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름철 빈대 발견 많아 2024 하계 올림픽 이후 확산 우려…여행 다녀온 뒤 의류 등 고온 살균해야
빈대는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는 아니지만 워낙 급속도로 개체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외국 매체들은 이런 현상에 유행병을 의미하는 ‘에피데믹(Epidemic)’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위험단계 가운데 에피데믹은 4~5단계를 지칭하고 그 다음 6단계는 팬데믹이다. 자칫 2024년 파리 올림픽 이후에는 ‘빈대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최근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빈대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10월 17일 한 학생이 빈대에 물려 피해를 입었다고 학교 측에 알리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 대구 계명대학교는 “최근 신축 기숙사 남자 동에서 빈대가 발견돼 어제부터 전체 기숙사를 대상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계명대학교는 기숙사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다행히 빈대는 피해를 알린 학생의 방에서만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방은 피해 학생이 거주하기 전에 영국 학생이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명대학교에서 빈대가 발견되기 며칠 전인 10월 13일에는 인천광역시 서구의 한 사우나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인천 서구가 해당 사우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찜질방 매트 아래쪽에서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을 각각 1마리씩 발견한 것. 그런데 이 사우나 역시 해외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빈대는 크기가 6~9mm로 매우 작은 곤충이다. 타원형 몸통에 다리가 6개다. 모기와 유사하게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흡혈 해충이지만 병원균을 옮기진 않는다. 다만 한 번 물리면 가려움증이 심하고 잘 낫지 않는다. 빈대는 사람의 혈관을 찾아 조금씩 이동하면서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물린 자국이 일렬로 나타난다. 가려움이 심해 자주 심하게 긁다 보면 2차 감염이 이뤄질 수도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 ‘집이 타도 빈대가 죽으니 좋다’ 등의 속담이 있을 만큼 빈대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자주 발견된 해충이다. 이런 속담이 존재할 만큼 사람들을 매우 귀찮게 만드는 해충이기도 하다. 다만 1970년대에 DDT 등 강력 살충제가 대거 사용되고 전반적인 주거환경도 깨끗해지면서 사라지기 시작해 1980년대 후반에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렇게 20년여 동안 대한민국에선 빈대가 사라진 상황이었지만 2000년 후반부터 종종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빈대는 해외 관광이 늘어나면서 다시 발견되고 있다. 국내에선 빈대가 박멸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빈대가 살고 있는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나, 그런 국가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내국인을 통해 유입되곤 하는 것. 다만 다시 국내에서 빈대가 급증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터라 잠깐 화제가 되고 바로 잊히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거듭된 유럽 발 빈대 뉴스가 이어지면서 관심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들려온 국내 빈대 발견 사례이기 때문이다. 빈대의 영문 이름은 베드버그(bedbug)로, 주로 침대 매트나 시트 등에서 사는 벌레인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 하반기부터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유럽이 빈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빈대가 발견된 계명대학교 기숙사 방은 원래 영국인 학생이 쓰던 곳이었는데 영국 역시 최근 빈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다. 최근 영국의 글로벌 해충 방제 업체 렌토킬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영국에서 빈대에 감염된 비율이 6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의 지하철에서 빈대가 기어가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빈대가 버스에서 발견된 사진도 SNS에 올라왔다. 빈대들이 침대를 벗어나 대중교통까지 진출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곳은 프랑스다. 파리 소재 아파트 거주자 10명 가운데 1명이 최근 5년 동안 빈대를 경험했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로 이미 집안 침대 곳곳에 퍼진 상황에서 호텔, 영화관, 기차, 지하철, 병원 등에서 연이어 빈대 발견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학교에서도 빈대가 발생돼 7개 학교는 문을 닫았을 정도다.
프랑스는 7~8월이 대표적인 이사철인데 이사 과정에서 이삿짐을 통해 빈대가 퍼져나가 매년 늦여름에 빈대가 가장 많이 발견되곤 한다. 문제는 1년 뒤다. 2024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필 1년 중에 빈대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에 근접해 올림픽까지 열린다. 프랑스 등 유럽 지역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관광객도 몰릴 것이다. 게다가 선수촌까지 빈대가 옮겨 갈 경우 선수들의 경기력 약화, 전세계로의 확산 등 매우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강력한 방역 등의 대책을 세우면 될 것 같지만 그 부분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의 경우 DDT 등 강력 살충제의 대거 사용과 전반적인 주거환경 개선으로 빈대를 잡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DDT 등 강력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도 보고되고 있다. 또 DDT는 너무 독성이 강해 상당수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처럼 너무 독성이 강해 사용이 금지된 강력 살충제로도 빈대를 완전히 제거하기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천적을 활용해 자연적으로 빈대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지만 전반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 부분에선 문제점이 됐다. 바퀴벌레가 대표적인 빈대의 천적으로 ‘빈대 포식자’라 불릴 정도다. 그렇지만 주거환경 개선으로 바퀴벌레가 대거 사라지면서 빈대 개체수가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그나마 빈대는 45~50℃ 이상의 고온에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증기를 활용한 스팀 소독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빈대가 발견되는 사례는 대부분 관광객 등 외국인의 옷이나 짐을 통해 옮겨온 것이거나 내국인이 해외 관광을 갔다가 현지에 있는 빈대가 옷이나 가방 등 짐을 통해 유입된 것이다. 따라서 빈대가 있는 국가를 다녀온 뒤에는 의류를 뜨거운 물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