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성소수자 주타깃 거짓 정보 남발…월 기사 30건 생산해 광고수익 100만엔 올려
도쿄 세타가야구의 한적한 주택가, 청년 T 씨의 자택 겸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27세인 T 씨는 “정치적 신념도 차별적 사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극우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일본 우익들이 좋아할 만한 루머를 생산하는 것이 주업무로, 하루에 한두 편의 가짜뉴스를 작성한다. 일주일에 4일 일하니 한 달에 대략 30편의 가짜뉴스를 내보내는 셈이다.
사이트에는 ‘[충격 사진] 중국 의류공장 빈대 무더기 발생, 일본에 옷과 함께 빈대 대량 수입’ ‘일본 성범죄자의 30%는 한국인, 너무나도 위험한 현실’ ‘일본 멸망인가, 트랜스젠더 남성의 짐승 같은 성범죄’ 등등 자극적인 제목의 콘텐츠가 100건 이상 게재돼 있다. 그러나 알맹이는 진위가 불분명하고, 왜곡된 것들 뿐이다.
가령 첫 번째는 “프랑스에서 대량 발생하고 있는 빈대가 중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유입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다. 자세히 보면 “농촌에 사는 저소득층 중국인들은 위생개념이 낮아 목욕을 자주 안 할 것”이라는 추측성의 글로 근거가 부족하다. 기사 내 이미지도 출처가 불분명한 극히 평범한 공장 사진을 싣고 있다.
두 번째도 제목과는 달리 “한국에서 성범죄 발생 건수가 3만 건을 넘었다”는 내용으로 일본 성범죄와는 관계없으며, 심지어 세 번째 기사는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처럼 사실과 거리가 먼 조잡한 글이지만, 세 개 모두 페이지뷰(PV) 50만을 돌파했다. 50만 명 이상이 이런 글을 열람했다고 생각하면 씁쓸함이 남는다.
T 씨는 “극우 사이트는 ‘제목 장사’다. 제목과 내용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태연히 말했다. 일반인도 과격한 제목을 보면 무심코 페이지를 클릭하게 된다. “증오심을 부추기고 확산시킬 만한 제목을 붙이면 그만”이라는 것. 내용으로는 제목과 언뜻 관련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없는 수치나 구체적인 예를 넣으면 된다. 요컨대 우익들이 적으로 여기는 중국과 한국, LGBTQ에 대한 혐오는 좋은 장삿거리다.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T 씨가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사이트의 월 페이지뷰는 320만 정도”라고 한다. 광고수입은 월 평균 50만 엔 이상, 100만 엔을 기록한 달도 많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계속 제공하면 수입원인 광고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규제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IT 저널리스트 미카미 히로시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인터넷 어디에 자사 광고가 노출되고 있는지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인터넷 광고 게재는 복수의 광고업체가 중개하는 구조라 파악이 쉽지 않다. 또한, 애초 기업이 극우 사이트에 광고가 실리는 걸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인 사이트는 극우 사이트에 광고가 실려도 브랜드 이미지가 딱히 훼손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극우 사이트만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리 사이트’까지 등장해 접근이 더 쉬워졌다. 이에 구글이나 야후 등 대형 검색엔진은 가짜뉴스를 양성하는 ‘악질’ 사이트에 대해 검색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세우기도 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실제로 T 씨는 “한때 구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조회 수가 급격히 줄어든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그래밍 데이터 소스를 복사해 다른 사이트를 만들고 다시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조회수도 그대로 복구된다.
이만한 전문성을 갖췄다면 일반 기업에 취직해도 될 텐데, 극우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 사립대에서 시스템 개발을 전공한 T 씨는 졸업 후 방송국에 취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능프로그램 AD로 4년간 일했는데, 기강을 잡는 선배 아래 허드렛일만 주어졌다. 그런 생활에 싫증이 날 무렵, 대학교 친구가 “우익인 70대 부모님이 모바일 메신저로 자꾸 이상한 링크를 보내와 난감하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사이트를 열어보고 제일 먼저 든 소감은 ‘허술하고 조잡하다’였다. ‘사이트를 좀 더 그럴 듯하게 만들면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한다. T 씨는 곧장 휴일을 이용해 사이트를 만들었고 뉴스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극우 사이트의 기사를 실을 뿐이었지만, 자체 기사를 하나씩 올리자 독자가 생겼다. 이후 광고수입으로 월 15만 엔이 수중에 들어오자 본격적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특정 나라와 특정인을 이유 없이 폄훼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 아니냐”고 묻자 T 씨는 “편하게 돈을 벌고 싶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고 불법은 아니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무책임한 말을 쏟아냈다. 아울러 “출근, 할당량, 인간관계 등 조직 생활에서 벗어나 일하고 싶었는데, 극우 사이트에서는 그걸 실현할 수 있다”고 당당히 답했다.
사회심리학자 우스이 마사시 교수는 “나만 잘살면 되는 시대, 막다른 세태를 보여주듯이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들의 목적은 가짜뉴스 확산에 따른 막대한 광고수입에 있으며, PV 지상주의인 만큼 앞으로도 자극적인 내용과 과격한 형태가 더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스이 교수는 “특히 극우 사이트가 활황인 배경에는 일본이 가난해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도 이웃나라 국민보다 낫다’는 것으로 자기긍정감을 채우려는 일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우스이 교수는 “극우 사이트의 가짜뉴스를 방치하면 일본 사회는 더욱 왜곡돼 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