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비아스텔레코리아 설립, 코오롱과 연관성 다수 포착…코오롱 측 “그룹과 무관, 이 전 회장 개인 회사일 뿐”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2018년 11월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깜짝 발표'였다. 당시 나이는 62세.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2018년 12월 31일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이후 여러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청년 이웅열의 도전'보다는 '코오롱 이웅열의 특권'이 엿보인다. 대기업 코오롱의 그림자가 자꾸 아른거린다. 이 전 회장이 올해 만든 주식회사 비아스텔레코리아도 마찬가지다. 2022년 1월 28일 설립돼 아직 베일에 싸인 회사임에도 회사 이름, 사업 아이템, 대표이사 이력, 사무실 위치 등 코오롱과의 연관성이 다수 포착됐다.
회사 이름과 사업 아이템부터 코오롱에서 가져온 듯한 정황이 발견됐다. 비아스텔레코리아는 업종을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으로 신고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코오롱은 2017년 중국 상하이 등 해외에서 '비아스텔레(VIA STELLE)'라는 이름으로 식품 관련 사업을 펼쳤다. 현지 언론과 블로그 등을 종합하면 비아스텔레는 일종의 프리미엄 '밀키트(Meal Kit)' 배송 서비스였다. 반조리된 식재료와 양념을 조리법과 함께 고객에게 배송했다.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 등이 주된 메뉴였다.
비아스텔레는 코오롱그룹 공식 블로그에 2020년 3월 10일 올라온 글에도 소개된다. "세계 최고의 스타 요리사를 한자리에 모은 온라인 주문 서비스 플랫폼 VIA STELLE를 개발했다. VIA STELLE는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음식을 신속한 배달로 즐길 수 있게 한다. VIA STELLE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식재료 구입을 엄격히 통제할 뿐 아니라 식사의 품질을 원천적으로 보장하는 상품 품질에서 비롯한다." 코오롱은 '비아스텔레' 'VIA STELLE' 상표권을 여전히 갖고 있다. 국내와 중국에서 2017년 출원한 상표는 현재 등록 상태다. 미국에서는 2017년 상표를 출원했지만 2019년 말소됐다.
코오롱의 비아스텔레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21년 완전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비아스텔레 서비스를 전개한 회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완전 자회사 상해코오롱네트워크테크놀러지다. 2017년 1월 설립된 상해코오롱네트워크테크놀러지 매출은 2017년 873만 원, 2018년 8381만 원, 2019년 2억 6421만 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0년 887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2021년 매출은 0원이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손실은 총 64억 원에 육박한다.
만약 비아스텔레코리아가 비아스텔레와 비슷한 사업을 이어간다면 64억 원의 수업료를 코오롱이 대신 지불한 셈이다. 더군다나 이 전 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설립된 2010년 초부터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8년 12월 31일까지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비아스텔레코리아 대표이사도 코오롱과 교집합이 있다. 지난 4월 14일 사임한 김대천 전 대표이사는 레스토랑 '세븐스도어'로 2021년 미쉐린 1스타를 따낸 셰프다. 코오롱이 비아스텔레 사업을 소개하며 강조한 "최고의 스타 요리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 셰프는 비아스텔레코리아 설립에 앞서 코오롱과 협업한 경험이 있다. 김 셰프가 운영하는 식빵 전문점 '식부관'은 코오롱과 함께 '원앤온리(One & Only) 브레드'를 2021년 12월 선보였다.
원앤온리 브레드는 현재도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되고 있다. 제품 소개글에는 "국내 처음으로 나일론 실을 선보이며 섬유기반 사업을 시작한 코오롱의 역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적혀 있다. 빵 제조는 코오롱 계열사 '스위트밀'이 맡았다. 김대천 대표이사가 사임한 4월 14일 취임한 김기덕 비아스텔레코리아 대표이사는 이 전 회장이 2019년 12월 19일 설립한 회사 '인유즈(전 아르텍스튜디오)' 초대 대표였다.
사무실 위치도 코오롱과 관련이 깊다. 비아스텔레코리아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소유주는 코오롱이다.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옆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이 전 회장이 설립한 회사 어바웃피싱, 인유즈(전 아르텍스튜디오), 메모리오브러브도 둥지를 틀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지분을 투자했다가 코오롱이 인수한 파파모빌리티 역시 같은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비아스텔레코리아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상 이 전 회장이 코오롱그룹 동일인(총수)이라 계열사 명단에 비아스텔레코리아가 이름을 올렸을 뿐 이 전 회장의 개인 회사라는 설명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비아스텔레라는 이름만 가져다 법인명으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오롱과 사업적인 연관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은 퇴임 후 회사에 오지도 않는다"며 "코오롱과 관련 없이 본인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스텔레코리아 이전에 이 전 회장이 만든 회사 역시 코오롱과의 연관성을 지적받았다. 어바웃피싱은 직원 채용공고에서 코오롱 사내 신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는 소개 문구로 논란이 됐다. 송동현 어바웃피싱 대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출신이다. 인유즈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함께 항균 마스크, 마스크 홀더 등을 출시했다. 블로그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파트너사라고 표현했다.
코오롱이 이 전 회장의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회장이 투자했던 파파모빌리티는 코오롱으로부터 2022년 5월 9일 60억 원을 투자받아 코오롱 자회사가 됐다. 파파모빌리티는 코오롱 투자를 받기 전부터 코오롱과 접점이 있었다. 파파모빌리티는 2021년 9월 코오롱 소유 건물로 사무실을 옮기고, 2022년 4월 5일 코오롱그룹 계열사 그린나래로부터 12억 원을 빌렸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