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높은 몸값 부담, 홈플러스·딜라이브 업황 부진…모던하우스 매각은 “추진하고 있지 않아”
#매각 난항 겪는 롯데카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해 9월부터 롯데카드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차적인 문제는 가격이다. MBK는 2019년 롯데카드 지분 59.8%를 1조 3810억 원에 사들였다. MBK는 롯데카드 매각가로 3조 원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혔던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손을 떼며 롯데카드 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MBK는 지난 5월 롯데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며 롯데카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로카모빌리티 매각가는 4150억 원이었다. 이는 곧 롯데카드 매각가가 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롯데카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여전히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증권사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추진하겠지만 보험이나 카드사는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롯데카드 매각 작업에 발목을 잡는 것은 악화 중인 실적이다. 롯데카드의 연간 순이익은 2020년 983억 원에서 2022년 273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꺾였다. 로카모빌리티 지분 매각 대금 등을 제외한 롯데카드 상반기 순이익은 107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9.1% 줄었다. 롯데카드의 건전성도 악화됐다. 롯데카드의 부실채권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0.79%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0.19%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로 인해 여신금융채권 금리도 올라 비용 급증으로 카드업계 전반이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롯데카드의 경쟁사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유치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업계 4위 자리싸움까지 치열해졌다.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몸값을 모두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IB업계에서는 지난해 MBK가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생활용품 기업 모던하우스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MBK는 2017년 이랜드그룹으로부터 6869억 원에 모던하우스를 인수했다. 모던하우스 운영법인 엠에이치앤코의 매출은 2021년 3815억 원에서 2022년 3897억 원으로 2.15% 상승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6억 원에서 315억 원으로 6.42% 증가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주요 유통사들이 유사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거나 인수 여력이 없다는 점이 모던하우스 매각 난항 요인으로 거론된다. 또 롯데그룹이 2021년 한샘을 인수한 후 인테리어 시장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2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늘의집 등 스타트업이 홈리빙 관련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는 와중 모던하우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대에 불과하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MBK는 공식적으로 모던하우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MBK 관계자는 “인수나 매각에 대해 확인하거나 말씀 드리지 않는다”면서도 “모던하우스는 매각 추진 중이지 않고, 재무 지원 차원에서 IB 선정에 대해 시장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딜라이브 '어떡하나'
인수 8년 차를 맞은 홈플러스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의 약진에 오프라인 대형마트 입지가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딜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가 급성장하며 홈플러스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1335억 원에서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2602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 동안 홈플러스의 부채비율도 664%에서 944%로 크게 증가했다.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고전 중인 현 상황에서 홈플러스 인수에 나설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에 MBK는 점포 매각을 통한 부동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카드처럼 몸집을 줄이고 있는 셈이다. 전국 홈플러스 매장은 2017년 142개였지만 현재는 132개로 줄었다.
MBK의 노력에도 홈플러스의 실적은 악화되고 부채가 증가하면서 신용등급도 하락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홈플러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홈플러스의 2012년 신용등급은 AA-였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집객력 약화로 부진한 영업실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는 투자집행이 뒤늦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매유통업계 내 높은 경쟁강도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큰 폭의 매출 회복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MBK가 2007년 인수한 케이블TV 딜라이브는 그야말로 ‘악성 재고’라는 평가다. 딜라이브는 2021년 매출 4042억 원, 영업이익 25억 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매출 4075억 원, 영업이익은 112억 원을 거뒀다. 언뜻 보면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딜라이브의 지난해 순손실은 772억 원에 달했다.
딜라이브의 경우 업황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케이블TV 시청자가 줄어들고 있고, 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이미 현대HCN, 티브로드, LG헬로비전 등을 갖고 있어 인수자를 찾기도 힘들 전망이다. 실제 KT는 지난 4월 딜라이브 인수를 최종 포기한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 200만 명, 점유율 5.6%에 불과한 딜라이브를 인수한다고 업계 판도가 바뀌지 않는다”며 “넷플릭스 등 OTT의 대두로 케이블 가입자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졌고 이미 케이블TV사를 인수한 통신사들도 후회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