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17기로 법원과 밸런스 맞아, 최근 대통령실 제안도…‘지역구냐 비례냐’ 한 장관 차출 시기가 관건
#"중요한 일 하겠다" 한동훈 잇따른 광폭 행보
한동훈 장관은 1월 17일 보수 텃밭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전 법무 정책 현장 방문에 나섰다. 한 장관은 21일 대전을 방문해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CBT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KAIST 국제교류센터도 방문했다. 오는 24일에는 울산의 HD현대중공업과 UNIST를 찾아 조선업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참석하는 일정이지만,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는 발언도 눈에 띄었다. 대구스마일센터를 찾았을 당시에는 “대구 시민을 존경해 왔다”며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의견은 많을 수 있다. 총선이 국민 삶에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모호하게 답했는데,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출마 관련 질문에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출마는 확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장관을 잘 아는 법조인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한동훈 장관의 출마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최근 발언을 보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지 않냐.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법무부 장관 정도가 된다는 것은 개인의 의사보다 본인을 중용한 윗사람의 의사와 함께 움직이는 운명체가 된 것”이라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그런 무게감을 모르고 응했을 한동훈 장관이 아니”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출마 제안이 있었다면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도 후보군
대통령실 등은 후임 물색에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착수했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4역을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장관 정치 차출 필요성’이 거론됐는데, 이후 대통령실에서도 한 장관 후임 인재를 찾아놓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관련 흐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지시로 국정원 등에서 나서 유력 후보군을 추리고 이들에 대한 세평을 한 달 전부터 수집하고 있다”며 “현재는 박성재 전 고검장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성재 전 고검장은 1963년생으로 대구고와 고려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7기로, 윤석열 대통령(23기)보다는 6기수 위다. 나이는 1960년생인 윤석열 대통령이 더 많다.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데,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엄정한 성품으로 책임감이 강하고 강직하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재직 당시 각종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하며 기업 수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회사 돈 횡령 혐의로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 증여 사건 수사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구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근무 인연과 별개로 윤 대통령이 훌륭한 선배라고 평가를 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고검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군이었는데, 낙마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수장에 후배인 문무일 총장이 지명되자 사직했다. 박 전 고검장은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도 후보군으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강릉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오세인 전 고검장은 검찰 내 공안통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데, 오 전 고검장은 2014년 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에 대한 공소유지를 윤 대통령과 함께 조율한 적이 있다. 강원도 출신 법조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현 검찰 수장인 이원석 총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임기(1년여)가 남아 있는 만큼 이원석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차출할 가능성은 당장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27기들이 총장과 장관을 하면서 법원 조직과 비교했을 때 검찰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박성재나 오세인 전 고검장 중 한 명을 장관으로 낙점하면 대법원장 후보자나 대법관들 기수(13기~25기)를 고려할 때 밸런스가 맞는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수장들의 기수가 올라간 것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선배가 장관, 후배가 총장을 하는 과거 구성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이민청 설립 업적 만들고 나오나
하지만 인사 시점을 놓고는 여러 설이 나온다. 당초 11월 개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포함될 수 있으니, 조만간 ‘인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장관이 올해 안에는 그만두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4년 1월 초쯤 법무부를 나오는 시나리오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1월 11일 전까지 공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비례대표 출마 시 총선 30일 전에만 나오면 된다. 한 장관이 취임 초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민청 설립 등 법무부에서 확실한 업적을 만들고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앞선 한동훈 장관과 가까운 법조인은 “이번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물론, 검찰도 민주당의 ‘검찰개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장관에게는 선거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역구로 갈지, 비례로 가서 선거를 지휘할지를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 수뇌부의 판단이 법무부 장관 후임 인사 시점을 결정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