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경제적” 결혼 준비 복잡해지고 노동 세분화 영향 분석
21세 여대생 우시(가명)는 올해 들어서만 50차례의 들러리를 섰다. 친구나 지인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모두 비용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참여한 것이다. 일의 강도, 시간 등에 따라 비용은 최소 360위안(약 6만 6000원)에서 최대 490위안(9만 2000원)을 받았다.
주칭(가명)은 학교를 졸업한 뒤 전업 들러리로 진로를 정했다. 주칭은 들러리의 자격에 대해 “너무 아름다우면 안 된다. 또 키가 크거나 작아도 안 된다. 신부와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식 내내 사진작가가 신부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들러리는 신부의 동료이자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노출돼야 한다. 무엇보다 나의 정체가 알려져선 안 된다. 들러리를 고용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신부의 체면이 깎일 수 있다. 이 부분이 처음엔 무척 어려웠지만 이제는 차츰 터득하게 됐다.”
‘전문 들러리’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신부들이 단지 들러리를 못 구했기 때문이 아니다. 결혼 준비, 예식 등을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능력 있는’ 들러리들은 하루에만 여러 결혼식에 갈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500여 명의 들러리를 보유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결혼식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당일은 정신이 없고, 허둥댈 수밖에 없다”면서 “전문 들러리들은 앞에 나서진 않으면서도 신부를 따라다니며 도움을 준다. 비록 처음 본 사이지만 결혼식장에서만큼은 가장 친한 친구라는 느낌을 주도록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비용을 추가하면 결혼식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들러리를 구할 수도 있다. 앞서의 업체 관계자는 “사진작가를 구하고, 웨딩드레스와 화장을 잘하는 전문가를 찾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 회사에 소속된 들러리들이 이 모든 일을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엔 결혼식 전에 이뤄지는 ‘장혼화(한국의 함)’를 대비해 들러리를 구하는 신부들이 많다고 한다. 장혼화는 신랑 측이 신발 안에 ‘돈봉투’를 미리 넣어준 뒤, 신부 친구가 이를 가져와 신부에게 신겨주는 전통이다. 이 과정에서 신랑 측과 신부 친구 간 돈의 액수를 둘러싼 ‘밀당’이 벌어지고, 때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문 들러리들은 장혼화를 대비해 미리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분위기를 띄우는 동시에 신부와 신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노하우가 핵심이다. 주칭 역시 여러 번 장혼화에 참여했다. 그는 “돈봉투 가격을 올리는 데 동참하긴 하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양가 어른들, 신랑 신부 등과 얘기해서 즐거운 이벤트가 되도록 한다”고 귀띔했다.
주칭은 들러리 일을 막 시작했을 때의 장혼화 관련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주칭은 “들러리의 기본 규칙을 잘 몰랐던 시기였다. 신부 측이 돈봉투 가격을 높이려 했고, 이에 신랑 친지들이 (돈이 담긴) 신발을 숨겨버렸다. 그래서 내가 그 신발을 찾아서 뺏어오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분위기는 어색해졌다”고 했다. 그는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들러리는 선두에 나서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작 주칭은 자신이 결혼할 때 친구나 자매가 들러리를 서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내가 들러리를 섰던 한 신부의 결혼식 일이었다. 먼 곳에 사는 신부의 자매가 제대로 꾸미지도 못한 채 허겁지겁 식장으로 들어왔다. 그 자매는 하루 종일 신부를 따라다니며 궂은 일을 도맡았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중요한 순간은 진짜 친구와 자매가 봐야 한다”고 했다. 주칭은 “솔직히 들러리로부터 진심 어린 축하를 받을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인기가 많은 들러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또 원하는 들러리 일정에 맞춰 결혼식을 조정했다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9월 말 결혼한 시닝(가명)은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됐는데 들러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600위안(11만 원)이나 주고 들러리를 고용했다”면서 “아무리 급해도 아무나 들러리를 세울 순 없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니 비용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들러리 업계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수만 명의 들러리가 속해 있는 대형 업체도 생겨났다. 아직 개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갈수록 이런 전문 업체들의 점유율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경제무역대학 노동경제학부 장성강 부교수는 “들러리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긴 것은 우선 결혼에 대한 전통 인식, 절차 등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혼 준비 과정이 복잡해진 것도 전문 웨딩 서비스 일종인 들러리의 직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장성강 부교수는 “노동분업 세분화의 또 다른 형태로도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들러리를 돈 주고 고용하는 것이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일 때가 많다. 업체를 통한 비용 지불이 친구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면서 “들러리를 찾기 위한 수고를 덜어주고, 또 찾지 못했을 때의 난처함도 사라졌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