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문 사장에서 1년 만에 지주사 부회장 초고속 승진…코오롱그룹 “승계 염두에 둔 승진 아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8일 이규호 부회장 승진 등의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코오롱그룹은 지주사를 지원부문과 전략부문으로 나눠 각자대표를 내정했다. 기존 안병덕 (주)코오롱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원부문을, 이규호 부회장은 전략부문을 맡아 회사를 이끈다.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부회장은 올해 1월 코오롱글로벌에서 인적분할해 설립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었다. 코오롱그룹 측은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그룹 자동차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르는 브랜드 ‘702’를 출시해 코오롱만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개했다고 평가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조 1501억 원, 231억 원을 기록하며 출범 6개월 만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일각에선 이규호 부회장이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규호 부회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했으며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주)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과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입사 7년 만인 201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2021년에는 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했다. 이후 지난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으로 자리한 데 이어 사장 승진 1년 만에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빠르게 승진하는 재벌 3·4세들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평사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재벌 3·4세들이 (빠른 승진으로 인해) 오너십에만 매달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규호 부회장에 대한 경영 능력 검증이 부족했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수입차업계가 정체기에 접어들어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그룹을 이끄는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경영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모의 영향력으로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경영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며 “이는 훗날 승계 과정을 거칠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데이터 제공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총 125만 8089대 중 수입차 등록대수는 22만 6602대로 점유율 18%를 차지했다. 그간 수입차 점유율은 △2020년 16.7% △2021년 19.2% △2022년 20.1%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해 3분기 순손실 1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995억 원, 53억 원이다. 영업 활동에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0.9%로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규호 부회장 승진으로 코오롱그룹 4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2018년 11월 신문방송인협회 오찬에서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규호 부회장의 코오롱 지분율은 0%다.
하지만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기 시작했을 때부터 경영승계 구도가 마련됐다는 견해가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 건축부문과 자동차부문을 인적분할했을 당시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였던 반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성장세였다.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부문을 분할해 경영을 맡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인사를 통해선 안병덕 부회장이 코오롱그룹 4세 경영 체제가 잡히기까지 이규호 부회장을 지원하는 모양새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승계를 염두에 둔 승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