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 좋지 않은 데다 지누스 부진에 부담 가중…현대백화점 “미국 시장 호전 전망, 국내 고성장 성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누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215억 원, 영업이익은 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70% 하락했다. 지누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연간 실적으로 보면 지누스 매출은 2020년 9895억 원, 2021년 1조 1238억 원, 2022년 1조 1596억 원으로 상승 추세였지만 올해는 역성장이 예상된다.
지누스는 1979년 설립된 침대 매트리스와 가구 제조·판매업체다. 박스를 활용한 압축포장 방식의 배송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5월 현대백화점은 창업주인 이윤재 지누스 회장이 보유한 지분 30%와 경영권을 8790억 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를 인수한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온라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누스가 부진한 것은 미국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지누스가 미국에서 올린 매출은 177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미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27% 줄었다. 미국 시장은 홀세일(도매·Wholesale) 판매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 시장의 주요 고객사인 아마존이 제품 발주를 줄였다. 아마존은 카테고리별로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판단할 때 자동 발주를 한다. 즉 아마존의 발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학교 기숙사에 학생들은 매트리스를 직접 사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지누스 매트리스는 저렴하고 배송이 쉬워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아마존에 재고가 쌓였다. 보관 비용도 많이 들어 아마존에서 발주를 줄였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구 부문 발주도 신통치 못하다. 3분기 매트리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5.1% 증가한 1475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침실가구 부문과 기타 가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5%, 47.2% 하락한 667억 원, 7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가구다. 지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영세 업체보다는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누스는 2019년만 하더라도 103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2020년 867억 원, 2021년 743억 원, 2022년 656억 원으로 수익성이 하락 추세에 있다. 올해 1~3분기 지누스 누적 영업이익은 16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482억 원) 대비 65.4% 감소했다.
지누스 인수로 현대백화점은 재무 부담이 확대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의 차입금은 2021년 1조 801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조 282억 원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PPA(Purchase Price Allocation·인수가격배분) 상각비로 올해부터 17년간 매년 400억 원 정도가 인식될 예정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PA 상각비 부담을 (현대백화점이) 상쇄하려면 지누스 영업이익이 연간 800억 원 정도는 넘어야 한다”며 “최근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경쟁사 브랜드가 판촉을 열심히 해서 아마존에서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경쟁사가 들어온 영향으로 지누스도 판매관리비를 일정 부분 써야 하는데 매출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으니 이익이 부진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 수익성이 하락한 데는 원재료와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국내 사업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점은 기대를 걸 만한 요소다. 3분기 지누스 국내 사업 매출은 10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94억 원) 대비 약 9% 성장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가 장악한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서 지누스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고가 제품까지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누스마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본업도 부진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3분기 현대백화점 매출은 2조 5375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2조 6656억 원) 대비 4.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22억 원에서 740억 원으로 19.8% 감소했다. 백화점 부문은 매출액이 지난해 3분기 대비 3.5% 증가한 4802억 원, 영업이익은 17.4% 하락한 7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해니 연구원은 “백화점 판매가는 물가가 상승하니 올라간다. 하지만 백화점 부문에서 한 자릿수 성장을 한 거면 물가 상승 대비해서는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올해 매출이나 이익 성장이 더뎠기 때문에 내년에는 기저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다만 명품 소비가 늘어 백화점 업계가 수혜를 입었던 코로나19 시기만큼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내다봤다.
그나마 면세점 사업 부문은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면세점 사업 부문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5% 감소한 2373억 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면세점의 경우 4분기에도 흑자 기조가 이어진다면 내년에도 큰 부담 없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의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올해 7월 신규로 개장한 인천공항 면세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누스는 전반적으로 침체된 미국 소비 시장이 금리 인하 등 정부 정책으로 점진적으로 나아질 전망이다. 또 지누스 한국사업 매출은 국내 가구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편입 후 월 평균 5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브랜드 신뢰도가 중요한 매트리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인지도가 낮았던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을 통해 후광 효과를 보며 성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화장품 사업 두 회사에 쏠리는 시선
현대백화점그룹에서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증손회사인 한섬라이프앤과 현대바이오랜드다. 한섬라이프앤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Oera)’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천연 화장품 소재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원료 사업을 펼친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한섬라이프앤은 올해 1~3분기 매출이 34억 원으로 지난해 1~3분기(23억 원) 대비 48% 늘었다. 하지만 순손실은 34억 원에서 43억 원으로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바이오랜드는 매출이 793억 원에서 785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영업이익 112억 원에서 92억 원으로 18% 감소했다.
앞서 지난 3월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기준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통보받았다.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에 따라 2025년 3월 1일 안에 현대지에프홀딩스 손자회사인 한섬과 현대퓨처넷은 2년 안에 각각 한섬라이프앤과 현대바이오랜드의 지분 100%를 취득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현재 한섬은 한섬라이프앤 지분 51%, 현대퓨처넷은 현대바이오랜드 지분 35%를 보유 중이다. 다른 기업에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룹사 향후 전략에 필요한 회사면 실적이 좋지 않아도 지배구조만 바뀔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퓨처넷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바이오랜드는 추후 지분 매각을 통해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할 계획이며 그 시기와 방법은 정하지 않았다. 한섬이 보유하고 있는 한섬라이프앤 지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