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등 법조계 “선 넘었다” 반응…“결국 총선이 관건” 판사 탄핵으로 확대 우려도
#민주당이 ‘탄핵 검사’ 2명 겨눈 이유
민주당은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와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 등 2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당초 민주당 ‘검사범죄 대응TF’가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사람은 4명이었다. 손 차장과 이 차장 외에도 임홍석 검사와 이희동 검사 등 총 4명이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2명으로 추려졌다.
손준성 차장검사의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정섭 차장검사의 경우 처남 회사 직원에 대한 범죄관련 기록을 무단 열람했거나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대기업 부회장 도움으로 스키장 리조트를 사용하거나 동료 검사들을 위해 처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부킹을 도와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의혹들 가운데 처가 및 자녀 위장전입 건은 김의겸 의원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보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는데, 제보자는 이 차장검사의 처남댁(현재 이혼 소송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정섭 차장검사는 자녀 위장전입은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한동훈 장관 "하루에 한 명씩 탄핵하나"
법조계에서는 이정섭 차장검사의 역할을 고려한 정치적인 탄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정섭 차장검사는 수원지검 차장검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지휘하고 있다.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이정섭 차장검사는 미진했던 수원지검 수사를 ‘강도 높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미션을 받고 내려갔다는 평을 받는다.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보복’이라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비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총장은 11월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이 발의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퇴근길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 발언이 나온 뒤 퇴직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검사의 신분보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한 핵심사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 권력을 남용해 이를 훼손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횡포”라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죄가 있다고 하면 수사를 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게 검사의 업무”라며 “사적인 의혹이 있다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감사 및 징계 등으로 얼마든지 확인해 대응할 수 있는데 탄핵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제부터 국회가 검사의 위장전입까지 확인해 탄핵을 시도했냐”며 “둘 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인물이라서 이뤄진 조치라서 검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나섰다. 11월 14일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장관 탄핵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제 하루에 한 명씩 탄핵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저에 대해 탄핵한다고 했다가 발 뺐고, 오늘은 검찰총장 탄핵한다고 했다가 분위기 안 좋으니 말을 바꾼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수사 차질 받을까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사 탄핵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차장검사와 손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철회하고 오는 30일 재발의하기로 결정했는데, 헌법상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에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면 의결된다. 민주당 의석수는 국회 재적의원 298명 중 절반 이상인 168명이기 때문에 당론으로 확정하면 탄핵안 의결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차질이 예상된다. 탄핵발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차장검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에서 배제된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에 있어, 일선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 이정섭 차장검사는 ‘대체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이다.
수도권에 재직 중인 한 검사는 “이정섭 차장검사는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밀어붙이는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며 “직무가 정지되면 대행을 보내거나 지검장이 직접 나서 지휘를 하면 되겠지만 그동안 수사를 맡아왔던 차장검사의 공백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검찰에서는 의혹보다 과도한 정치적 조치라고 탄핵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대다수는 ‘단순 비위’ 수준의 의혹만으로 국회가 나서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손준성 차장검사는 현재 유무죄를 따지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위장전입 등의 논란이 있는 이정섭 차장검사 역시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민주당은 자기들이 추진하는 그런 탄핵들이 인용될 가능성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총선 이후에 기각될 테니 남는 장사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탄핵을 남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결과 놓고 커지는 우려
검찰 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2024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해 지금과 같은 거야 상황이 계속되면 검찰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 있는 점 등이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이 분리 재판을 받게 된 점도 검찰과 민주당 간 갈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한 달이면 이재명 대표 변호인 측도 서류를 다 검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상황이다. 3000페이지 분량으로 자료가 많지 않아, 이르면 석 달 안에 결심이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3000페이지면 하루면 다 검토할 수 있다”며 “결국 몇 명의 증인을 부르느냐가 재판을 얼마나 끌고 가는지를 판단하는 몫인데 6명 정도를 부른다고 해도 두 달 안에 심리는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검찰 탄핵’이 총선을 앞두고 판사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탄핵되고 있는 사람들은 약간의 명분이라도 있지만 앞으로 4년 더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되면 검찰과의 전면전 구조로 가지 않겠냐”며 “판사나 검사 모두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면 트집을 잡아 탄핵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