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예상 깨고 우승 후보 급부상…대체 외인-두경민 활약 관건
#다크호스에서 우승후보로
시즌 전 DB의 선전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창단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정규시즌 우승 5회, 코로나19 탓에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20년에도 1위에 올랐던 명문 구단이지만 최근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다. 상위권에 올라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기억은 2018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도중 감독이 사퇴하는 아픔을 맛봤다.
새 시즌 DB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끈한 공격력으로 경기당 평균득점 95점(1위), 3점슛 10.1점(2위)을 기록, 리그 내 상위권에 올라 있다. 스틸(7.4개, 1위)과 블록슛(4.9개, 1위)에서도 좋은 기록으로 수비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당초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서울 SK와 부산 KCC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시즌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대부분 감독이 이들을 지목했다. DB는 강팀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창원 LG에 승리한 데 이어 KCC를 홈으로 불러들여 승수를 추가했다. KCC전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는 한때 20점차 가까이 점수가 벌어졌으나 이를 뒤집어내는 저력을 보였다.
#레전드 출신 감독의 데뷔 시즌
DB가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사령탑이다. 은퇴 이후 코치로 구단에 돌아온 김주성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구단은 김주성 감독에게 '대행 꼬리표'를 떼줬다.
김주성 감독은 선수시절 프로 데뷔 이후 줄곧 DB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 레전드 출신이다. DB의 모든 우승은 당대 최고의 빅맨 김주성 감독과 함께했다. 신인상, MVP 등 각종 수상에 영구결번까지 숱한 영광도 김 감독 개인에게 돌아갔다. 김주성 감독이 선수생활에서 물러난 이후 DB는 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주성 감독은 정식 감독 부임 첫 시즌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선수시절을 떠올리는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김 감독, 장신 포워드 윤호영(은퇴)과 함께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 당시 DB는 '원주산성'이란 별칭이 생긴 바 있다. 이번 시즌 DB는 원주산성이 부활했다는 평을 받는다.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에 김종규, 강상재가 함께 또 다른 트리플 포스트가 만들어졌다.
리그 내 최연소 사령탑인 김주성 감독의 유연한 선수 기용도 돋보인다. 로슨과 아시아 쿼터 선수 이선 알바노가 중심을 잡는 가운데 상대에 따라 박인웅, 최승욱, 김영현 등을 맞춤 기용한다. 이전의 DB가 세부적인 움직임을 선수 자율에 맡겼다면 김주성 감독은 디테일한 지시를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중 직접 시범까지 보이는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선수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리그의 지배자' 디드릭 로슨
DB 선두 질주의 중심에는 로슨이 있다. 득점(27.71점), 도움(4.86개), 리바운드(8.86개), 블록(1.86개), 3점슛(3.29개) 등 각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로슨은 리그 3년차를 맞은 KBL 경력자다. 고양 오리온에서 KBL 생활을 시작, 간판을 바꿔 단 캐롯에서도 활약했다. 당초 또 다시 이름이 바뀐 소노에서도 뛸 것으로 보였으나 임금체불 등 캐롯 시절 어려움을 겪은 터에 DB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슨은 DB를 선택한 이유로 자신과 같은 포지션에서 뛰었던 감독 김주성의 존재를 꼽았다.
이전부터 실력자로 통하던 로슨은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DB를 이끌고 있다. 특히 공격력에서 폭발력을 더했다. 지난 시즌 대비 평균 득점이 10점 가까운 올랐다.
적지 않은 도움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로슨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즐긴다.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온화한 성격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기량을 갖췄으나 종종 문제아적 행동을 일으키는 외국인 선수들은 KBL 구단에 스트레스가 된다. 소동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충분한 공격 기회를 받지 못하면 토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반면 로슨은 쏟아지는 찬사에도 공을 감독과 동료들에게 돌린다.
#로슨 원맨팀 아니다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는 로슨의 영향력이 크지만 한 명의 활약으로 DB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빅맨 로슨이 프론트코트를 넘나드는 활약을 펼친다면 백코트는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가 책임지고 있다. 알바노는 2년차를 맞아 더욱 원숙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평균득점 15.71점은 리그 내 가드 자원 중에서 3위의 기록이다(전체 11위).
로슨과 함께 원주산성을 구축한 김종규와 강상재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는 로슨이 폭발력을 낼 수 있는 버팀목이다. 상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수비 부담을 나눈다. 김종규의 존재감은 로슨의 DB 이적 배경 중 하나기도 하다. 강상재는 이번 시즌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평균 득점 12.71점과 도움 3.3개, 리바운드 6.43개는 그의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DB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로슨과 알바노가 많은 비중이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체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DB의 2옵션 외인 개리슨 브룩스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인 데 이어 부상까지 입으며 우려가 뒤따랐다. 이에 DB는 빠른 교체를 선택했다. 3시즌 전 고양 오리온에서 활약한 바 있는 제프 위디를 대체 선수로 불러들였다. 213cm의 장신을 자랑하는 위디는 일단 원주산성이라는 팀 색깔에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빠른 적응 여부에 로슨의 휴식시간이 달려 있다.
알바노의 경우 또 다른 백코트 에이스 두경민의 몸 상태가 중요하다. DB 유니폼을 입고 MVP 수상 경력이 있는 두경민은 실력 면에서 이견이 없는 자원이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개막 이후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복귀한다 해도 얼마나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두경민은 지난 시즌에도 25경기에만 출전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바라봐야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