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최초 여성 단독 MC부터 ‘따거’ 주윤발 내한까지…방문객들도 인산인해
10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은빈의 단독 사회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개최됐다. 당초 박은빈과 함께 배우 이제훈이 사회를 맡기로 했으나 그가 허혈성 대장염을 진단받고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박은빈이 영화제 최초 여성 단독 사회로 개막식에 서게 됐다.
이제훈의 안타까운 부재 소식이 전해지자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새로운 남성 사회자의 선정을 고려하는 대신 박은빈 배우의 단독 사회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선택했다. 이로써 박은빈 배우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최초의 단독 사회자이자, 최초의 여성 단독 사회자로서 개막식을 빛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사회를 진행한 박은빈은 "부산영화제 첫 단독 사회를 맡아 떨리기도 하지만, 이제훈 오빠의 응원과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 힘차게 진행해 보겠다"며 "부산영화제는 수많은 아시아 영화에 기회를 주고, 용기를 주는 곳이다. 열흘 간 좋은 작품을 만나고 수많은 영화인을 만날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설렌다"고 포부를 전했다.
박은빈의 개막식 선언 이후에는 지난 1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은막의 스타' 고(故) 윤정희의 추모 영상이 이어졌다. 1960~1980년대를 풍미한 '여배우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의 출연 작품들과 수상 장면 위로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의 연주가 더해졌다.
이날 고 윤정희에게는 한국영화공로상이 주어졌고 고인의 딸 백진희 씨가 대리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십여 년은 병과 싸워야 했지만 영화 '시'와 여러분의 애정이 멀리있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며 영화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인과 작품 '시'를 함께 했던 이창동 감독은 "윤정희 선생님은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배우로 제 마음에 남아있다"며 "엄마께 드리는 영광스러운 상이 딸에게 위로가 되길, 또 하늘의 별이 돼 지켜보고 있는 윤정희 선생님에게도 큰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수뇌부의 부재로 인한 직무대행체제 전환과 정부의 지원 예산 삭감 발표 등 안팎으로 불거진 악재 속에서도 담담히 진행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여러 잡음으로 사퇴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전 이사장의 부재로 이들을 대신해 영화제 호스트를 맡은 배우 송강호가 이례적으로 게스트를 직접 맞이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이 자리에서 이분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호명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다. 저와 비슷한 세대의 영화인이나 수많은 영화 팬에게 잊히지 않는 마음 속 우상, 수퍼 히어로가 아닌 스크린의 히어로다. 영화계 큰 형님이자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영화인이다"라며 주윤발(저우룬파)을 소개했다.
주윤발은 "배우 일을 시작한 것이 1973년인데 올해로 딱 50년이 됐다.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지만 뒤를 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라며 "내가 배우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홍콩 방송국, 내가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준 홍콩 영화계에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걱정 없이 앞만 보고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준 나의 아내에게도 감사하다. 의미 깊은 상을 주셔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감사하다. 그리고 한국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긴 시간 사랑과 응원을 주셨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감이 끝난 뒤에는 무대 위에서 객석과 함께 즉석에서 셀카를 찍어 관객들을 웃음짓게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배우 김영옥, 나문희, 박근형, 기주봉, 이성민, 유지태, 임수정, 오정세, 조진웅, 한효주, 차승원, 송중기, 한예리, 유승호, 이준혁 등 국내 스타들과 판빙빙, 존 조 등 해외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정지영 감독, 이창동 감독, 강제규 감독, 박흥식 감독, 민병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와이 슌지 감독, 정이삭 감독 등 국내외 거장이 자리를 빛냈다.
한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10일간 펼쳐진다.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등 4개 극장 25개 스크린을 통해 공식 초청작 69개국 209편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을 더해 총 269편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배우 고아성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한국, 장건재 감독)이며, 유덕화 주연의 '영화의 황제'(중국, 닝하오 감독)을 폐막작으로 축제의 막을 내린다. 10월 13일 열리는 폐막식의 공동 진행은 배우 홍경, 고민시가 맡을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