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만 운집 ‘풍선 효과’ 예상, 유관기관 특별 안전관리 등 긴장…“성숙한 시민의식 기대” 목소리도
#SNS에선 “나도 갈래”
이태원 참사 1주기인 올해 홍대에서 핼러윈 파티를 즐기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X(옛 트위터)에는 “핼러윈 때 홍대 가고 싶다” “이번 핼러윈은 다들 이태원이 아니라 홍대로 갑니다. XX 늙은이들아” “29일 핼러윈 기념 홍대 출몰할까 고민 중”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홍대에 위치한 한 파티룸 대여업체는 10월 10일부터 핼러윈 파티 테마로 꾸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다른 파티룸 대여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홍대 내 파티룸은 27~28일에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일부 홍대 클럽 역시 핼러윈을 맞아 이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홍대의 한 클럽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핼러윈 기간에 특별 예약을 DM(쪽지)으로 받는 상태다. 다른 클럽 역시 핼러윈 기간 예약을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따로 받고 있었다. 전단지나 홍보 게시물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누리꾼은 “이태원과 홍대 양쪽으로 나뉘던 인파가 홍대로 싹 다 몰릴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홍대상인회 역시 “올해 홍대 쪽으로 많이 몰릴 것 같다”고 상황을 예측했다.
홍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핼러윈 기간에) 손님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만큼 조용히, 또 안전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마포구는 2022년 핼러윈 기간 홍대입구역 승하차 인원을 토대로 올해 4만~7만 명의 인파가 홍대로 운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축제 금지할게요!’ 논란의 현수막 철거
홍대 거리를 관할하는 마포구청은 미리 대형인파 대비에 나섰다. 10월 6일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홍대에 위치한 춤 허용업소(클럽) 업주들을 만나 핼러윈 이벤트 자제를 당부했다. 또한 10월 10일부터 열흘에 걸쳐 홍대 인근 인파 밀집 지역에 부서별 사전점검을 실시해 위험 요소를 살폈다.
한편 선제 대응에 나섰던 마포구와 시민들 사이에서 잡음도 발생했다. 마포구는 10월 20일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할로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여러 군데 게시했다. 일각에서는 ‘축제를 금지한다’는 문구에 문제의식을 표현했다. 지자체가 자발적인 축제를 금지할 법적 권한도 없을 뿐더러 강한 어조에 관심 없던 이들까지 홍대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 현수막들은 약 15시간 만에 철거됐다.
홍대 거리에서 만난 30대 남성 김 아무개 씨는 “현수막을 보고 황당했다”면서 “구청에서 축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뉘앙스가 아닌 축제 자체를 금지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윤 아무개 씨(28)는 “홍대에서 축제를 금지하는 것이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이해는 된다. 만약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 작년과 같은 참사가 또 발생한다면 공무원들도 난처해지겠지만 사회적으로 너무 큰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축제를 즐기는 것을 어떻게 금지할 수 있냐”면서 “핼러윈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핼러윈 데이에 퍼레이드와 축제를 즐긴다.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사전에 박강수 구청장 주도로 핼러윈을 대비하기 위한 지역 간담회를 열었다. 결론적으로 상인연합회 등과 ‘핼러윈 기간을 안전하게 보내자’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인파가 몰리는 행사나 축제를 자제 요청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게 된 것”이라면서 “현수막 속 ‘금지’라는 단어에 대해 민원 제기가 지속적으로 들어와 철거하게 됐다”고 현수막 철거 배경을 밝혔다.
#특별 안전관리 어떻게 진행되나
마포구청은 10월 24일 ‘핼러윈 상황관리 특별TF’를 구성했다. 마포구와 유관 기관들은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홍대 일대 다중인파 특별 안전관리를 실시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마포구 공무원 600명, 경찰 1750명, 소방 300명, 민간 인력 200명을 포함해 총 2850여 명의 안전관리 인원이 투입된다.
마포경찰서는 홍대 홍통거리와 클럽거리에 경찰안내소를 설치하고, 보행혼잡 구간에는 안전펜스를 설치해 보행로를 확보한다. 또한 위험 단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차량진입을 금지하고 교통을 통제하는 방안도 실행한다.
마포소방서 역시 소방 순찰을 실시하고, 화재에 대비해 홍대 클럽거리 등에 5일 동안 소방차 75대와 응급차를 근접 배치한다. ‘보이는 소화기’도 레드로드(경의선 숲길부터 홍대, 당인리 발전소까지 이어지는 2km 길이의 테마거리) 일대에 24대 설치한다. 의료인 4명과 구급차 1대를 포함한 응급의료소도 함께 운영해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 대처한다.
마포구는 홍대 클럽거리, 홍대입구역 주변 등 6개소에 설치 운영 중인 AI 인파관리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CC(폐쇄회로)TV 화면을 통해 인파 밀집 정도를 AI가 분석해 위험 단계에 따라 정상·주의·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와 음성이 표출돼 보행자들이 쉽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홍대 레드로드는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으로, 경찰 소방을 비롯한 안전마포 핫라인 기관 모두가 강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구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안전대책은 부족보다는 차라리 과잉이 낫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는 핼러윈 기간 홍대를 찾는 구민과 관광객의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건 성숙한 시민의식
2022년에도 이태원 참사 하루 뒤인 10월 30일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홍대 거리가 붐볐는데, 올해 역시 지난해 참사 여파로 인파가 홍대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핼러윈 직전 10월 27일과 28일이 고비일 수 있다.
일요신문이 찾아간 홍대 거리에는 적어도 핼러윈 이벤트를 대놓고 홍보한 가게는 없었다. 국민 정서상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아직 아물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의 마포구청 관계자는 “간담회 때 상인들도 핼러윈 관련 홍보를 자제하자고 구청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김 아무개 씨는 “올해 핼러윈은 조용한 추모의 분위기로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자유인 만큼 안전과 질서가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진 교수는 “지난 10·29 참사 이후 국민들이 재난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상태다. 안전불감증도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핼러윈 기간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