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 장관 출마가 국민의힘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한 장관의 출마가 국민의힘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2024년 총선은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치르는 선거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총선이 치러진 경우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6대 총선 한 번밖에 없었다. 임기 3년 차는 매우 어중간한 시기다. 임기 3년 차에 치르는 선거에서는 아무래도 정권심판론이 선거판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구도를 바꾸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16대 총선 당시를 보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은 총선 직전에 새천년민주당을 창당, 분위기 쇄신을 통해 정권심판론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이런 결과는 그만큼 정권 심판 구도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여당 입장에서는 정권 말기에 치르는 선거가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이명박 정권 5년 차에 치러진 19대 총선의 경우,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는 여당 승리였다. 여당이 승리한 이유는 차기 대선주자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름으로써 ‘회고적 투표’ 성격의 총선을 ‘미래 가치에 대한 전망적 투표’ 성격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 윤석열 정권은 바로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정권 말기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의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에서는 현재 여권 차기 주자 선호도 1위인 한동훈 장관을 등장시켜 선거를 전면에서 이끌게 함으로써, 회고형 투표를 미래 지향적인 전망형 투표로 바꾸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정권 심판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동훈 장관의 인기나 정치 감각을 놓고 보면, 그를 총선에서 전면에 내세워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공동 선대위원장 같은 역할을 맡길 경우,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 장관을 비례대표 후순위에 배치해 선대위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한 장관의 등판이 국민의힘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두 번째 측면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담당했던 ‘신선함’을 한 장관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한 장관이 부분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이준석 신당이 출현한다고 하더라도 그 충격을 상당 수준 완화시킬 수 있다.
실제 한 장관 행보가 주목받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를 보더라도 한 장관의 출현은 이준석 전 대표에게 일종의 ‘걸림돌의 등장’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한 장관의 출마는 총선에 파란을 몰고 올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한 장관이 당연히 차기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한 장관은 바람몰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정치 감각을 지닌 인물이지만, 아직까지 정치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 감각보다는 정치력이다. 만일 한 장관이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총선에서는 현 정권의 대리인 취급을 받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심 이런 시나리오를 바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도 망가질 것이고, 국민의힘도 정권심판론 구도를 바꾸지 못해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번 선거에서의 국민의힘 운명은 한 장관이 보여주는 정치력에 따라 결정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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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