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치권 “김해·양산 편입” 주장에 경남 “부울경 행정통합이 우선” 반발
서울을 확장해 메가시티로 가야 한다는 구상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김포시를 비롯해 인근 복수의 자치단체를 서울시로 편입시킨다는 게 주된 골자다. 국민의힘은 11월 6일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 ‘메가시티 서울’ 추진을 논의할 당 기구의 명칭을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로 확정하고, 부위원장과 위원 15명 등 총 16명의 인선까지 완료했다.
서울 메가시티 구상이 나온 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남구갑)은 11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도 메가시티가 돼야 한다”며 김해·양산의 부산 편입을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도 같은 날 열린 부산시·국민의힘 부산시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메가 부산’ 추진 의지를 밝혔다.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조 의원은 “메가시티 서울 특위위원장을 맡게 된 만큼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메가시티 부산’을 재점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해·양산을 부산에 편입하는 ‘메가 부산론’이 대두되자 경남지역에서는 ‘현실성 없는 정치적 주장’이라며 발끈했다. 데시벨이 가장 높은 수준의 비판은 김해에서 나왔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11월 6일 오후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의 ‘메가 부산’ 요구에 대해 “정치적 의도에 따른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라며 “부울경 행정통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어 “김해는 시민 정서와 생활 여건을 놓고 봤을 때 동김해는 부산과 가깝지만 서김해는 창원과 가깝다”면서 “부산정치권에서 나온 김해의 부산권 편입 주장은 지역 실정을 모르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양산도 김해와 비슷한 반응이다. 양산 출신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를 맡으며 부산·경남 양쪽 정서에 이해도가 높은 김성훈 전 경남도의원은 “경남 김해와 양산은 도시 자체적으로도 특색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경남의 일부 시를 부산으로 편입시켜 지역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사전 토론과 주민 설명회 등 주민 의견 청취가 우선돼야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부터 복원해 지방도시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치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을 실천해 지방도시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과밀화된 서울과 수도권 편중의 메가시티는 도시 불균형과 국토 균형발전에도 역행한다”며 “수도권 집중화를 지방에 분산시켜 부울경, 대구·경북권, 호남권, 충청권 메가시티로 다극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11월 7일 ‘메가시티 논란에 대한 경남도의 입장’을 제목으로 한 성명서를 통해 “경남 및 부산지역은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과 인구와 경제 등 지역 여건이 다르다”며 “부산지역 일부 정치인이 주장하는 김해시, 양산시와 부산시의 통합 문제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어 “진정한 동남권 메가시티는 경남·부산의 행정통합을 통해 실현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경남도와 부산시 행정통합을 위한 지역의 관심이나 기대가 차츰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부 경남도의회 의장도 ‘메가 부산’을 비판했다. 김 의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정치권의 ‘메가 서울’ 구상에 편승해 부산시에 경남 김해시와 양산시를 편입하자는 ‘메가 부산’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나 이 사안은 경남도민의 동의 없이, 우리 도와 도의회 및 관련 지자체와의 합의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면서 “앞으로 우리 도의회는 도에서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경남·부산 행정통합에 뜻을 같이한다. 도와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