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바이오텍 장밋빛 전망과 현실의 괴리 속 휘청…코오롱 “설비는 최신식, 마케팅으로 수주 늘릴 것”
#분기 매출액 겨우 4억?
코오롱바이오텍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20년 12월 1일 바이오의약품 제조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CMO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직전 연도인 2019년 9월 에스엘바이젠의 신생아 허혈성저산소뇌병증 신약물질에 대해 첫 CMO 계약을 체결하는 등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 코오롱 측은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 설비도 갖춘 만큼 CMO를 하다가 공동 개발 과정까지 포함한 CDMO(위탁개발생산)까지도 진출하겠다는 밝혔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과는 달리 성적표는 참담하다. 설립 초기인 2020년부터 영업을 본격화했던 지난해 실적을, 코오롱생명과학 연결 재무제표에서 확인해보면 2020년 매출은 183만 원에서 지난해 1분기 2억 6691만 원, 지난해 3분기 4억 3408만 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별 당기순손실은 4억 4904만 원에서 12억 1307만 원, 42억 5949만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수주 실적은 에스엘바이젠과의 계약 이후 전무하다. 이 계약도 공시 대상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다. 에스엘바이젠이 생산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코오롱바이오텍에 CMO를 맡기는 수준이다. 프로젝트가 없어 코오롱바이오텍의 공장을 놀리는 때가 적지 않은데, 설비 운영자금 등 고정비는 꾸준히 들다 보니 손실액이 가파르게 늘었다. 결국 2021년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약 5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CMO와 CDMO는 유망 사업분야로 꼽힌다. 바이오 의약품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개발·생산 공정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부터 설비가 없는 신생기업까지 위탁생산업체를 찾으면서 바이오·제약사들이 이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외에도 SK(주)와 SK바이오사이언스,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부터 대웅제약, 이연제약, 헬릭스미스,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 에스티팜까지 다양하다.
#낮은 신뢰도·시장성 끌어올려야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에서 코오롱바이오텍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을 입증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역량과 경험을 보고 위탁을 맡길지 결정한다. 또 생산지를 변경하려면 추가적인 허가 절차로 긴 시간을 소요해야 하기 때문에, 위탁 업체를 선정해 장기간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코오롱바이오텍처럼 내세울 실적이 없는 신생업체의 경우 진입장벽이 보다 높을 수 있다.
모회사가 겪은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사 제품의 생산 공급을 맡기려면 데이터 신뢰성이나 안정성에 있어 믿을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성분 변경 사태로 논란을 빚은 만큼 재무구조와 신뢰도에 구멍이 뚫렸다. 코오롱바이오텍이 신뢰도가 기본인 CMO 시장에서 원활하게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거래처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몇 년간 생산을 맡으면 레퍼런스도 쌓이고 영업력도 강화할 수 있다”며 “그러나 코오롱바이오텍은 신생회사로 레퍼런스가 없을뿐더러 모회사의 인보사 사태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만큼 큰 타격을 입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다.
사업 모델의 한계도 지적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일정 부분 진행한 뒤 성과가 나오면 이후 생산 능력을 개선하는 수순으로 비즈니스를 하는데, 코오롱바이오텍의 경우 이미 생산 설비를 갖춰놓은 상황에서 물량 투입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코오롱바이오텍이 갖고 있는 능력이 세포유전자치료제에 국한돼 CMO 사업 확장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첨단바이오법(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진출하고 보니 수익 창출을 기대하긴 힘들었던 것”이라며 “세포유전자치료는 일반 의약품처럼 모든 질병에 적용되는 게 아니고 맞춤형 정밀 의료에서 쓰인다. 병원을 파트너사로 두고 환자를 연계해 진행해야 하는 사업으로 접근법이 다르고 시장이 굉장히 협소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포치료제 투약 가격도 저렴하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라며 “자본을 대는 사람 입장에서 투자를 꺼리게 되면서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적극성을 못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MO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글로벌 CMO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공장 설비와 운영 역량은 물론 핵심 인력 등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인력이 가장 중요한데 코오롱바이오텍의 경우 최근 생산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인력 수혈이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생산설비를 규격에 맞게 제대로 갖췄느냐는 기본이고 생산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과거 절반에 가까운 인력을 해외 인도에서 비싼 월급을 주고 데려온 바 있다”라며 “CMO 사업에서 경쟁력을 얻으려면 현장에서 설비 규격 조건과 프로세스 컨디션을 맞추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경험자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매출을 얼마나 내느냐보다는 설비를 놀리지 않고 어떻게 잘 운영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세포유전자치료제라는 시장이 많이 커지지 않은 상황이라 수주가 적은 건 사실”이라며 “설비 자체는 최신식이고 이 시장은 앞으로 각광받는 분야이니만큼 마케팅을 잘 해서 외부 수주를 늘리겠다”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