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전문가 “과거처럼 빈대 박멸 안 되지만 확산 단계는 아냐”
지난 9월 대구에서 빈대가 출현한 뒤 전국에서 빈대 의심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 정부는 빈대가 해외에서 소지품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발표했다. 한 해충 전문가는 "토종 빈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해외 여행객을 통해 들어온 외래종 빈대가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해외에서 유입된 빈대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아닌 빈대의 등장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갔고 빈대와 팬데믹의 합성어인 ‘빈데믹’, 빈대에 대한 공포심을 의미하는 ‘빈대 포비아’ 등 신조어도 등장했다.
#빈대 특수 맞은 기업들
국내 방역업계 1위 세스코는 한국공항공사, 코레일 등 공공기관의 요청을 받고 전국적으로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대형 호텔인 호텔신라, 파라다이스호텔 등 숙박업계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선제 방역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민간 방역업체와 협력해 빈대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빈대 출현이 확인되면 민간 방역업체에 의뢰해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 몇몇 지자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빈대 방역이 가능한 업체를 안내하고 있다.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는 빈대 출현 이후 방역업체 이용률의 변화에 대해 “예전엔 빈대를 잘 몰라서 방제할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알게 되면서 방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1년에 한 번 정도 할까 했던 빈대 방제 세미나도 보건소나 지역 업자들의 필요에 따라 12월에만 4건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와 위생 케어 서비스 업계도 주목받고 있다.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살충제 비오킬을 제조하는 동성제약은 “지난해 10월 동기 대비 비오킬 판매량이 10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빈대 기피제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모스펜스 역시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3배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빈대가 침대와 매트리스에서 서식하기 쉽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 업체 코웨이는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가 빈대 박멸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빈대 출몰로 매트리스 위생 케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문의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호나이스도 문의량이 지난해 대비 10월엔 20%, 11월엔 3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빈대가 과거처럼 박멸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빈대 퇴치 관련 산업에 지속적인 수요 가능성도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6일 이전까지 지자체가 신고한 빈대 의심 신고는 32건, 실제 발생 건수는 13건이었다. 11월 6~12일 의심 신고 건수는 155건, 발생 건수는 민간 방역 업체의 방제를 포함해 56건이었다. 일주일 사이 빈대 발생 건수가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 지속이냐 잠깐이냐, 의견 분분
정부는 지난 11월 13일부터 오는 12월 8일까지 집중 점검 및 방제 기간을 선포했다. 집중 방제 기간 1주차인 11월 13~19일 189건의 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며, 발생 건수는 68건이었다. 2주차인 11월 20~26일 신고 136건, 전체 발생 70건으로 전주 대비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더 많아지면 빈대도 더 들어온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가 이제는 침대를 쓰고 카펫, 소파 등을 사용하는 등의 형태가 돼 빈대가 일단 들어오면 안정적으로 서식할 공간이 더 많아져 예전처럼 빈대가 박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영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아직 확산 단계는 아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역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일부 소비자는 빈대가 줄어들더라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예정이라도 밝히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A 씨는 “빈대 출현 소식 이후 손님들이 신경을 많이 쓰기에 우리 숙소도 전문 방역 업체를 통해 소독을 마쳤다”며 “손님들이 방역을 마친 숙소를 선호하기에 앞으로도 주기적인 소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제품을 택배로 받고 있는데, 택배상자를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방역업체를 꾸준히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전, 건강 등과 관련된 관심과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빈대’ 출현으로 방역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며 “이러한 소비 경향은 인지의 차이, 비용 부담의 차이에 따라 지속 여부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민지 인턴기자 kimminji01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