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한화갑 전 대표, 김근태 의원, 추미애 의원 | ||
신주류 중심의 신당추진 모임(의장 김원기 고문)이나 구주류측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회장 박상천 최고위원)에 모두 비판적인 중도파는 최근 들어 외연이 크게 확대됐다. 신주류가 신당 추진 과정에서 전략·전술적 실수를 연발하면서 신당 대열에서 이탈하는 인사들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
특히 이 중엔 지난 대선 기간 선대위의 주요 포스트를 맡으며 ‘신주류 핵심’으로 불렸던 중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탈(脫) 신당파’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현재 민주당 내에선 신주류 신당 강경파와 구주류 ‘정통모임’ 핵심멤버를 제외한 60~70여 명이 중도파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주류의 ‘신당 이탈’ 대열에는 추미애 의원이 일찌감치 앞장섰고 ‘조건부 지지’였던 조순형 김상현 의원도 신당추진 모임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또 대선 기간 선대위 홍보위원장으로 활약했던 김경재 의원도 지난달 말 신주류 핵심인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후 중도파 결집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며 대선기간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던 신계륜 이낙연 의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여기에 중도파들의 행보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온 한화갑 전 대표도 2일 독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 당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 중도파의 또 다른 축인 김근태 의원도 기존의 ‘분당 반대, 통합신당’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으론 당의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는 재야파 측근 의원들의 줄기찬 권유에 따라 일단 신당추진 모임에서 발을 뺀 후 다른 중도파 중진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 조순형 의원(왼쪽), 김경재 의원 | ||
조 의원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승만 정권 당시 야당인 민주당 구파의 보스로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조병옥 박사의 아들. 신파의 거두였던 정일형 박사의 자제인 정대철 대표와 함께 민주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양축이다.
김경재 의원의 경우는 신주류 핵심부의 신당 전략에 대한 불만과 지역구(전남 순천) 사정이 가장 큰 이유. 김 의원은 특히 얼마 전 정 대표와 이강래 이재정 의원, 이강철 대구시지부장 내정자 등 신주류 핵심인사들에 대해 ‘양아치’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요즘 호남에서는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도 못 따라가는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해 신당에 거리를 두게 된 배경이 지역 정서와 무관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중도파들 움직임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사는 역시 한화갑-김근태-추미애 의원의 행보다. 정치적 비중이나 당내 위상을 감안할 때 이들 세 사람의 움직임은 신·구주류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 특히 최근 세 사람 간에 신당 정국의 진로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교감을 나눈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이들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당내에 확산되고 있으며, 한 전 대표가 물밑에서 연대를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외형상 구주류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분류되어 왔으나 실제로는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원내총무 등이 주도하는 ‘정통모임’과는 명확히 거리를 두고 움직여 왔다.
특히 같은 동교동계로 정통모임에 참여중인 최재승 의원 등이 “형님이 (모임에) 함께해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한 전 대표는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아울러 최근 부산 방문 등을 통해서는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추진하는 외연 확대식 신당이나 당명 개정 등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당내에서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우선 한 전 대표와 김근태 의원 간의 연대설은 당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사안. 한 전 대표는 신당 논의 초창기부터 김 의원에게 직접 “신당 갈등이 본격화되면 당이 시끄러워질 테니 김 의원은 한발짝 물러서 신·구주류와는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해 왔으며 “민주당의 진로가 신당이 됐건, 리모델링이 됐건 김 의원이 당의 질서를 잡아나가는 데 역할을 하면 당 대표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재야 출신 이창복 김영환 심재원 의원들과도 접촉하며 중도파의 세력 결집을 위해 김 의원을 적극 설득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분당을 막기 위해서는 김 의원이 신당추진 모임에서 발을 빼고 당면한 당내 위기부터 수습하는 데 참여하라”고 적극 권유했으나 김 의원이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자 재야 출신 의원들의 논의 테이블에 김 의원을 제외시키는 등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 김 의원도 측근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재야파 의원들로부터마저 ‘왕따’ 당할 위기에 처하자 최근 들어 향후 행보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
추 의원측은 “그동안은 신·구주류 양측 모두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지냈지만 이제는 신당 갈등이 당의 분열 위기로 치닫고 있는 만큼 추 의원도 당내 중진으로서 제 목소리를 냄과 동시에 당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혀 곧 뜻을 같이하는 당내 중진들과의 공동대응을 모색할 뜻임을 시사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추 의원의 ‘전당대회를 통한 당내 위기 수습’ 주장에 한 전 대표측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나섰다는 점. 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 신당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추 의원의 입장을 보면 한 전 대표와 흔히 말하는 ‘코드’가 맞는다. 특히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위기를 먼저 수습하고 신당 문제는 추후 보다 많은 당내 인사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논의해야 한다는 점, 위기 수습을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신당에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 등은 한 전 대표의 지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한 전 대표가 독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7월2일)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추 의원을 만나 향후 진로 문제를 협의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두 사람 간 연대 움직임이 무르익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