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개 산단 조성으로 70개 기업 입주, 1500여 명 일자리 창출 전망
[일요신문] 여주시(시장 이충우)가 SK하이닉스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산단 용수공급을 위한 상생 협약 1년을 맞는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여주시는 물로 인해 40년간 규제를 받아온 만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지역과의 상생 협력을 주장했고, 일부 언론은 국책사업에 ‘발목잡기’라는 표현을 쓰며 반대 집회에 나선 여주 시민단체와 대립했다.
갈등은 3개월 만에 정부와 여당의 중재로 지난해 11월 21일 상생 협약을 맺으면서 마무리됐다. 반면 지난 9월 감사원은 소극 행정 개선 등 규제개혁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에서 인허가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여주시장에게 ‘주의 권고’를 내리면서 이 시장은 행안부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에게 SK하이닉스와의 상생 협약 1년을 맞아 협약의 진행 과정과 소회, 성과를 듣는다.
- 지난해 민선 8기 취임 직후부터 용수 공급 문제가 불거졌다.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민선 8기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시장직 인수위원회에 용인 산업단지 용수 공급과 관련된 각종 민원이 접수됐다. 급기야 용수 공급을 반대하는 민간 단체까지 설립돼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 여론이 여주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사업자 측에서는 동의서를 100% 제출하지 못해 관련된 인허가 조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주시가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육성을 지연시켰다고 몰아세웠지만, 당시 용인 클러스터 부지의 토지 보상도 절반 정도밖에 해결되지 않을 때였다. 정부 역시 인근 지역과의 상생 협력을 강조해 온 터라 결국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중앙 정부와 국회가 중재에 나서 3개월 만에 SK하이닉스와 상생 협약을 맺으면서 마무리된 것이다.
이번 일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지방 행정권의 남용 같은 피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정부가 국가 기간 산업을 추진할 때 국가 균형 발전 측면에서 소외된 지역은 없는지 형평에 맞게 조정하고 안배하는 종합적이고 세심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얼마 전 감사원의 규제개혁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용인 클러스터 산단 지연에 관한 ‘주의’ 권고에 대해 어떤 소회를 가지고 계신지?
여주에서 살아봤는가. 여주시민들은 하천 정화 활동이 생활화 되어있다. 하지만 물로 인한 규제는 있어도 혜택은 항상 남의 일이었다. 일방적으로 물을 공급받고 살아온 사람들은 보상은커녕 온갖 규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묵묵히 살아온 여주의 서러움을 모를 것이다. 물로 인해 규제만 받아온 여주시민과 취수장 설치에 반발하는 인근 주민을 위해 시장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다한 것 뿐이다.
- 어렵게 합의를 했는데 그 이후로 중앙 정부와의 협력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주시가 요구한 것은 지난 40여 년간 여주시의 발전을 제한해온 중첩 규제를 법의 취지나 현실에 맞게 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용수 공급 문제로 정부와의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규제 개선 건의도 설득력을 얻게 돼 몇 가지 규제 완화로 인한 실익도 있었다.
그동안 수도권 자연 보전권역 내에 있는 도시형 공장의 신설 및 증설 면적을 1000㎡로 제한해 여주시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지난 4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00㎡까지 가능해졌다. 공장 증설을 못 해 어려움을 겪어 왔던 여주 지역 내 120여 곳의 기업들은 물론 신규 투자 기업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자연 보전권역 내 6만~10만㎡ 규모 도시개발 사업 시 ‘국토부 협의’ 조항이 있는데 국토부가 이를 적극 협력해 주기로 해 지난 5월, 9만㎡ 규모의 창동지구 도시개발사업 설계용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또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을 변경해 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 2025년부터 재정비하도록 한 것과 공공하수처리시설 확충에 국비 등 120억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여주시가 처한 불균형하고 불합리한 규제에 공감한 결과로 보인다.
- ‘SK 하이닉스’와의 상생 협약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가장 먼저 이행한 것은 SK 하이닉스가 여주 쌀 소비증진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매년 쌀 200톤 구매 약속으로 올해 1월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기업 유치였다. SK 하이닉스는 여주시가 산업단지를 만들면 20개 이상의 반도체 기업이 유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는 성실히 지켜지고 있다. 시는 이미 조성 중인 2곳에 더해 신규로 13곳의 산업단지를 동시에 조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 기업의 군집이 아닌 혁신 클러스터로 역량을 강화해 산업 집적지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총 규모가 무려 90만㎡에 이른다. 입주 예상 기업들의 관심과 호응도 너무 좋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가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인 용인과의 근접성, 안정적인 전력과 풍부한 공업용수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이 통한 것 같다. 다만 중앙정부에서 소규모 산단의 동시 조성을 어떻게 볼지도 관건이고, 인허가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 끝으로 시민 여러분께 하시고 싶은 말씀은?
SK 하이닉스와의 상생 협약이 1년이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협약 내용은 기업과 경기도, 중앙 정부가 협력해야 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상생 협약의 방향이나 이행 여부가 앞으로 10년 여주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도 여주시는 여주의 발전을 옭아매는 중첩규제 완화를 위해 팔당 유역 7개 시군과 연대 협력하여 한강수계법 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항상 지역의 현안에 관해 투명하고 열린 자세로 시민의 소리를 듣겠다. 여주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응원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한편, 여주시는 인구 11만의 도농 복합도시로 1982년 수도권 과밀 억제정책에 따라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대규모 시설의 입지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1991년 환경정책 기본법 제정에 따른 ‘특별대책 지역’, 1999년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에 의거 한강수계 양안이 수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자연보전권역’, ‘특별대책 지역’, ‘수변구역’이라는 ‘규제 속의 규제’를 받고 있다.
유인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