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조율 없이 일사천리, 반대 여론 과반 실현 가능성 낮아…야 “포퓰리즘” 여당서도 “시대 역행” 비판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30일 경기도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포시가 시민의 의견을 모아서 절차를 진행하면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하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김 대표의 결정은 대통령실 등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을 당과 사전에 상의했는지 묻자 “그 얘기는 처음 듣는데, 기사부터 차근차근 보겠다”고 전했다.
앞서 10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은 서울시에서 논의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김포시에서 먼저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본격적으로 상의하고 협의한 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11월 1일 ‘YTN 뉴스큐’에서 “(김기현 대표와) 발표 관련해서 사전 조율은 없었다”며 “서울 편입 문제를 몇 달 전에 당에 가서 협조를 구할 때 그때 당에서 메가시티 개념을 설명하기에 ‘아, 이게 당에서 준비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고 발표하실 때는 전혀 기대치 못했는데 뜻밖에도 진전된 발표를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경기도가 남북도로 분도를 추진하는 가운데 김포시에서 요구해온 방안이다. 그동안 김포시는 한강 이남에 위치한 만큼 경기북도로 편입되기 어렵고, 경기남도와도 인접지가 없다며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서울로 행정구역을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포시 교통난 해결도 서울시 편입을 주장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김포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10월 30일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포는 경기 남부에도 연접되어 있지 않고, 북부에는 일산대교 하나만 연접돼 있다”며 “(김포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니까 그런 특수성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니까 저희가 수긍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포시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여당과 김포시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김포시의 서울 통근·통학 비율은 12.7%로, 경기도 31개 지자체 중 10번째에 불과했다. 광명시가 20.4%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하남시(20.2%) 과천시(19.9%) 구리시(19%) 등 순이었다. 인구수로 살펴봐도 김포시는 6만 4명으로 11번째다. 고양시(16만 3298명) 성남시(12만 8860명) 부천시(10만 5457명) 남양주시(10만 2004명) 등 순으로 많았다. 교통난을 김포시의 서울 편입 근거로 삼기엔 빈약한 셈이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된다 해서 교통대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포시 교통난이 유명해진 건 인구 47만 도시에 2량짜리 ‘경전철’(김포골드라인)만 운행되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방화역에서 김포 장기역까지 지하철 5호선 약 28km 구간을 신설하는 사업이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추진됐다. 하지만 인천시와 김포시가 지역 정거장 수 등을 두고 대립하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어 지연되고 있다.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된다고 해서 인천시와의 갈등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에서도 이 점을 문제 삼았다. 11월 2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현실성 없고 졸속인 김포의 서울 편입안보다 김포 주민이 실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통 문제다. 5호선과 관련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노선 연장 확정을 이번 예산안에 담고자 한다면 담겠다”며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5호선 연장과 관련한 어떤 입장도 제시하지 않았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 안을 가지고 오라.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서 내년도에 바로 5호선 연장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질책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는 11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포시민들 입장에서 숙원 사업은 5호선·9호선 연장”이라며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게 되면 광역전철이 아니라 도시철도가 된다. 광역철도는 건설할 때 7 대 3으로 국비 지원을 받는다. 국비가 7이다. 그런데 도시철도는 서울시가 6이고, 국비가 4다. (편입되면) 연장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국비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역 철도인 5호선 연장 사업은 국비가 70% 투입된다. 나머지 30%는 인천시와 김포시가 거리에 비례해 분담 비율을 나눠서 낸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도시철도의 건설과 지원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60%까지 국비 지원)와 달리 총사업비의 40%까지만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김포 시민들의 서울시 편입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응답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관련 연구나 분석, 의견수렴 절차 등을 사전에 거치지 않고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먼저 발표했기 때문. 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김기현 대표 발언 이후에서야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한 일별 여론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포시는 11월 말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여론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1일 2024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매우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해보고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판단의 근거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11월 6일 김병수 시장을 만나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는지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2008년 뉴타운 열풍 노렸나
국민의힘은 김포시뿐만 아니라 구리·하남·고양·광명·부천 등 경기도 내 다른 인접 도시들도 서울로 편입시키는 ‘메가시티 서울’로 논의를 확장시키는 모양새다. 11월 2일 메가시티를 논의하고자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했고, 부산을 지역구로 둔 중진 조경태 의원을 특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정부 입법보다 절차가 간소한 의원 입법을 통한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총선 1호 공약으로도 내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메가시티 서울’이 총선용 반짝 제안에 그칠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현실화된 ‘수도권 위기론’ 등을 타파하고자 포퓰리즘 정책으로 승부수로 띄웠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메가시티 서울로 제2의 뉴타운 광풍을 노리고자 무책임하게 정책을 던졌다고 비판한다. 앞서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수도권 111개 지역구 중 81곳에서 승리한 바 있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의 현실화 가능성에 부정적 시선이 많다. 실례로 국민의힘이 TK(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지자체장, 시·도의회를 모두 장악했음에도 경북 군위군을 대구광역시로 편입시키는 데 약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하려면 서울시·경기도·김포시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는 국회에서 서울 편입과 관련한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 여당에서 추진하는 특별법도 과반 의석인 민주당이 거부하면 통과시킬 수 없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김 지사는 11월 1일 중국 방문 중 동행 기자단에게 “경제와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국민 갈라치기를 하더니 이제는 국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며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이라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안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1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포 등 서울 근접 중소 도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58.6%로 집계됐다. ‘찬성한다’는 31.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0%였다. 모든 지역에서(대구·경북은 오차범위 내) 반대 의견 비율이 더 높았다. 해당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지역인 ‘인천·경기’와 ‘서울’에서 반대 의견은 각각 65.8%, 60.6%에 달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인 ‘지방시대’와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우려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월 1일 SNS에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연일 회의를 열고 있다”며 “서울 확대 정책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아닌가. 뭐가 뭔지 어지럽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11월 3일까지 여당에서 띄운 ‘메가시티 서울’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던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예를 들어 특위위원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현안인데 부산이 지역구인 중진 조경태 의원을 앉혔다. 여당에서는 토목공학 박사 출신으로 도시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어서 임명했다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느냐.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도 무산시킨 게 국민의힘이다. 결국 흐지부지 끝날 이슈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