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의사 밝히지 않았지만 2024년 동원 가능성…대부분 각 당 텃밭 지역구 원해, 경선 통과 미지수
이 밖에도 검사 출신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대략 30명 정도 되는 상황. 한때 100명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출마하고자 하는 이들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국민의힘 지역구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를 맡아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박균택 전 고검장처럼, 민주당 소속으로 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총선에 ‘역대급’ 규모의 법조인이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일단 신중한 이복현과 한동훈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카오를 겨눈 대대적인 수사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금감원이 특별사법경찰을 통해 대기업 총수를 직접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달라진 금감원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자연스레 내년 총선 출마설도 거론됐다. 언론으로부터 주목받는 수사를 직접 이끌어낸 것이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역할을 총선 전에 보여주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10월 1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에 혹시 출마할지 결정하셨냐”는 질의에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연말까지라든가 내년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족하지만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보다 앞서 열렸던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동훈 장관은 국감에서 ‘한국형 제시카법을 발표해놓고 총선에 출마한다고 몸을 빼는 것 아니냐’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 질의에 “총선이 많은 분들께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저도 마찬가지”라며 “총선 때문에 중요한 법을 안 올리나. 준비된 정책을 최선을 다해 설명해 드리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동훈 장관과 이복현 금감원장의 출마설은 꾸준히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 두 사람이 차기 국회에 들어와 당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검찰 고위직 출신 A 변호사는 “이미 법무부 장관과 금감원장으로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정치인의 삶이라는 궤도에 올라간 것”이라며 “혼자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 자리기에 윤석열 대통령 등의 의사에 어느 정도 발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과 정부가 강하게 원할 경우, 2024년 초에라도 총선에 동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둘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조금 더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또 다른 검사 출신 B 변호사는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눠본 이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출마 얘기에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반응을 하고 한동훈 장관은 말을 아낀다더라”고 귀띔했다. 처음 금감원에 갈 때부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누가 어디에서 나서나
사실 법조인들의 정치 도전은 오래된 트렌드다. 2020년 4월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법조인은 46명이 당선됐다. 46명 가운데 변호사 출신이 20명(43.5%)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출신 15명(32.6%), 판사 출신 8명(17.4%), 군법무관 출신 2명(4.3%), 경찰 출신 1명(2.1%) 순이었다. 20대 총선에도 49명이 국회에 입성한 바 있으니 법조인들의 ‘국회의원 도전’은 이상하지 않다.
다만 이번에 눈에 띄는 점은 ‘검사 출신’들의 도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은 국민의힘에서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고검장 출신 윤갑근 변호사(충북 청주상당, 전 충북도당위원장), 김경진 전 의원(서울 동대문을), 심재돈 변호사(인천 동구·미추홀갑 당협위원장),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충북 청주서원 당협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천안지청장 출신인 이정만 충남도당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인 천안을 지역구,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출신의 경대수 전 의원(사법연수원 11기)이 증평·진천·음성 지역구, 최기식 전 대구지검 1차장검사(27기)도 과천·의왕 지역구 국민의힘 위원장을 각각 맡아 민심을 다지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으로, 현재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도 출마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높다. 그는 국감에서 박성준 민주당 의원 질의에 “다음 총선에 출마할지, 안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주진우 법률비서관(31기), 이원모 인사비서관(37기),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28기) 등 ‘검사 출신 대통령실 핵심 3인방’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진우 비서관의 경우 부산 수영구 출마 가능성이, 이원모 비서관은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앞서의 A 변호사는 “박성근 비서실장이나 주진우 비서관은 둘 다 부산에서 출마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고, 그 밖에도 윤갑근, 김진모, 심재돈 변호사 등도 이미 각 지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지 않냐”며 “이미 현직인 창원지검 검사장 출신 유상범 의원, 대검 공안부장 출신 정점식 의원 등까지 고려하면 검사 출신 총선 출마자는 역대급 규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에서도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야당에서는 고검장 출신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2022년 10월 광주광역시 서구을 지역위원장 출마를 선언하며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이재명 당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 전 고검장(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 부위원장·당 대표 법률특보)은 최근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은 민주당 당대표 경선 현금봉투 사건 및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대선개입의혹보도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이다. 검사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출마하는 이들은 거꾸로 ‘검수완박 추진 및 검찰 개혁’을 출마 이유로 내걸고 있고, 국민의힘에서 출마하는 이들은 ‘검찰 권한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한때 한 조직에 있던 이들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들이 높은 지역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다수의 출마 희망자들이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을 희망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선 B 변호사는 “최초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전·현직 검사들 중에 ‘출마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힘 지원자들은 충남이나 부산 등을, 민주당 지원자들은 전라도를 지원하고 있어 경선을 통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한동훈 장관이나 이복현 금감원장처럼 전략공천 대상이 되지 못하는 한, 여느 정치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셈인데 검찰 출신이라는 것이 무조건 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