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완판하고 1년 동안 게임 미출시…패트리 직접 공지·홍보 나서 ‘프로젝트 운영 핵심’ 주장 우세
10월 5일 기욤 패트리 소속사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는 “패트리는 사업 주체나 고용 관계가 아닌 단순 어드바이저로 참여했다”며 “본인이 고소 내용을 확인한 상태다. 사건 내용에 관한 세부적인 사실관계는 조사 과정을 통해 정리될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 반응은 다르다. 패트리가 프로젝트 핵심이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로 활동했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먼저 기욤 패트리가 개발했다는 NFT 프로젝트는 ‘메타 어드벤처’(메어드)라는 디펜스 게임 형식의 NFT다. 이 NFT는 ‘P2E(Play to Earn)’ 게임을 내놓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2022년 2월 민팅(발행)했다. 이 게임은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로봇 좀비를 방어하는 디펜스 게임 형식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메어드 NFT 1만 개를 발행했고, 1개당 500Klay(클레이튼 기축통화)였다. 당시 1Klay 가격이 약 1500원이었기 때문에 NFT 1개당 75만 원 정도를 받고 민팅했다. 메어드 NFT는 기욤 패트리 등 유명인을 언급하면서 순식간에 완판됐는데, 당시 가치로 75억 원 정도 되는 금액을 벌어들인 성공한 프로젝트였다. 최근 80억 원대 사기 혐의라고 알려진 피해 금액 상당수가 이 당시 벌어들인 돈이다. 다만 성공은 여기까지였다.
민팅 이후 약 1년 동안 진행된 게 거의 없었다. 내놓는다는 게임도, 연관 토큰이나 코인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러그 풀’(먹튀)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기 시작했다. 약 1년 동안이나 프로젝트가 멈춰 있자 투자자들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로 쓰였던 ‘디스코드’에서 불만이 계속되기 시작했다.
메어드는 디펜스 게임 ‘사이버 코어’(Cyber Core)를 내놨지만, 원래 계획에 있던 NFT와는 무관한 디펜스 모바일 게임이었다. 게임을 해봤던 유저 A 씨는 “이 게임은 NFT로 플레이할 수 없다. 그냥 양산형 디펜스 게임들을 짜깁기해서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물이 기대 이하였지만 메어드는 1년 동안 유저들이 사소한 불만을 표하거나 운영진이 불편할 질문을 하면 강제퇴장 조치로 대응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 한 개만 쓰는 등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 때문인지 2023년 3월 10일 유저 B 씨가 “팀 멤버는 초창기 멤버 그대로인가. 아직 프로젝트 진행 중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메어드 커뮤니티 매니저는 ‘변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핵심 멤버인 기욤 패트리는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고 여기게 됐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메어드의 말과 달리 또다시 별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가상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백서를 삭제하기까지 했다. ‘백서를 왜 삭제했느냐’는 질문에 메어드는 ‘백서는 오래된 버전이어서 삭제했다’고 답했다. 이에 ‘백서를 다시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상식적으로 백서도 없는데 투자자들이 뭘 보고 NFT를 사겠느냐’고 물었지만 이 같은 질문과 불만에 메어드는 질문자를 강제퇴장 처리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졸속 대처가 계속됐다. 메어드가 내놓은 게임 캐릭터에 장터에서 약 7달러에 파는 그림을 사용했다는 게 적발돼 유저 불만이 더 가중되기도 했다. 이에 메어드는 ‘캐릭터 구매는 흔한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1인 개발사나 하는 일이지, 아트 디렉터도 있는데 그게 말이 되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결국 참다 못한 메어드 투자자들의 고소가 진행됐다. 여기에는 기욤 패트리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소송에 패트리 측은 ‘단순 어드바이저’라고 축소했지만, 업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패트리는 메어드 팀원 소개에도 ‘대체 불가능한 마법사’란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또한 메어드와 협업했던 관계자들은 ‘패트리가 계약서를 보내오기도 하고, 개발자 연결도 했다’고 말했다.
메어드를 잘 아는 가상자산 관계자는 “기욤 패트리가 단순 어드바이저라는 걸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기욤은 직접 공지를 쓰기도 하고, 계약서 전달에 나서기도 했다. 이 정도면 단순 어드바이저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것이다”라면서 “특히 기욤은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서 메어드가 투자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3월 메어드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 씨도 기욤 패트리가 ‘단순 어드바이저’는 아니라고 말했다. 변 씨는 “메어드는 기욤 패트리를 핵심 팀원으로 소개해 왔고, 실제로도 그렇게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디스코드에서 소통을 했고, 오프라임 홀더모임도 주최해 운영했다. 민팅을 유도하는 홍보 멘트도 적극 해오기도 했다”면서 “패트리가 운영주체임은 그동안의 활동들로 쉽게 증명될 것인데, 소속사 측은 금방 들통날 거짓말로 무마해 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한 기욤 패트리 측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