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선고 후 공식 행보 보여왔지만…다시 ‘칩거’ 모드 들어갈까
11월 8월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부장판사 이의영 원종찬 박원철) 심리로 열린 양 전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8월 마약 혐의로 체포된 전 아이돌 연습생 한서희 씨가 경찰 조사에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 혐의를 진술하자,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한 씨에게 증언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양 전 대표는 한 씨를 YG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불러 "너 하나 연예계에서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1심은 양 전 대표에 대해 "진술을 번복시키기 위해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보복협박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양현석)의 행위로 피해자(한서희)가 공포심으로 의사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진술 번복에 이르렀다고 인정돼야 하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증명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에서 면담강요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고 지난 9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표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전 대표의 보복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면담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양 전 대표는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대표로 상당한 재력을 보유하고 피해자보다 월등히 우월한 사회적 지위가 있다"며 "열등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야간에 회사 대표 사무실로 불러 질타하고 진술 번복을 요구하는 건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표는 소속 연예인인 김한빈의 마약 투약 등에 대한 진술 번복을 요구했고 실제로 그에 대한 수사가 내사 종결됐다가 공익 신고 이후 재개됐다"며 "피해자의 자유로운 진술이 제약됐고 형사 사법의 원활한 판단이 침해돼 죄가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 전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직후부터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론칭을 앞장서 알리는 등 다시 'YG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자리를 회복했다. 그러나 뒤집힌 판결로 인해 앞으로의 공개적인 행보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YG엔터테인먼트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재계약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형사처벌 딱지가 붙은 대표의 전면 활동은 소속사는 물론 아티스트들에게도 해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한편 이날 법원을 찾았던 양 전 대표는 선고 후 다소 당황한 듯한 얼굴로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취재진들의 질문 세례에 한 마디도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