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프라퍼티 대표가 전략실장 겸직…“온라인 강화 기대 이하 실적으로 다시 오프라인에 힘 싣겠단 의지”
이명희 회장의 ‘직속조직’으로 알려진 신세계 경영전략실의 역할이 강화된 것은 지난 정기인사와 같은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동안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과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를 맡기는 모양새였다면 지난 9월 정기인사와 이번 전략실장 교체 등은 이명희 회장 체제로 회귀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경영전략실장에 오른 것은 신세계가 다시 ‘잘하던 걸 잘하자’ 기조를 세운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세계도 온라인 강화 전략을 펼쳤으나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다. 이에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쇼핑몰 사업을 주도해 온 프라퍼티 대표를 경영전략실장에 선임해 오프라인에 힘을 싣겠다는 이명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것이다.
신세계 전략실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탄생한 전략기획실에 뿌리를 둔다. 그동안 기획조정실, 경영지원실, 전략실 등으로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이번에 경영전략실로 개편됐다. 기존 전략실은 지원본부와 재무본부 체제로 운영됐는데 지난 17일 이후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로 개편됐다. 경영총괄에는 허병훈 부사장이, 경영지원총괄에는 김민규 부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신세계는 조직도상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크게 나뉘는데 최상단에 이 두 조직을 이어주는 경영전략실이 존재한다. 과거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 총수에 오른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고, 이 회장과 그룹 경영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전략실이 담당했다. 총수가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략실을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기에 오랫동안 전략실은 ‘이 회장 직속조직’이라 불렸다.
이명희 회장이 남매경영 구도를 본격화하면서 전략실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해 이 구도는 강화됐다. 그러나 지난 9월 인사에서 이명희 회장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주요 계열사 대표를 맡고 남매의 측근들이 물러나면서 이 회장 체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동안 G마켓 인수 등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는 쿠팡에 매출 기준 ‘유통업계 1위 기업’ 타이틀도 내줬다.
지난 3분기 신세계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4% 감소한 1조 497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율은 코로나19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했던 2020년 이후 가장 컸다. 지난 1분기에는 11.5%, 2분기 16%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3분기 매출 감소율이 더 높아진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도 1318억 원으로 13.9% 줄었다.
3분기 이마트의 매출은 7조 909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7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22.6% 감소했다. 순이익은 83.8% 급감한 201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그룹 합산 매출은 37조 5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948억 원으로 18% 하락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감소, 39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이 지난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역대급 물갈이’가 단행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용진의 남자’라 불리던 강희석 전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물러나고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였던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의 대표를 맡는다. 또 정유경 총괄사장이 임명한 손영식 대표 대신 신세계센트럴시티의 박주형 대표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겸직한다. 한채양‧박주형 대표 모두 전략실 출신으로 이명희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두 달 만에 단행된 경영전략실장 교체와 경영전략실 역할 강화도 이명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경영전략실) 개편을 통해 각 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그룹의 미래 지속 성장을 이끄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G마켓, W컨셉, 신세계야구단, 와이너리 인수 등으로 그룹의 재무 부담이 가중됐는데, 이에 대해 이명희 회장이 브레이크를 건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9월 정기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와 경영전략실 역할 강화 모두 이 회장의 뒤늦은 수습 아니겠는가”라며 “그동안 남매에게 맡겼지만 ‘머니 제너레이팅(돈을 버는)’ 사업이 아닌 돈만 쓰고 자멸해버리는 꼴이 돼 버렸기 때문에 이명희 회장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에게 경영전략실장을 겸직하게 한 것은 신세계 ‘본업’에 집중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의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스타필드와 청라 돔 야구장 사업 등 대형 자산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임영록 실장은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직무를 수행하며 스타필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여러 관계사와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해 실장 자리를 맡겼다고 신세계는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최근 오프라인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먼저 내년까지 5개의 새로운 이마트 점포 부지를 확보 할 계획이다. 2020년 141곳이었던 이마트 점포는 현재 133곳으로 줄었다. 이를 다시 늘리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리뉴얼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서울 월계점‧인천 연수점‧일산 킨텍스점, 이 3곳은 이미 복합몰 형태의 ‘더타운몰’로 개편했다.
한 유통 전문가는 “갑작스럽게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인 신세계는 G마켓 인수 등 지난 몇 년간 온라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과가 저조하고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이런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프라퍼티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최근 신세계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사업”이라며 “스타필드 청라 야구장, 화성 테마파크 등 굵직한 사업들이다보니 전략실장으로서 현안도 챙겨 보면서 프라퍼티 업무도 같이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