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막기 위해 수사기관에 정보 제공 주장…법조계 “수사기관과 무관하고 수사 관할도 달라, 소설일 뿐”
경찰의 정식 수사가 시작되며 내사를 받던 이선균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될 즈음부터 ‘받은글’ 형태의 각종 ‘지라시’(사설 정보지 형태로 생성된 근거 없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경찰이 이선균 마약 관련 첩보를 입수한 계기가 수사 과정에서 유아인이 흘린 내용 때문이라는 지라시도 있다. 이런 얘기는 유아인과 이선균이 평소 상당히 가까운 관계였다는 내용이 더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법조계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데다 수사 과정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 만들어낸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해당 지라시는 유아인이 법정구속을 막기 위해 동료 연예인들의 마약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법정구속 여부는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이 판단한다. 경찰과 검찰은 모두 법원에 유아인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두 번 모두 기각했다. 이제 법정구속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구속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만 이뤄지게 된다. 심지어 1심에서 실형이 나올지라도 항소심 등을 감안해 법원이 법정구속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법정구속을 막으려면 재판에 잘 출석하는 등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법정구속은 수사기관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굳이 유아인이 다른 연예인 마약 관련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플리바게닝(형량 거래)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지만 마약 수사에서는 관례적으로 일정 부분 용인되는 경우가 있다.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수사기관이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유아인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는 이미 대부분 종결됐다. 경찰 수사는 6월 9일에 끝나 이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고, 검찰 수사 역시 종결돼 10월 1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연실 부장검사)가 유아인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제부터는 유무죄를 가릴 재판이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박정제·지귀연)는 유아인의 첫 공판기일을 오는 11월 14일 오전으로 정했다.
마약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에 협조적인 마약 피의자들은 경찰 수사 과정이나 검찰 수사 초기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유아인은 관련 혐의 대부분을 강하게 부인하며 전관 등 쟁쟁한 변호사로 대응해왔다”며 “유아인 기소 시점과 이선균 마약 사건이 알려진 시점이 묘하게 겹치기는 하지만 검찰이 유아인을 기소한 내용을 보면 낮은 처벌을 받도록 배려해주기는커녕 처벌 의지가 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유아인 관련 수사가 모두 종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코카인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유아인 사건은 다양한 마약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며 “재판 결과가 대중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검찰에 비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첩보 제공 등으로 협상할 사건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관할이 다르다. 유아인 사건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진행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로 송치된 데 반해 이선균 사건은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담당이다. 만약 지라시 내용처럼 유아인이 이선균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면 유아인의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나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에서 유아인의 내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