 원하는 것은 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반사회주의 단속을 굉장히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반사회주의 단속은 자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행동들에 대한 당국 감시를 일컫는 말이다. 일반 북한 주민들이 반사회주의 단속 대상이 되는 것과 별개로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 명품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사실상 북한은 왕정국가에 가까운 시스템”이라면서 “고위층들이 본인들을 특별한 신분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고위층들이 자신들을 특별한 계층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도덕적인 개념이 없어진 상황에서 ‘인민들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왕실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니 인민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북한 고위층들 명품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일반 북한 주민들은 봐도 그것이 명품 브랜드인 줄도 모르고,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여정, 김주애 같은 백두혈통이나 최선희, 현송월 같은 고위간부들이 명품을 착용한 사진이 관영매체에 보도되면, 북한 현지 재단사들이 그 제품들을 카피한다. 그리고 그 카피제품들은 북한 유행을 선도한다. 북한 주민들은 그런 제품들을 명품이 아니라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소식통은 “수도인 평양 사람들은 해외를 다녀온 사람들이 조금 있기 때문에 명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지만, 그밖의 지역에선 고위층이 착용하고 있는 제품이 명품인지 뭔지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면서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고위층이 아무리 값 비싼 제품을 치장하고 있어도 분노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보통 한 달을 일하면 월급이 한(1) 달러인데, 최선희가 메고 있는 가방이 만 달러라고 하면 주민들이 화가 나지 않겠느냐”면서 “만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가치 물건을 고위층들은 아무렇지 않게 메고 있는 상황인데, 북한은 이런 부분을 주민들에게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숨겨야만 유지가 가능한 체제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백두혈통과 조선노동당 주요 간부들의 명품 패션뿐 아니라 김정은 명품 사랑도 국제적으로 조명받은 이력이 있다. 그동안 김정은은 공식 석상에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IWC’ 제품을 손목에 차고 등장했다.
김정은 아버지인 김정일도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한을 일컫는 신조어)’ 명품사랑으로 조명받은 바 있다. 김정일이 ‘애민 행보’를 강조하려 입었던 낡은 인민복은 사실 영국산 최고급 원단인 ‘스카발’로 만들어졌다. 상하의 한 벌을 만드는 데 400만 원 이상이 드는 고급 원단이다. 김정은 역시 대를 이어 ‘스카발’ 원단으로 만든 인민복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