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대국민 사기극” 유정복 “포퓰리즘 불과” 비판론…오세훈 “긴 호흡으로 논의” 신중론
하지만 김포 등 서울 인근 도시들이 편입한 '메가시티 서울'의 청사진이 나오기도 전에 수도권 단체장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물론 같은 당 유정복 인천시장까지 “실현 불가능한 정치쇼를 중단하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강력한 우방으로 여겨지던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슈에 섣불리 올라타지 않는 모양새다.
먼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6일 오전 “서울 확장 주장은 대국민 사기극, 선거용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김포 시민을 표로만 보고 있다”면서 “제가 만난 김포시민들은 이걸 다 정치적 속임수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이 지난 30년 동안 일관되게 이끌어 온 국가 발전 방향은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지방자치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그 밖에 보수 정권의 대통령들도 이어온 대원칙이다. 과도한 서울 집중을 막고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자 하는 근본 가치가 고작 여당의 총선 전략에 따라 훼손되는 것이 참담하다”고 쏘아붙였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는 그동안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수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했고, 여러 지역을 돌며 공청회를 거쳤다. 여야 협의를 거쳐 도의회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이제 중앙정부에 주민투표까지 요청한 상태다. 그런데 서울 확장, 김포시 서울 편입은 이 과정 중에 하나라도 거친 게 있나”라고 되물었다.
김 지사는 “김포 시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교통 부분이다. 만약 김포시민을 위해 일을 하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경기도는 김포 교통 해결을 위해 이미 지하철 5호선 연장 확장 노선안을 국토부 산하 대광위(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대광위의 결정은 미뤄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서울 확장 주장이 선거용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의 국민의힘 소속의 유정복 인천시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유정복 시장도 김동연 경기지사와 마찬가지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 주장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정치쇼”라고 일갈했다.
유 시장은 6일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국민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하지만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은 제대로 검토도 안 됐고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유 시장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비판한 배경에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행정구역 개편을 위해선 주민 동의 또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나 서울시의회가 동의할 가능성이 없다고 유 시장은 보고 있다. 가령 김기현 대표 주장처럼 국회에서 특별법을 발의하더라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여당의 힘만으로는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유 시장의 생각이다.
유정복 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신중한 검토나 공론화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행정 체제 개편을 이슈화하는 것은 국민 혼란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정부는 물론 김포를 제외한 어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검토나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유 시장은 “서울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자는 주장은 건강한 지방자치제도를 만들려는 윤석열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면서 “김포의 서울 편입 시도를 당장 멈추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좋다”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같은 날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병수 김포시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 편입으로 서울이 바다를 가지게 돼 해양시대를 열 수 있고, 서울에는 문화시설을 지을 공간이 부족한데 김포 내 가용지에 문화시설, 산업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단계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에는 아직은 좀 빠른 국면인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효과와 영향 등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위한 ‘김포시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연말께로 예상되는 편입 관련 분석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편입 논의와는 별개로 그동안 서울, 경기, 인천이 협력해 온 것처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긴밀한 수도권 협력체계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밝히며 “총선 이후까지 긴 호흡으로 논의하는 게 도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