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마리나에 출자 계속, 해변 침식현상 ‘불똥’ 우려도…“매각 계속 추진” 성사 여부 미지수
#설립 이후 줄곧 적자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11월 대한항공이 60억 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왕산레저개발은 1333억 원을 들여 경제자유구역인 인천시 중구 왕산해수욕장 일원에 왕산마리나라는 요트경기장을 지었다. 이 시설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사용됐다. 2016년에는 요트 300척을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 항만을 조성했다. 왕산마리나는 2017년 일반인에게도 시설이 개방됐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에 현재까지 2000억 원가량을 투입했다. 하지만 3분기 말 기준 왕산레저개발의 장부가액은 1684억 원으로 투자금액을 밑돈다. 2021년에는 83억 원을 출자했지만 40억 원의 장부가액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올해는 406억 원을 출자했지만 402억 원의 평가손실이 났다. 왕산레저개발의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에 대해 402억 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지고 있었다.
왕산레저개발은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9억 원으로 2021년(16억 원)보다 19% 증가했다. 첫 매출이 발생한 것은 2016년이다. 그해 1718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4억 원으로 2021년(19억 원) 대비 소폭 늘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연결 기준으로 보면 모회사와 자회사 간 자금만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보유 현금 자체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별도 기준으로 보면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꾸준히 출자를 하는데 손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익창출력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 자체적인 입장에서는 지속해서 출자금이 나가는 회사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왕산레저개발은 비용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생겼다. 최근 인천 중구청은 왕산해수욕장에서 최근 관찰된 해변 침식 현상이 왕산마리나와 연관이 있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왕산마리나 건설 과정에서 왕산해수욕장으로 유입되는 파랑(바다 표면부에서 일어나는 물결)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천 중구청은 115억 원을 들여 침식 방지 사업을 실시할 계획인데 여기에 왕산레저개발이 일부 사업비를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인천 중구청 한 관계자는 “해수부 연안정비계획에 (침식 방지 사업안이) 반영돼야 해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다만 (침식 방지 사업에) 115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12월 중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과 협의를 할 예정이다. 국비 70%, 구비 15%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이라도 인천경제청이 대주는 방식으로 협의하려 한다. 인천경제청에서도 왕산마리나 측과 별도의 협의가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원인을 놓고 다툼의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재추진 전망하지만…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대한 부담을 언제 떨쳐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추진했다. 1차 매각 협상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왕산레저개발을 1300억 원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협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1년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 2차 매각 절차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한 차례 더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대한항공 재무구조는 개선되는 추세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2020년 말 660.6%에서 올해 3분기 말 198.69%로 낮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화물 호황으로 실적이 상승했고, 팬데믹 이후에는 국제선 운임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해 대한항공의 매각예정자산에서 종속기업투자로 분류된 상태다.
사정이 나아졌지만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 매각 계획을 완전히 접은 상태가 아니다. 언제든지 인수 희망자가 있으면 협의를 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합병이 되면 인력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조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이 된다면 아시아나에서 대한항공도 구조조정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이때 대한항공에서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며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왕산레저개발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우정 국립한국해양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계류하지 못한 레저 선박이 많다. 마리나의 기본적인 기능은 선박을 계류하는 것이다. 수요만 놓고 보면 마리나의 성장성도 긍정적이다”며 “다만 선뜻 마리나 운영을 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이 없다. 우리나라는 마리나가 경기장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여건 자체가 수익성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특히 인천은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측면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송기문 한국관광레저개발원 사무총장은 “마리나 산업은 연중 온화한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활성화되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는 요트나 보트가 다 묶여 있다”며 “또 마리나는 아직 특수계층만 누린다는 인식이 있어서 골프나 캠핑처럼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은 계속 추진하고 있다. 왕산마리나 운영자금이 계속 필요해 출자를 하고 있다. 레저 문화가 발달하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왕산해수욕장 관련 비용의 경우)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에 대한 영향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왕산레저개발 한 관계자는 “적자를 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공항세관 날인 없이 이륙했다고…’ 러시아 과징금 소송 3심으로
2022년 2월 러시아 관세당국은 대한항공에 83억 루블(약 1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1년 2월 인천~모스크바~독일 행 대한항공 화물기가 모스크바 공항세관 직인 날인 없이 모스크바 공항을 이륙했다는 이유다. 관세당국이 부과한 과징금은 대한항공 화물기 가액의 50%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부과 받은 과징금 규모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날인을 제외한 모든 절차는 지켰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연방관세청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어 대한항공은 모스크바 상사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7월 나온 1심 판결에서 과징금은 절반가량인 41억 루블(약 590억 원)로 줄었다. 대한항공은 항소했다.
지난 10월 16일 나온 2심 판결에서는 대한항공이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즉, 과징금을 590억 원에서 더 줄이지는 못한 상태다.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한항공은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사법체계는 4심제라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징금과 관련해 억울한 면이 많기 때문에 법적으로 끝까지 소명해보고자 하는 입장”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